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지혜 기자] 중소 건설사인 HYD한양(구 한양산업개발)이 자금난으로 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협력사와 마찰을 겪고 있다. HYD한양은 한양대학교와 한양여자대학교 등이 속해있는 한양학원 김종량 이사장이 운영하는 건설사다. 건설업계 '돈맥경화'가 심화하면서 대형 재단이 보유한 건설사마저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11일 <더팩트>가 국민권익위원회와 건설업계 등의 취재를 종합하면 건축물 도장(외벽 도색작업 등) 전문업체 A 사는 이달 1일 HYD한양의 하도급대금 체불에 대한 부조리 신고를 국민신문고에 접수했다. 올해 1월 말 HYD한양이 시공하는 경기 이천시 신원리 물류창고 신축사업 도장공사를 마쳤지만 현재까지 대금을 지급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당초 지난해 7월 양측의 계약 당시 공사기간은 지난해 10월 완료 예정이었다. 그러나 현장의 공정이 늦어져 도장작업을 수행할 수 없는 상태였고, 계약기간을 올해 초까지 연장했다. 계약 기간이 늘어났지만, HYD한양은 이에 대한 변경계약과 정산금액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체불 중인 금액은 잔여 기성금 2650만 원, 정산 예정금 1억7425만 원 등 총 2억 원가량이다.
정산금 확정을 위한 자료 미비로 대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것이 HYD한양 측의 입장이다. HYD한양 관계자는 "추가 대금 산정을 위한 증빙자료를 요청했으나 정산 내용이 맞지 않는 등 오류가 많았다"며 "정확한 자료가 대금 산정을 위해서는 자료가 우선적인데, 증빙이 선행되지 않아 정산금을 승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A 사가 주장하는 금액은 공신력 있는 분쟁조정 기관의 조사 등을 거치지 않은 일방적인 요구사항"이라며 "적절한 절차를 통해 정산금액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A 사는 현장 책임자와 최종 확정된 자료와 정산금임에도 HYD한양 본사에서 이를 인정하지 않아 대금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A 사 측은 "HYD한양의 현장 공무책임자와 최종 정산금액을 확정했는데도 본사 측에서 적자 상황이라는 이유로 합의된 금액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어떻게든 금액을 줄이고자 하는 행태로 공사 완료 후 7개월동안 정산금을 체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산금을 증빙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했지만 대금 지급을 거부 중"이라며 "소규모 하도급 업체로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HYD한양은 지난해 경영 실적이 크게 악화하긴 했지만 적자 상황은 아니다. 회사는 지난해 영업이익 18억8808만 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80억6102만 원 대비 4분의 1수준으로 쪼그라든 규모다. 당기순이익도 전년 40억 원에서 지난해에는 16억 원으로 급감했다. 매출은 5733억 원으로, 전년 3791억 원보다 2000억 원가량 늘어 외양은 확장했지만 내실을 챙기지 못한 것이다.
회사는 올해 기준 시공능력평가 90위에 안착한 건설사다. 매출이 늘면서 전년 대비 순위가 16위나 올랐다. 그러나 현금 사정은 녹록치 않다. 회사가 보유한 현금은 지난해 1월 52억 원에서 12월에는 32억 원으로 57% 감소했다. 같은 기간 공사미지급금은 755억 원으로, 전년 358억 원 대비 두배로 불어난 상태다.
이같은 수익성 감소와 재무건전성 악화 추세는 최근 이어진 건설경기 악화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중소 건설사들의 경영 악화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현재진행형이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 종합건설사의 폐업 건수는 총 24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12년 만의 최고치다. 지난해 종합건설사의 총폐업 건수가 362건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폐업 업체가 불어나는 속도도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HYD한양의 사례는 한양대학교와 한양여자대학교 등 굵직한 국내 대학 재단이 보유한 건설사마저 업계의 돈맥경화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을 대변하는 것이다. 김연준 한양학원 설립자의 장남 김종량 이사장과 차남 김종식 씨는 순환출자 구조로 HYD한양을 포함해 다양한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출자구조는 HYD한양→백남관광(78.97%)→에이치비디씨(50.8%)→대한출판(100%)→김종식(25.0%)·김종량(15.9%) 순이다. 이 가운데 대한출판은 부동산임대업체이며, HYD한양은 건설업체다.
실제 지난해부터는 중소형 건설사들이 잇따라 법정관리에 들어기도 했다. 작년 우석건설(202위), 동원건설산업(388위), 대우조선해양건설(83위) 등이 부도를 맞았다. 최근에는 100위 초반대 건설사들까지 위기가 확산해 올해 HN Inc(에이치엔아이엔씨·133위), 대창기업(109위), 신일건설(113위)이 회생절차를 밟았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원가율 증가와 지방 미분양으로 규모가 작은 건설사들 가운데 경영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며 "부도가 나는 업체들은 범 현대가(家)나 업력이 오래된 건설사라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wisdom@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