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라 2세 윤근창號, 상반기 실적 부진…'1조 투자 계획' 좌초 위기?


휠라 부문, 매출보단 브랜드 이미지·마진 개선 중요
지난해 '위닝투게더' 선포…대대적 혁신 이룰 것

윤근창 휠라홀딩스 대표는 지난해 2월 글로벌 5개년 전략 위닝투게더를 선포했다. /휠라홀딩스

[더팩트|이중삼 기자] 국내 한 패션기업 총수가 '마부정제'(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더욱 발전·정진한다는 뜻) 정신으로 지난해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이젠 글로벌 시장 제패까지 이뤄내겠다는 목표로 다양한 사업을 꾸려 추진 중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 수익성 악화라는 암초에 부딪히면서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윤윤수(78) 휠라홀딩스 회장의 장남 윤근창(48) 휠라홀딩스 대표이사 얘기다.

윤 대표는 지난해 2월 글로벌 5개년 전략 '위닝투게더'(그룹 미래 성장을 견인할 전략 계획·5년간 1조 원 투자)를 발표하며 앞으로 그룹이 추진할 핵심 전략안을 공개했다. 핵심은 △브랜드 가치 재정립 △고객 경험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 구축 △지속가능성장 등 3가지로 요약된다.

7일 <더팩트> 취재 결과 2년째 추진 중인 해당 전략은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휠라홀딩스가 올해 상반기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인 점, 하반기에도 개선이 안 된다면 향후 전략 추진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휠라홀딩스는 브랜드 가치 재정립을 위해 기술력·디자인 분야에서 역량을 갖춘 인물들로 글로벌 조직을 구성했다. 휠라홀딩스는 25년 이상 스포츠·라이프스타일 분야에서 업적을 쌓은 '루카 버톨리노'(Luca Bertolino)를 글로벌 전략 마케팅 디렉터로 발탁했다. 디자인팀의 경우 2013년부터 2021년까지 푸마에서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직책을 맡은 '토스텐 허쉬티터'(Torsten Hochstetter)를 자리에 앉혔다.

이날 휠라홀딩스 관계자는 "한국·미국 등 직접 사업 운영 지역의 수장을 새롭게 선임하고 조직을 개편하는 등 새로운 출발을 위한 신호탄을 쐈다"며 "브랜드의 통일된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내년도 글로벌 공통으로 선보일 제품을 기획·제작 중에 있다. 해당 제품들을 통해 브랜드 아이덴티티 통합 작업에 집중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고객 경험 중심 비즈니스 모델 구축의 경우 올해 2월 'D2C 역량 강화' 일환으로 공식 온라인 스토어를 리뉴얼 오픈했다. 새롭게 선보인 온라인 스토어는 단순한 구매 채널을 넘어 다양한 브랜드 콘텐츠를 경험하는 일명 '디지털 플래그십 스토어'로 탈바꿈했다. D2C는 기업이 소비자와 직거래를 하는 형태의 비즈니스를 의미한다.

휠라홀딩스 관계자는 "새롭게 단장한 온라인 스토어를 통해 고객과의 소통 접점을 점차 확대하고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며 "지속가능성장은 2019년부터 매년 보고서를 발간하며 그룹의 방향성·전략 그리고 재무·비재무 성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휠라홀딩스는 위닝투게더 전략 아래 브랜드 가치를 확고히 하고 사업 전반에 걸쳐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 지속가능 활동을 통한 공유 가치 창출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올해 경기 불황 여파로 국내 패션업계 실적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경기 흐름을 봐야겠지만 하반기 전망도 밝지 않다고 본다"며 "휠라홀딩스가, 특히 휠라 부문에서 하반기 수익성 개선에 실패한다면 현재 추진 중인 전략에도 영향이 가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휠라홀딩스는 올해 상반기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더팩트 DB

◆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2523억 원…지난해 대비 688억 원 줄어

2018년 윤 대표가 사령탑에 오른 뒤 휠라홀딩스 실적은 고공행진을 달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의하면 최근 3개년 휠라홀딩스 매출은 △3조1288억 원(2020년) △3조7939억 원(2021년) △4조2217억 원(2022년), 영업이익은 △3410억 원(2020년) △4928억 원(2021년) △4350억 원(2022년)을 기록했다. 윤 대표는 창사 첫 연매출 4조 원 돌파라는 성과를 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상반기 실적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의하면 올해 상반기 매출은 2조2556억 원, 영업이익은 2523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2조2454억 원)은 102억 원 늘었지만 영업이익(3211억 원)은 688억 원 줄었다.

영업이익이 크게 하락한 이유는 '휠라 부문'의 실적 부진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휠라 부문이 외형성장은 물론 수익성까지 크게 감소하면서 전체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휠라홀딩스의 사업은 △휠라 부문 △골프 관련 자회사 아쿠쉬네트 등으로 나뉜다. 휠라홀딩스 사업보고서에 의하면 휠라 부문 상반기 매출은 4741억 원, 영업이익은 -421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분기 대비 매출(6861억 원)은 2120억 원 줄었고 영업이익은 860억 원이었는데 올해 상반기 적자로 돌아섰다. 반면 아쿠쉐네트는 올해 상반기 매출 1조7814억 원, 영업이익은 294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매출 1조5592억 원·영업이익 2351억 원) 대비 각각 2222억 원, 593억 원 늘었다.

이에 대해 휠라홀딩스는 관계자는 "휠라 부문의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해 매출보다 브랜드 이미지·마진 개선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며 "브랜드 인식 전환에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통일된 전략 아래 마케팅과 제품, 채널 전력을 시행할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 하반기 리브랜딩 채널 위주 매출 채널 조정 작업을 계속할 방침이며 오프라인 매장 효율화를 위해 매장 컨디션 개선뿐만 아니라 디스플레이 개발 등 질적 환경 개선에도 집중할 예정이다"고 첨언했다.

올해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영업이익 전망치(가이던스)를 대폭 하향한 것과 관련해선 "국내 유통채널 재조정·미국 법인 재고 축소 등 휠라 한국 법인과 미국 법인이 5개년 전략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실적 조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휠라홀딩스는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기존 연결기준 연간 매출 가이던스는 유지, 영업이익 가이던스는 하향 조정했다. 올해 연결기준 매출은 지난해 대비 5~10%, 영업이익은 30~40%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영업이익 가이던스를 수정했는데 수익성 타격이 생각보다 더 클 것으로 내다본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실적이 저조하게 나오더라도 이는 경영 전략 수정의 과도기적 현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위닝투게더 기간 동안 실적이 끝내 회복되지 못한다면 실패한 전략이라는 오명이 윤 대표에게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종갑 인천재능대 유통물류과 교수는 "휠라홀딩스는 리브랜딩 전략을 뉴트로 트렌드를 반영한 새로운 이미지 브랜딩 전략으로 전환하는 과정이 있다"며 "하반기 실적이 하락한다면 과거의 브랜드 이미지를 변화무쌍한 MZ세대(밀레니엄+Z세대)를 포괄하는 고유 브랜드로 전환하기 위한 마찰 손실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전략을 펼치는 기간 동안 실적이 지속해서 떨어진다면 (윤 대표가 선포한 전략)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실적 개선 일환으로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브랜드 이미지 전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디지털 마케팅과 소셜 미디어(SNS)를 적극 활용하고 한정판 판매, 품질을 반영하는 가격 전략 등을 펼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j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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