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우지수 기자] 'MZ세대 놀이터'로 불리는 팝업스토어 매출이 날아오르고 있다. 서울 성수동, 압구정로데오 거리엔 눈길이 닿는 곳마다 팝업스토어로 가득하다. 더현대 서울의 지하 2층은 다음해까지 팝업스토어 예약이 가득 찼다. 식품, 패션이 아닌 여행기업과 금융기업도 이 열풍에 뛰어들며 구매력 있는 젊은 세대 유치에 집중하고 있다.
팝업스토어는 최대 한 달 이내 짧은 기간 동안 운영되는 오프라인 매장이다. 주로 패션·유통·식품업계에서 주력 상품을 출시할 때 활용했지만 최근엔 여행·금융·엔터테인먼트 기업도 팝업스토어 기획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강남구 압구정로데오, 여의도 더현대 서울 등 팝업스토어가 몰리는 곳엔 일명 '팝업스토어 성지'라는 별칭도 생겼다.
팝업스토어 매출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지난해 2월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서 열린 주류 '원소주' 팝업스토어는 고객을 끌어모으며 일주일 동안 2만 병 완판, 약 3억 원의 매출을 올려 성공적인 행사라는 업계 평가를 받았다. 올해 가장 큰 매출을 올린 더현대 서울의 한 팝업스토어 매출은 약 15억 원으로 원소주의 5배를 기록했다. 지난 7월 더현대 서울에서 열린 패션 브랜드 '아이앱 스튜디오(IAB STUDIO)'의 10주년 팝업스토어는 일주일 매출 9억8500만 원을 올리기도 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더현대 서울 팝업은 매출액 최대치를 꾸준히 경신하고 있다. 팝업스토어를 기획하는 모든 기업이 입점을 희망하는 공간인 만큼 앞으로도 더 양질의 매장을 선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젊은 세대가 팝업스토어에 열광하는 이유로는 '기간 한정'과 '신선한 경험'이 꼽힌다. 팝업스토어는 짧으면 사흘, 길면 한 달동안 기간 한정으로 운영된다. 인기가 많은 매장이라면 새벽부터 입장을 위해 줄을 서는 오픈런 현상도 볼 수 있다. 어렵게 입장에 성공한 고객은 기록을 남기기 위해 팝업스토어 사진을 SNS에 공유한다. SNS 공유는 곧 '공짜 홍보'로 이어진다. 이용객의 경험이 담겨 있어 신뢰감도 겸한 홍보다. 더현대 서울 네이버웹툰 팝업스토어를 방문한 이윤지(22·여)씨는 " 지인의 방문 후기가 좋으면 그 자체로 믿음이 가서 큰 고민 없이 찾게 되는 것 같다. SNS에 자주 보이는 광고보다 신뢰가 간다"고 말했다.
이제 팝업스토어는 기성 브랜드가 MZ세대와 새 공감대를 형성하는 도구가 되기도 하고 기업이 추구하는 브랜드 이미지를 고객에게 공간과 체험으로 제시하는 창구가 되기도 한다. 식품, 패션기업을 넘어 여행과 금융 기업도 팝업스토어 기획에 뛰어들고 있다. 이들은 어플리케이션 체험, 공간 전시, 경품 추첨 등 신선한 경험으로 방문 고객이 자사 브랜드에 호기심과 친근감을 갖게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숙박플랫폼 야놀자는 지난 7월 성수동과 하남시 스타필드에서 여행을 테마로 한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야놀자 앱으로 숙박을 넘어 해외 여행 예약도 가능하다는 점을 소비자에게 알리기 위한 기획이었다. 앱을 설치하면 추첨을 통해 항공권을 제공하고 방문객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도 마련해 굿즈 구매 외에도 고객이 즐길 거리를 준비했다. 하나금융도 지난달 성수동에 여행 컨셉의 '성수국제공항' 팝업스토어를 선보였다. 하나금융도 해외여행 플랫폼 '트래블로그'를 내세운 공항 컨셉으로 기내식을 제공하거나 포토존을 설치한 팝업스토어 성수국제공항을 공개했다.
야놀자 관계자는 "방문 고객들에게 야놀자와 함께한 새로운 경험을 주는 데 집중했다. 즐거움을 주고 자연스럽게 자사 어플리케이션과 연계한 이벤트로 사용자 유입도 꾀했다"며 "접점이 없던 오프라인 고객을 온라인 고객으로 전환해 고객 풀이 늘었다. 하남 팝업에선 그간 부족했던 가족 단위 고객 유입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수동이나 더현대 서울에는 다른 팝업스토어가 많아 연계 방문이 잦다. 특히 젊은층이 많아 SNS 홍보도 잘 되니 소위 팝업 성지에 기업들이 몰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농심은 지난 1월 성수동에 신라면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MZ세대가 익숙한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와 연계해 라면을 즐길 수 있게 했다. 농심과 신라면의 역사, 브랜드 이미지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 세대에게 친근하게 다가간 행사라고 평가받는다. 농심 관계자는 "MZ세대는 신라면이라는 라면은 알지만 함께 쌓아온 역사가 없다"며 "그들의 감성에 다가가는 시도 중 하나다. 농심과 신라면이라는 브랜드에 관심을 갖게 됐다면 성공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학내일 캐릿이 지난 5월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Z세대 97.2%가 팝업스토어를 방문한 경험이 있다. 이중 81.6%는 "방문 후 브랜드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인식됐다"고 응답했고 52.7%는 "팝업 방문 이후에도 해당 브랜드의 제품을 이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팝업스토어 열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팬데믹 기간 동안 온라인 마케팅에 집중됐던 예산이 오프라인으로 다시 이동하면서 팝업스토어가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용 회계사는 유튜브 채널 소비더머니에서 "팬데믹 시기에 온라인 마케팅 시장이 크게 성장했다. 그러면서 온라인 광고가 너무 많이 노출되다 보니 네티즌들이 피로감을 느끼게 됐다"며 "오프라인 팝업스토어를 이용한 고객은 그들의 '진짜 경험'을 SNS에 노출한다. 팝업스토어로 오프라인 방문객이 모이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이희석 현대백화점 상품본부 수석부장은 "팝업스토어에 방문하는 고객은 불특정다수 광고에 노출된 네티즌보다 월등히 구매 의사가 높다. 더 새로운 팝업스토어로 신선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index@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