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주란 주당 가격이 1000원을 넘지 않는 값싼 주식을 일컫는 말이다. 현시점 유가증권시장에서는 40여 개의 종목이, 코스닥 시장에서는 100개 이상이 동전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동전주는 주가가 낮을 대로 낮기 때문에 통상 주식 시장에서 주가가 쉽게 오를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더욱이 동전주는 실적 개선으로 주가가 저평가된 이유가 해소되거나 강력한 테마주가 되는 경우 급등세를 연출,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드높인다.
다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가격 변동성도 커 투자에 유의할 점이 많다는 이야기가 된다. 실제 동전주는 값이 싸서 비교적 접근성도 높고 적은 돈으로 주가 상승을 이끌 수 있어 시세 조작을 주도하는 작전 세력의 먹잇감이 되는 상황이 잦다.
'대박'과 '쪽박', 이름에 걸맞게 동전의 앞뒷면을 지닌 동전주. 투자 위험도가 높은 종목부터 미래 성장 가능성을 지닌 종목까지, <더팩트>는 현시점 투자자들로부터 관심을 받는 종목들을 하나씩 짚어본다. <편집자주>
[더팩트|윤정원 기자] '엔터 명가'로의 도약을 꿈꾼 KH그룹 계열사 iHQ가 거래정지를 이어가고 있다. 내년 4월 중순까지 거래정지가 예정된 가운데 iHQ 소액주주들은 239원으로 추락한 주가에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수익성이 하락하는 데다 마땅한 주가 부양책도 없어 애간장을 녹이고 있다.
◆ 2000년대 주름잡은 싸이더스HQ, iHQ로 새출발
iHQ는 싸이더스HQ에 모태를 둔 국내 연예 기획사이자 방송 채널 사용 사업자다. 싸이더스HQ는 2000년대 초반 전지현, 정우성, 차태현, 조인성, 전도연, 설경구, 김혜수, 박신양, 최지우 등 당대 최고의 배우들을 둔 연예기획사로 명성을 날렸다. 2004년 5월 iHQ는 싸이더스HQ를 흡수합병키로 결의했고, 이어 2014년에는 CU미디어 합병으로 케이블 채널까지 챙겼다. 이 과정에서 딜라이브가 회사의 최대주주에 올랐다.
현재 iHQ는 싸이더스 HQ의 사업 부문인 엔터테인먼트 부문과 CU미디어 사업 부문 두 축을 중심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CU미디어는 본래 코오롱그룹 계열이었으나 YTN을 거치고, 2005년 12월 iHQ에서 지분을 인수하면서 현재의 모습이 됐다. 2015년 3월 iHQ와는 법인이 합병됐다.
iHQ가 KH그룹 계열사가 된 것은 2021년 들어서다. 2021년 2월 삼본전자(현 KH전자) 컨소시엄(삼본전자·이엑스티(현 KH건설)·장원테크)이 공동 투자해 설립한 KH미디어가 iHQ를 공식 인수했다. 당시 KH미디어는 계약금 109억 원, 잔금 996억 원 등 총 1104억 원을 투입해 인수절차를 완료했다. 올해 6월 말 기준 IHQ의 최대주주는 20.69%의 지분을 가진 KH미디어다. KH미디어와 KH필룩스(9.00%)의 지분을 합하면 KH그룹의 iHQ에 대한 행사력이 29.69%에 이른다.
◆ KH미디어, '적자 지속' iHQ 구원투수 등판
KH미디어는 iHQ 인수를 통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강화하고 디지털 콘텐츠를 집중 개발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강정식 KH미디어 대표는 당시 "iHQ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역사와 콘텐츠가 있는 몇 안 되는 기업 중 하나"라면서 "이번 인수를 통해 iHQ의 글로벌 잠재력이 재평가받을 수 있도록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KH미디어의 iHQ 인수 직전 당사의 성적은 형편 없었다.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KH그룹에 인수되기 직전인 2020년 iHQ의 엔터부문은 영업손실 50억 원을 기록했다. 2018년 24억 원, 2019년 46억 원에 이어 3년 연속으로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미디어부문도 2018년 122억 원인 영업이익은 2019년에는 25억 원 적자로 돌아섰고 2020년에는 114억 원의 적자를 냈다.
KH미디어는 iHQ의 글로벌 성장을 위해 세 가지 전략을 수립했다. 오리지널 콘텐츠 개발 강화, 글로벌 네트워크 활성화 그리고 신규 디지털 채널의 활성화가 그것이다. 이를 통해 iHQ가 세계 일류 콘텐츠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투자를 대폭 늘리겠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전환사채(CB)를 발행하면서 신사업 투자 행보도 시작했다.
iHQ는 콘텐츠 해외 판매에 집중하고 이커머스 사업을 통해 TV 밖으로 사업 영역 확장도 예고했다. 또 호실적을 낸 임직원들에게는 충분한 보상을 하겠다며 성과급 확대도 약속했다. 부가 수익 창출을 위해 부동산 관련업을 추진했고 사업 다각화를 위해 자회사인 KH스포츠 설립과 IHQ 빙상단을 창단하는 등 해법 마련에 적극 나섰다.
◆ '청사진은 청사진일뿐'…iHQ 지난해 당기순손실 1121억 원
이 과정에서 가장 공을 들인 것은 숏폼 콘텐츠 중심 OTT(Over The Top) 서비스 '바바요'였다. 바바요는 무료 서비스를 앞세워 구독자 확충에 나섰지만, 유튜브 채널 중심의 영상 콘텐츠 소비가 주를 이루면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결국 올해 8월 31일 서비스를 종료했다.
iHQ 측은 "바바요의 서비스를 종료하고, 디지털 콘텐츠의 사업 방향을 유튜브에 중점을 두는 방식으로 전환했다"면서 "제작 중인 콘텐츠들은 그대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서비스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희망과 달리 KH그룹 계열사가 된 이후에도 iHQ에는 날개가 돋아나지 않았다. 2021년도 연결기준 iHQ의 영업손실은 116억 원, 당기순손실은 101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도(영업손실 162억 원·당기순손실 182억 원)에 비하면 손실규모가 조금 줄었지만 부진한 성적이다. 이듬해에는 상황이 더욱 나빠져 영업손실은 322억 원, 당기순손실은 1121억 원까지 치솟았다.
◆ 올해 4월 6일부터 거래정지…내년 4월까지 유예기간
이어지는 위기 속에 iHQ는 결국 올해 4월 5일, 2022년 사업연도 재무제표에 대해 '계속기업 존속불확실성'을 이유로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이튿날인 6일부터 거래가 정지됐다.
한국거래소 유가시장본부는 "이 회사 권이 상장폐지기준(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제48조)에 해당됨에 따라, 주권에 대해 상장폐지절차(동 규정 제25조에 따른 이의신청 및 동 규정 제9조에 따른 정리매매등)가 진행된다"고 알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모회사인 KH그룹에도 큰 잡음이 일었다. KH그룹은 알펜시아리조트 입찰 비리 의혹, 쌍방울그룹의 대북 송금 의혹 등으로 집중타를 맞았다. KH그룹의 다른 계열사인 KH필룩스, KH전자, KH건설 등도 같은 달 7일 회계감사인으로부터 감사 의견 거절을 받아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KH필룩스의 경우 주가조작 의혹으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올라있다. 여기에 장원테크가 한정의견을 받으며 KH그룹 5개사의 거래가 일제히 멈춰 섰다.
iHQ는 지난 4월 26일 상장폐지에 대한 이의신청서를 제출하며 거래소 유가시장본부로부터 개선기간을 부여받았다. 차기 사업연도에 대한 사업보고서 법정제출기한부터 10일이 되는 날인 2024년 4월 16일까지는 숨통이 트인 셈이다. 다만 매매거래정지는 이어지고 있다.
◆ 결국 무상감자 택했다…자본금 1211억 원→81억 원 '풀썩'
iHQ는 현재 무상감자에 나서 부분 자본잠식의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하고 있다. 지난달 7일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는 제3호 안건인 자본 감소의 건이 원안대로 승인됐다. 감자기준일은 8월 23일, 감자비율은 보통주식의 93.33%다. 기명식 보통주식 15주를 동일 액면가의 기명식 보통주 1주로 무상병합하는 방식이다.
감자를 통해 발행주식 수는 2억4229만5648주에서 감자 후 1615만3043주가, 자본금은 종전 1211억 원에서 81억 원으로 줄었다. 감자 이후 신주상장 예정일은 14일이다. iHQ는 감자 사유에 대해 "결손금 보전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KH그룹 측은 상장폐지 사유 해소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KH그룹은 입장문을 통해 "갑작스러운 상장폐지 사유발생 및 주식거래 정지라는 소식을 접하고 충격과 실망 느끼셨을 주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 드린다"면서 "대표이사를 포함해 전 임직원이 거래소 절차에 따라 상장폐지 사유를 해소하고 주권거래를 재개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임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KH그룹 측은 이번 거래정지에 대해 "성장중심의 노력이 내실 있는 성장기반의 강화와 수익구조의 다변화와 고도화를 통해 미래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의도치 않은 상황이 발생한 것을 매우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