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박지성 기자] 바이오항공유(SAF) 시대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정부의 대응이 한발 늦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미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다른 국가들은 SAF 사용 의무화와 세액공제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우리나라 정부는 이제서야 SAF에 연구할 수 있는 투자 환경을 조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SAF 상용화를 위해선 투자 환경 조성과 더불어 관련 법령과 지원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EU와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은 하늘에서 나오는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 중심에는 SAF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SAF는 폐식용유와 생활폐기물 등을 원료로 만든 친환경 항공유로 기존 화석연료 기반의 항공유와 비교해 최대 80%까지 탄소배출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
EU는 오는 2025년부터 바이오 항공유 2% 혼합 급유를 시작으로 2050년에는 혼합률 7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2025년부터는 유럽의 공항에서 급유하는 항공기는 전체 연료의 2%를 SAF로 채워야 한다. 이는 국내 항공사들도 유럽으로 가기 위해선 SAF를 필수 연료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를 통해 올해부터 내년까지 자국 내에서 사용·판매되는 SAF에 갤런(약 3.78ℓ)당 1.25~1.75달러의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인센티브 정책을 펼치고 있다.
EU와 별개로 프랑스는 지난해부터 항공유에 SAF를 1% 섞어 사용하도록 의무화했으며, 일본도 오는 2030년까지 항공사 연료 소비량의 10%를 SAF로 대체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의 65%를 SAF를 통해 감축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우리나라 정부는 아직까지도 SAF 사용 계획이나 관련 법령 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서야 SAF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3개월간 인천~로스앤젤레스(LA) 노선 화물기에 SAF를 급유하는 등의 시범운항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6월 민·관 합동 '친환경 바이오연료 활성화 얼라이언스' 제3차 전체회의를 통해 결정된 바이오연료 실증계획에 따른 후속조치다. 지난 5일엔 SAF 2% 섞은 항공유를 급유한 대한항공 화물기 KE207편(B777F)이 인천을 출발해 LA로 향했다.
SAF는 일반 항공유보다 적게는 2.5배에서 많게는 8배나 비싼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SAF가 상용화되면 부담은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수도 있다. SAF가 비싼 이유는 아직 상용화되지 않아서다. 현재 국내 정유사들은 SAF를 생산할 법적 근거가 없다. 현행 석유사업법은 SAF가 빠진 바이오디젤·바이오중유·바이오가스·바이오에탄올만 석유대체연료로 규정하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SAF 활성화를 위해 실증 연구 투자와 더불어 관계 법령 신설과 세제혜택, 소비자 보조금 등 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정부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SAF 대응이 한발 늦은 상황이다. SAF 공급을 늘리지 않은 상황에서 활성화를 시킨다면 소비자들 부담만 커지는 셈"이라며 "활성화를 시키기 전 정부가 적극 나서 관련 법령을 신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보조금 예시를 들면서 SAF가 완전히 활성화가 되기전까지 정부가 보조금 지원 정책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SAF가 상용화 된다면 일반 항공유보다 비싸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부담은 커질 것"이라며 "EU처럼 의무화를 통해 공급을 늘려 가격을 낮추거나 그게 어렵다면 SAF 항공료 지원금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