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살리기'에 한화 계열사 부담 확대…신용등급 하락 '걱정'


두 번의 대규모 유상증자…최대주주 한화에어로 자금 부담
추가 투자 부담시 신용도 하락 전망 지배적

한화오션에 대한 대규모 자금 투입으로 신용평가사들이 한화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재무 부담을 지적하고 있다. 사진은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 /한화오션

[더팩트 | 김태환 기자] 한화그룹이 한화오션 인수 후 유상증자 등 대규모 자금조달을 추진하면서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등 그룹 계열사 전반으로 2조7000억 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투입하면서 재무 부담이 가중된다는 지적이다.

6일 금융업계에서는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가 한화오션의 유상증자에 따른 보고서와 의견을 제시하며 한화그룹 전반의 신용도가 하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오션은 지난달 23일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 공모 방식을 통해 2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유상증자로 한화오션의 부채비율은 507.5%에서 266.4% 수준으로 낮아지게 된다. 일반적으로 부채비율이 200%를 초과할 경우 채무상환능력이 부족한 기업이라고 평가한다.

이번 한화오션 유상증자에서 한화그룹 계열사들의 배정주식에 전액 참여한다면 한화그룹 계열사는 총 7700억 원의 자금이 투입된다. 계열사별로 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3900억 원, 한화시스템은 1900억 원, 한화임팩트 파트너스 1500억 원, 한화컨버전스 등 기타 에너지 자회사들이 400억 원 등이다.

앞서 한화그룹은 한화오션을 계열사로 편입하면서 2조 원의 자금을 투입해 3자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1조 원, 한화시스템 5000억 원, 한화임팩트파트너스 4000억 원, 한화컨버전스 299억 원, 한화에너지 코퍼레이션 701억 원 등이다. 한화오션 재무개선과 투자를 위해 한화그룹 차원에서 총 2조7700억 원이 투입된 것이다.

이처럼 한화그룹 계열사들의 대규모 자금 투입으로 사업이 부진할 경우 현금흐름이 악화되거나 재무건전성 지표가 부진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걱정되는 계열사는 한화오션의 대주주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다. 지난 5월 한화오션 인수 과정에서의 증자 대금 1조 원에 이어 유상증자로 인한 자금 3900억 원, 여기에 그룹의 미국 내 신사업(한화 퓨처프루프사 지분 투자)으로 인한 출자금 비용 6500억 원까지 포함한다면 약 2조 원의 자금이 투입된다.

박현준 나이스신평 책임연구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오션 인수와 유상증자 참여, 퓨처프루프에 대한 출자 등 연이은 비경상적 투자부담으로 재무적 여력이 소진되고 있다"면서 "재무 레버리지가 상승하고, 추가 투자 여력이 제한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신용도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고 설명했다.

김종훈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도 "그룹의 확장적 투자기조의 연장선 상에서 한화오션에 대한 추가 지원이 발생하는 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그룹의 재무안정성에 분명한 부담 요인이다"면서 "한화오션과 미국 현지 합작법인의 신사업 투자의 경우 투자 성과가 가시화될 때까지 적지 않은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공장 증설 등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기계획된 자체 투자부담도 내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는 조선업종이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세계 경기 둔화 등의 불확실성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화오션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는데, 조선업 사이클이 하향 국면으로 접어들면 투자금이 손실로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주환경이 개선되고 향후 2~3년간 일감을 확보했지만 한화오션의 경우는 아직 과거 저가수주를 한 물량을 완전히 털어내지 못한데다 선별 수주를 단행해 일감이 많은 상태가 아니다"면서 "만일 글로벌 경기 둔화와 인플레이션 등으로 인해 조선업 사이클이 다시 하향 국면으로 접어들면 (한화)그룹 차원에서 추가로 자금을 수혈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유상증자가 재무 개선 목적보다는 방산부문과 친환경·디지털 선박 개발·해상풍력·스마트야드 관련 투자이기에 장기 관점에서는 수익성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유준의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조선업종이 중기 관점에서는 회복세를 보일 전망이고 LNG선, 친환경 선박 등 주력 선종의 양호한 수주여건 하에 건조량이 늘어나고 특수선 등 고선가 프로젝트 비중 확대 등으로 매출이 점차증가할 것"이라며 "수주잔고 구성 상 저선가 물량이 축소되고 있어 2023년 4분기 이후에는 영업흑자 전환이 가능하고, 방산부문은 대규모 해외 프로젝트 수주를 기반으로 매출과 이익이 확대돼 그룹 내 캐시 카우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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