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최근 보험업계가 여성 전용 특약을 담은 상품이나 여성 전용 운전자보험 등을 출시하며 '여심잡기' 총력전을 벌이고 있어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여성 특화 시장의 높은 잠재력이 이유로 꼽히는 가운데 남성 고객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보험업계는 여성 운전자를 위한 보험상품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한화손해보험은 지난 4일 '한화 여성플랜 자동차보험'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레이디 케어, 가사도우미지원금, 가방·핸드백손해 보장, 카시트·유모차손해보장특약으로 구성됐다.
레이디 케어 신규 특약은 자동차 사고로 7급 이상 부상 발생 시 건강회복지원금·물리치료지원금·휘트니스지원금 등 총 6개 담보를 하나의 특약으로 보장한다. 업계 최초로 신설된 가방·핸드백손해보장특약(100만 원 한도)과 카시트·유모차손해보장특약(각 50만 원 한도)은 자기차량손해담보에서 보상받지 못했던 여성관련 물품과 유아용품 손해도 보장한다.
한화손해보험 관계자는 "지난 6월 설립한 라이프플러스 펨테크 연구소와 함께 여성 니즈와 특성 연구를 통해 지속적인 특화 상품과 서비스를 출시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화재도 지난 6월 여성 전용 상품 '레디 포(For) 레이디 운전자보험'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자녀의 등·하원을 목적으로 운전하는 여성 운전자의 특성을 반영해 자녀동승 자동차부상치료비(자부상) 특약과 가전제품 수리비 특약, 여성 특화 생활질병 특화 등을 비롯해 골다공증 진단비와 대상포진 진단비 등을 보장한다.
메리츠화재도 여성 운전자를 위한 '여성 중대사고 보상' 특약을 제공하고 있다. 이 특약은 여성 피보험자가 상해를 입어 자기신체사고 또는 자동차 상해에 의한 보험금이 지급되는 경우 화상 위로금 또는 성형 위로금을 지급한다. 화상 위로금은 피부 손상률에 따라 최대 1억 원까지 보장한다.
생명보험사들도 여성을 위한 맞춤형 상품을 내놓았다. 교보생명은 올해 2월 '(무)교보실속여성건강종신보험'을 출시했다. 이 보험은 여성GI종신보험으로, 사망은 물론 암과 일반적질병(GI), 장기간병상태(LTC)까지 평생 보장받을 수 있다. 교보생명에 따르면 상품 출시 후 판매 2달이 채 안 된 시점에서 1만여 건 정도 판매를 기록했다.
흥국생명은 지난달 여성 전용 건강보험인 '(무)흥국생명 GOGO다(多)담은 여성건강보험(해약환급금 미지급형V2)'을 내놓았다. 이번 상품은 3대 질병인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등의 이력을 가진 여성 유병자들도 보험료 할증 없이 암, 2대질환 관련 특약에 가입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보험업계가 이처럼 여성 전용 특약을 담은 상품이나 여성 전용 운전자보험 등을 출시하면서 그 이유에 시선이 모인다. 보험사들은 여성 특화 보험시장의 잠재력이 높다는 점을 대표적인 이유로 꼽는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여성 전용 상품은 업황이 부진한 상황에서 타깃 세분화 등 마케팅, 판매 전략 차원에서 이뤄지는 상품 개발을 위해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보험연구원은 여성은 남성보다 평균 수명이 길고 임신·출산뿐만 아니라 예방 목적의 건강관리에도 적극적이어서 특화 보험시장의 잠재력이 높다고 평가했다. 여성 건강관리 사업 규모는 2030년 1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활동에서 차지하는 여성의 비중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여성의 사회적·경제적 지위가 높아지고 여성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여성을 대상으로 한 보험상품 마케팅도 고개를 들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최근 기업에서 여성 임원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며 "이에 따라 보험사들도 일과 건강을 모두 챙기려는 여성들을 위한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여성 고객에 대한 혜택만 강조되면서 남성 고객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여성을 위한 할인 혜택은 늘어나는 데 비해 남성을 위한 전용 상품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보험사들은 다양한 직종과 성별군에 맞춘 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역차별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보험사 관계자는 "여성 전용 상품 출시가 남성의 역차별에 해당하진 않는다고 본다"며 "다양한 직종, 성별군에 맞춘 상품을 판매, 개발하고 있으며 보험 본연 가치를 널리 알리고자 하는 차원이다. 의료 보장 차원에서 이뤄지는 구분이 역차별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