물류창고 화재 일으킨 '샌드위치패널'…국토부, 안전기준 삭제한다?


국토부, 샌드위치패널 심재 용융·수축 측정 단계 삭제 논의
"심재 측정 단계 삭제 땐 난연 성능 떨어진 제품 유통될 것"

2021년 6월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건물이 검게 그을려 있다. 해당 물류센터는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패널로 지어졌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최근 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 이른바 '순살 아파트'는 전 국민의 불안을 일으켰다.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 재산을 지키는데 최선을 다한다는 목표로 변화에 나서고 있다. 정부의 이러한 기조와 달리 국토교통부는 건축자재의 화재 안전 기준을 낮추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의 안전 강화 기조에 역행하고 노동자들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14일 "샌드위치패널 속 심재(스티로폼 단열재)의 화재 시험에서 심재 두께 20%를 넘는 용융(열을 가했을 때 액체로 되는 현상)·수축 등의 측정 단계를 삭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샌드위치패널은 대형물류 창고 등에서 마감재로 사용되고 있다. 샌드위치패널은 알루미늄 등의 합금으로 만든 외부 강판과 그 사이 스티로폼이 들어간 내부 심재로 구성된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화재 시험은 샌드위치패널 제품으로 만들어진 실물모형 내부에 불을 피워 바닥에 놓은 신문지에 불이 옮겨붙지 않아야 하고 천장의 온도가 섭씨 650도를 넘지 않아야 하는 등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이를 통해 샌드위치패널 심재가 녹거나 쪼그라드는 현상으로 강판이 탈락, 붕괴 위험을 판단할 수 있다.

국토부가 샌드위치패널 화재 시험의 측정 완화를 확정한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업계에서는 해당 내용을 논의하는 것 자체를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방식은 최소한의 시험으로 샌드위치패널의 난연 성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방법"이라며 "샌드위치패널 시험 기준이 완화된다면 결국 실물시험 전에는 확인이 어려워 예전과 같이 준불연 성능이 떨어지는 심재가 들어 간 제품이 유통될 수 있고, 결국 현장에는 저가 제품이 확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준불연 성능이 강화된 제품들이 이제 막 개발되고 판매 중인데, 화재 시험 기준을 떨어뜨리려는 논의를 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국토부가 샌드위치패널의 화재 안전기준을 퇴보시키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샌드위치패널 실물모형의 화재 시험에서 심재 수축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안전 기준이 퇴보한다고 볼 수 없다"고 답했다.

국립소방연구원은 2020년 개정 이전 준불연 샌드위치패널 화재 비교 실험을 진행했다. 왼쪽 글라스울패널로 만들어진 구조물이 화재에 잘 견디는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유튜브 캡처

샌드위치패널은 강판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그 속에는 스티로폼이 들어있어 화재에 취약하다는 약점을 가진다.

지난 2008년 경기도 이천시 소재 코리아2000 냉동창고 화재 사고로 40명이 사망했고, 2020년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 사고에서는 38명이 숨졌다. 2021년 발생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에서는 진화에 나섰던 소방관이 목숨을 잃었다.

해당 화재사고의 원인은 모두 샌드위치패널이다. 당시 국토부는 물류창고에 사용되는 마감재의 내연 성능을 끌어올리는 방안을 마련했다. 기존에는 샌드위치패널 강판의 강도가 세면 심재가 화재에 취약하더라도 난연 성능을 확보한 것으로 봤다. 이후 기준 강화를 통해 심재 자체의 난연 성능도 일정 이상의 수준을 넘어야 한다. 이에 따라 강판과 심재 모두 준불연 이상의 성능을 갖춰야 한다. 이전에는 강판만 난연 성능을 확보하면 됐다.

난연은 섭씨 700도에서 5분 정도 불이 붙지 않으며, 준불연은 같은 온도에서 10분 정도 견딜 수 있는 성능을 말한다. 화재 사고 현장에서 빠르게 대피하지 못할 경우 질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건설 자재는 최대한 불에 타는 시간을 늦춰야 안전한 제품으로 인정받는다.

샌드위치패널의 강화된 화재 안전 기준은 지난해 2월 11일 도입됐고 11개월가량 유예기간을 거쳐 올해 1월 본격 시행됐다. 국토부는 시행 1년도 안된 시점에서 화재 안전 시험을 축소하는 논의를 하고 있다.

jangb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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