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정리=이한림 기자]
◆ 이복현, '라임 펀드 사태' 사모펀드 특혜성 판매 의혹 조사 강한 의지
-이번에는 증권가 소식을 들어볼까요. 금융당국과 검찰이 '라임 펀드 사태'로 부르는 사모펀드 특혜성 판매 의혹을 다시 들여다보기로 한 가운데, 강도 높은 조사가 이뤄지고 있어 증권가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고요?
-네. 검찰이 이번 주에만 미래에셋증권과 유안타증권에 대한 압수수색을 했습니다. 이번 압수수색은 라임펀드가 대규모로 환매를 중단한 2019년 10월 직전에 유력 인사나 특정 기업에 특혜성으로 자금을 돌려줬다는 의혹 규명 차원으로 해석되는데요. 검찰은 두 증권사에 라임펀드 판매 관련 자료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검찰은 이들 증권사가 유력 인사에 돌려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다른 고객들이 투자한 펀드 자금을 불법으로 끌어다 쓴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이른바 펀드 돌려막기 의혹이 있는 조기 환매 펀드가 총 4개인 만큼 추가 압수수색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그렇군요. 금융당국도 특혜 판매 의혹과 관련해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등 증권사를 상대로 전면 조사를 벌이고 있죠?
-우선 미래에셋증권이 한 국회의원에게 라임 펀드 환매를 권유했다는 특혜 의혹을 받고 금융감독원(금감원)으로부터 현장 검사를 받았고요. 200억 원 규모의 라임 펀드를 농협중앙회에 판매한 NH투자증권도 금감원의 현장 조사를 받을 예정입니다.
-금융당국과 검찰의 이번 조사가 강도 높게 이뤄지면서 업계에서는 다소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도 이어진 듯한데요.
-네. 특히 금융당국은 환매 권유 과정에서 증권사가 부실을 미리 알고 있었는지, 환매 대금에 운용사 고유 자금이 유입된 것을 인지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현장 조사를 했는데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가 바싹 긴장하는 모습입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금감원의 검사량이 늘었다고 볼 순 없으나 점검이 강도 높게 진행되면서 업계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면서 "또 검사 결과를 자세하게 알리고 있어 업계와 시장에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습니다.
그런데도 금융당국은 조사 강도를 더욱 높일 전망도 나오는데요. 이번 조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복현 금감원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 원장은 지난달 29일 임원회의에서 "최근 일련의 업무는 원장이 책임지고 가는 것"이라며 임직원들을 독려하면서도 조사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는데요. 이 원장이 업계의 반발에도 특혜 의혹과 관련해 강도 높은 재검사 의지를 다지고 있어 긴장감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습니다.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에 현대차·LG화학·한화 우군…지분 경쟁 고지 '선점'
현대자동차그룹이 고려아연과 '배터리 동맹'을 맺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우군 지분이 높아지면서 영풍그룹에서 고려아연의 계열 분리 독립을 가속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현대차가 고려아연에 대규모 투자를 했다면서요.
-네 맞습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가 공동 투자해 설립한 해외법인 'HMG글로벌'을 통해 고려아연 지분 5%(104만5430주)를 주당 50만4333원, 총 5272억 원에 인수하고 고려아연과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 사업 제휴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습니다.
고려아연은 현대차 투자금을 활용해 연산 4만2600t 규모의 니켈 제련소를 울산에 건설하고, 오는 2026년부터 니켈을 공급할 예정입니다.
-현대차그룹과 고려아연간 동맹의 이유는 뭔가요.
-고려아연과 협력하면 현대차그룹은 당장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회피할 수 있게 됩니다. IRA 법상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을 받으려면 미국 혹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나라에서 생산한 배터리 재료를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해야 하는데요. 한국은 미국과 FTA를 맺었기 때문에 울산에서 생산된 배터리 소재를 활용한다면 세액공제 대상이 됩니다.
장기 관점에서는 배터리 내재화가 목적입니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이 배터리인데, 자동차 제조사가 직접 만들지 못하면 여러 불리한 점을 감수해야 하는데요. 그 중 하나는 배터리 제조업체가 가격을 비싸게 책정한다는 데 있습니다. 자체 생산이 가능하다면 시간과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고, 수익성도 크게 올라갈 수 있죠. 안정된 소재 공급처를 확보하고, 배터리 자체 생산 기반을 마련하려는 의도로 분석됩니다.
-현대차그룹의 투자가 고려아연의 계열 분리를 돕는다는 건 무슨 얘기인가요.
-고려아연의 지분 5%를 구매하는 것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고려아연은 영풍그룹 소속인데요. 영풍그룹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설립한 이후 고려아연 계열사들은 최 씨 일가가, 다른 전자계열사 등은 장 씨 일가가 경영해 왔습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최근 경영권 강화 행보를 보이면서 최 씨 일가와 장 씨 일가의 지분 경쟁이 수면 위로 떠올랐는데요. 양측은 꾸준히 지분을 매입하며 고려아연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현재 장 씨 일가는 50% 이상 지분율을 보유한 ㈜영풍을 통해 고려아연 지분 26.11%를 보유하고 있으며, 가족 개인이 보유한 지분 등을 모두 합하면 총 32.38%를 가지고 있습니다. 최 씨 일가 측은 18% 수준인데, LG화학(1.2%), 한화H2에너지USA(5%), ㈜한화(1.97%), 한화임팩트(1.88%) 등 우군을 모두 합하면 28.17%가 됩니다. 여기에 현대차 5% 지분이 추가로 우군으로 합류하면 33.17%로 장씨 일가보다 지분이 늘어납니다.
-최윤범 회장이 계열 분리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는 뭔가요.
-영풍과 고려아연의 격차가 벌어지는 데 있습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지난 2013년부터 2021년 3분기까지 약 8년간 영풍과 고려아연의 실적을 비교한 결과, 고려아연의 성장세가 영풍의 3배 가까이 높았습니다.
영풍은 지난 2013년 이후 2021년 8년간 개별 기준으로 매출액은 1조5428억 원에서 1조3345억 원으로 26.6% 증가했지만, 고려아연은 같은 기간 4조2324억 원에서 7조1625억 원으로 69.2% 늘었습니다. 특히 최근 3년인 2019년 이후에는 영풍이 1%가량 매출이 감소한 반면, 고려아연은 37.2% 증가하며 그 격차가 더욱 벌어졌습니다. '한 지붕 두 가족'에서 한쪽이 실적이 저조하니, 다른 한쪽은 분리 독립을 하는 게 유리하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최윤범 회장의 개혁 성향도 작용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최 회장은 취임 직후 3대 신사업을 앞세운 '트로이카 드라이브'를 목표로 내세웠습니다. 비철금속 제련기업이란 업종에 국한하지 않고 신재생에너지·그린수소, 2차 전지 소재, 리사이클링을 통한 자원순환 사업을 적극 시도해 '퀀텀 점프'를 하겠다는 복안입니다.
최 회장은 일찌감치 친환경 전환 흐름을 읽고 호주 SMC 사업장에 필요 전력 상당 부분을 실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했습니다. 지난 2020년에는 고려아연이 전 세계 대형 제련소 가운데 최초로 사용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고 약속하는 'RE100'에 가입을 선언하기도 했죠.
이러한 신사업 추진에 있어 영풍그룹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지분 구조상 영풍그룹의 간섭이 들어오는 구조이기 때문에, 완전히 독립해 새로운 사업을 적극 추진하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전략이죠.
-어쨌든 장씨 일가 쪽에선 기분이 나쁠 수도 있겠네요.
-네. 고려아연의 기타비상무이사를 맡고 있는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은 이번 현대차그룹 지분 투자를 위해 추진되는 유상증자와 관련한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불만을 우회로 표출한 것으로 해석되는데요. 고려아연도 미리 알려주지 않고 이사회가 열리기 전날에야 장 고문 측에 이사회 안건을 공유했다고 합니다.
장 고문은 지난해 8월에도 고려아연이 ‘한화H2에너지USA’를 대상으로 유상증자하는 안건을 결의했을 때도 불참했는데요. 사실상 최윤범 회장이 우군 지분을 확보하는 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최 회장은 계열분리를 정말 할 수 있을까요?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영풍그룹 주력 계열사인 고려아연은 그룹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영풍은 당연히 놓아주기 어렵죠. 현행 공정거래법상으로는 계열분리를 하려면 특수관계인의 주식 보유 비중을 상호 3% 미만(상장사 기준)으로 낮추고, 겸임 임원이나 채무 관계 등도 정리해야 합니다. 두 집안이 원만히 합의하지 않으면 현실상 계열분리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계열 분리 논란과 별개로 영풍과 고려아연 모두 국내 비철금속과 이차전지소재 사업 등 여러 부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업인데요. 아무쪼록 기업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는 방향으로 결정이 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