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직원' 의혹에, '부실' 논란까지…태영건설 청년주택 '엉망진창'?


작년 12월~올해 4월 임금 위임장 작성, 바닥 두께 모자라 '시멘트' 부어 보강

태영건설과 유림개발이 짓는 공동주택 신축 현장에서 일부 관리자들이 외국인 근로자를 꾸며내 임금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태영건설은 시평 16위 건설사로, 지난 2015년부터 이재규(오른쪽 위) 사장이 경영 지휘봉을 잡고 있다. 태영건설 본사 모습. /더팩트 DB

[더팩트ㅣ최지혜 기자] 태영건설과 유림개발이 짓는 서울시 청년안심주택 신축 현장에서 노임 횡령과 부실시공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 존재하지 않는 외국인 노동자를 임의로 만들어 근로한 것처럼 서류를 작성하고, 일부 관리자들이 이를 가로채는 방식이다. 골조공사 단계부터 관리부실이 발생하면서 콘크리트 타설도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중랑구에 들어서는 '상봉동(109-28번지) 역세권 청년주택' 신축 현장의 골조공사 과정에서 일부 관리자들이 외국인 노동자 신분을 조작해 노임을 횡령했는 의혹이 나왔다. 이 사업은 IRDV가 시행, 태영건설이 시공한다. 골조공사는 태영건설로부터 도급을 받은 유림개발이 맡았다.

이 단지는 지난해 11월 첫 삽을 뜬 청년주택이다. 공사 초기 골조공사는 1년7개월 동안 실시된다. 그러나 해당 공정을 맡은 유림개발의 현장 관리직 내부고발자 A 씨에 의하면 해당 공정에 투입된 인력 가운데 '두반치 팀'으로 불리는 21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은 가상의 인물들이다.

태영건설과 유림개발 관계자가 상봉동 역세권 청년주택 신축 현장의 철골공사 작업자 21명을 임의로 만들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취재진이 이들 21명에게 일일히 연락을 취해본 결과 없는 번호이거나 휴대폰이 꺼져있는 경우가 많았고, 일부는 연락처의 주인이 달랐다. 실제 외국인 노동자와 연락이 닿는 연락처는 한 개도 없었다. /독자 제공

취재진이 입수한 자료를 보면 이들 21명의 가상의 외국인은 모두 같은 곳, 중랑구 상봉동의 한 빌라에 살고 있다. 모두 정상 비자가 아닌 '불법'(비자)으로 적혀있으며, 중국과 베트남 국적으로 꾸며졌다. 연락처는 모두 국내 휴대폰 번호로 기재돼 있다. 연락을 취해본 결과 없는 번호이거나 휴대폰이 꺼져있는 경우가 많았고, 일부는 연락처의 주인이 달랐다. 실제 외국인 노동자와 연락이 닿는 연락처는 한 개도 없었다.

가상의 외국인 노동자들의 월급을 유림개발 김 모 씨에게 입금하겠다는 내용의 위임장을 썼다. 지난해 12월 노동자들은 각각 437만5000원에서 최대 507만5000원의 월급을 유림개발 김 씨에게 위임했다. 총 금액은 1억167만 원가량이다. 모두 "2022년 12월 서울 상봉동 청년주택 개발공사현장에서 일용 근로자로 근무한 노임을 수임자에게 지급한다"는 내용의 위임장에 지장을 찍은 것으로 기록돼 있다. 위임장은 올해 4월까지 최소 9000만 원가량에서 최대 2억5000만 원 규모의 금액으로 작성됐다.

지난해 12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는 20여 명의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이 유림개발 김모 씨의 통장으로 입한다는 내용의 위임장을 작성했다. 이같은 위임장은 올해 4월까지 꾸준히 작성됐다. /독자 제공

이는 민간 건설공사에서 일용직 노동자의 임금을 지급하는 구조에서 기인한 횡령 방식이다. 공공공사는 발주자가 임금과 하도급 대금을 직접 지급하지만, 민간공사의 경우 상위 도급사가 협력사에 임금을 전달하는 구조다. 일부 관리자가 임금을 전달하지 않거나 '유령 직원'을 만들어 가로채는 사례가 발생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민간발주 공사에도 공공공사의 방식을 적용하는 법 개정이 추진 중이다.

유림개발에서 현장 관리를 맡은 내부고발자 A 씨는 "불법체류자로 여권 대체 신분으로 등록된 외국인들은 장부상에만 존재하는 노동자들"이라며 "위임장에 찍힌 지장도 모두 임의로 위조했다. 유림개발 소속의 노동자들이지만 원청(태영건설)도 해당 사실을 알면서 동조, 방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관리자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매달 위임장 형태로 가상의 노임을 가로챘다"며 "이 과정에서 실제 현장에는 인력이 축소 투입됐고 콘크리트 타설 과정에서 시공부실까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태영건설 관계자는 노임 횡령과 유령 직원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며 부인하고 있다.

서울 중랑구 상봉동 역세권 청년주택 시공현장의 지하 3층 바닥에 타설 과정의 끊어치기로 인한 시멘트 보강이 이뤄지고 있다. 지하 3층 정상 시공된 부분(왼쪽)과 시멘트 보강이 이뤄지는 부분(오른쪽) 모습. /독자 제공 영상 캡쳐

이 청년주택의 지하 3층에선 콘크리트를 붓는 작업 도중 작업을 멈췄다가 다시 타설하는 일명 '끊어치기'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바닥면이 설계보다 얇게 시공됐고, 유림개발은 바닥 위에 시멘트를 추가로 덮는 보강공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이같은 보강이 적절하지 않은 방식이라는 것이 현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A 씨는 "(영상의)바닥면 곳곳의 색이 다른 것은 콘크리트가 아닌 시멘트로 덮었기 때문"이라며 "콘크리트는 타설 도중 멈추게 되면 다시 접합되지 않는다. 해당 현장은 끊어치기로 인해 슬라브 두께가 설계보다 얇게 타설됐다. 그런데 이를 콘크리트나 철근을 사용하지 않고 시멘트로만 뗌질을 했다. 구조계산을 다시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태영건설 관계자는 "끊어치기가 있었지만, 이는 올해 콘크리트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레미콘 용량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시멘트로 덮는 방식이 적절하다고 판단해 그렇게 보강했다"고 말했다.

끊어치기 발생 자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적절한 타설 부위에서 끊어짐이 결정돼아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정란 단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한정된 레미콘으로 한꺼번에 타설할 수는 없기 때문에 끊어치기는 필연적인 현상이지만, 설계상 끊어지면 안되는 부분이 있다"며 "보강이 필요한 경우 타설 상태에 따라 철근이나 콘크리트로 보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원호 광운대 건축공학과 교수 역시 "콘크리트 볼륨(양)이 정해져 있어 부재를 한번에 타설할 수는 없다"면서도 "통상 두께 보강을 위해서는 기존 콘크리트와 새롭게 타설되는 콘크리트의 부착력을 강화하기 위해 앵커볼트(철근 토막) 등을 꼽고, 그 위에 콘크리트를 붓는다"고 말했다. 이어 "시멘트는 단순 가루인데, 이를 덮는다고 보강이 되지는 않고, 몰탈(시멘트, 모래, 물을 섞은 재료)이나 무수축 몰탈 등을 사용할 수는 있다"며 "시멘트로만 덮었다면 구조체를 만들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업의 시행사 IRDV 관계자는 "주기적으로 현장을 확인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확인된 문제는 없었다"며 "경찰신고 등 문제화가 되면 관련 내용에 대해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 중랑구 상봉동 109-28번지 역세권 청년주택은 내년 상반기 준공을 앞두고 있다. 지하 4층~지상 25층 규모로 건설되며 총 782가구 규모다. 서울시가 지난 4월 기존 '역세권 청년주택'을 '청년안심주택'으로 전면 개편하면서 명칭이 바뀌었다. 민간 사업자가 시세보다 저렴하게 주택을 공급하면 서울시가 건축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추진되는 제도 사업이다.

시공사인 태영건설은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중견 건설사다.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상위 16위 업체로, 지난해 기준 매출액 2조6050억 원을 올렸다. 지난 2015년부터 이재규 최고경영자(CEO) 사장이 경영 지휘봉을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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