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박지성 기자] 석유수출국기구(OPEC+) 산유국들의 추가 감산과 더불어 석유 수요가 증가하면서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제마진이 덩달아 올라 정유업계에서는 하반기 실적 반등을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유가가 오르면 정유사 이익과 직결하는 정제마진이 자연스럽게 상승하면서 정유사 수익성이 개선된다. 업계에서는 올해 상반기 실적 부진을 겪은 정유사들이 곧장 3분기부터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1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공시된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ℓ)당 1757.01으로 전날 대비 0.99원 올랐다. 경유 가격도 이날 전국 평균 ℓ당 1651.27원으로 전날보다 1.37원 상승했다. 지난달 13일 휘발유 전국 평균 가격은 ℓ당 1720원, 경유 1574원으로 약 한 달 전과 비교하면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 유가도 지난 6월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어 기름값은 계속해서 치솟을 전망이다. 지난 8일 싱가포르의 국제 휘발유 가격(92RON)은 배럴당 104.15달러를 기록했다. 6월 1일과 비교하면 약 19.84달러 오른 셈이다. 경유 가격 또한 지난 6월 1일보다 36.98달러 오른 123.91달러로 집계됐다.
원유 가격도 100달러 가까이 상승했다. 지난 8일(현지 시간) 거래된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87.51달러에, 북해산 브렌트유는 90.65달러에 마감했다. 중동산 두바이유는 91.0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6월 1일과 비교하면 각각 17.41달러, 16.31달러, 19.42달러 상승했다.
기름값은 당분간 계속해서 오름세를 보일 전망이다. 정유업계에서는 OPEC+(석유수출국기구) 산유국들의 추가 감산과 미국 내 석유제품 재고 감소, 중국의 수요 증가 등으로 국제 유가는 상승세가 지속 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7월부터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들은 감산 조치에 본격 들어갔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일평균 산유량을 5월 1000만 배럴에서 7월 900만 배럴로 줄였다. 공급은 줄었지만 수요는 늘어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글로벌 석유 수요가 지난 6월 하루 1억300만 배럴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향후에도 중국을 중심으로 수요 증가가 더욱 지속될 것이란 게 IEA의 예측이다.
항공유와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의 경우 꾸준히 수요가 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는 지난 7월 항공유 국내 소비가 322만 배럴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코로나19가 창궐했던 2020년 1월 이후 42개월 만에 300만 배럴 대를 기록한 것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 여행객 증가가 지속되고 있어 항공유 수요 역시 꾸준히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유가가 오르면 정제마진도 덩달아 상승한다. 정제마진은 휘발유·등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료인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을 뺀 것으로 정유사들의 수익성 핵심 지표다.
지난달 넷째주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14.2달러로 지난주(13.1달러) 대비 1.1달러 상승했다. 정제마진이 14달러를 돌파한 것은 지난해 7월 첫째 주 이후 14개월 만이다. 특히 지난 2분기엔 정제마진이 배럴당 3~4달러 수준에 머물면서 정유사 실적 악화의 주범이 됐다. 업계에서는 통상 손익분기점을 4~5달러로 가늠하고 있다. 현재 정제마진은 손익분기점의 3배를 넘는 셈이다.
이 같은 정제마진 강세로 정유사들은 적자 전환 등 부진을 겪었던 상반기와 달리 3분기에 호실적을 올릴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영업이익이 6422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 2분기 1068억 원 영업손실을 냈던 것과 대조되는 분위기다. 에쓰오일 영업이익도 364억 원에서 4463억 원으로 대폭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밖에 HD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도 큰 폭으로 실적 개선이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제마진이 개선됨에 따라 3분기 실적이 긍정적인건 사실이다"며 "다만 언제 또 다시 유가가 변동할지 모르기에 4분기 실적 전망은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