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지혜 기자] 현대건설이 시공중인 아파트 단지에서 누수와 곰팡이가 발생해 입주예정자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내년 상반기 입주를 앞두고 문제가 확인되자 입주예정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이미 한 차례 입주 시기가 미뤄지며 공정을 서두르는 과정에서 시공부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입주민들의 불안도 고조되고 있다. 반면 현대건설 측은 준공까지 시간이 남은 만큼 공정에 맞춰 적절히 시공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더팩트> 취재진이 지난 1일 찾은 인천 연수구 '힐스테이트송도더스카이' 신축 현장에서는 직원들이 분주하게 공사를 이어가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단지는 촉박한 공사 기간에 쫓기고 있다. 현대건설은 올해 3월 입주예정자들에게 입주 시기를 3개월 지연한다고 통보했다. 당초 입주 예정 시점은 내년 2월이었지만, 이를 5월로 미뤘다. 입주 예정자들이 납부한 계약·중도금에 대해서는 입주 지연 기간 지체 배상금을 산정해 잔금에서 공제하기로 했다.

공사기간 압박이 가중하는 상황에서 지하 시설의 누수와 곰팡이도 발생했다. 입주예정자들은 시공 현장 관계자를 통해 지하 주차장 바닥 곳곳의 누수와 천장의 곰팡이를 확인했다. 현대건설 측에 조치를 요구하고 나섰지만 시공사가 입주 예정자들의 현장 진입을 막으면서 갈등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이에 지난달 30일에는 입주예정자협의회(입예협)가 서울 종로구 현대건설 본사와 인천 경제자유구역청 앞에서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시위를 갖기도 했다.

입예협 관계자는 "현대건설 측은 천재지변과 노동조합의 파업에 의한 공기지연을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인근 토양이 진흙이라 물이 많이 유입되고, 뻘이 많아 지반 작업에 시간을 많이 썼기 때문"이라며 "엎친데 덮친 격으로 사망사고까지 발생해 공사가 아예 멈추기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 현장에서는 지난해 1월 12일 작업 중이던 노동자가 떨어지는 철제 구조물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 해당 노동자는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치료 과정에서 사망했다. 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 발생했지만, 고용노동부의 산업안전보건감독 등을 위해 1개월간 공사가 중단됐다.

현대건설은 사고 발생에 의한 공기지연에 대해선 일축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인력수급난, 화물연대의 파업, 시멘트수급 불안, 건설노조파업 등 복합적인 이유로 공사 기간이 지연됐다"며 "사고 발생에 따른 공사 중단이 입주 지연의 주된 요인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입주예정자들은 공기 압박과 입주 지연이 부실시공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입예협 관계자는 "현재로선 연기된 내년 5월 입주도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최근 시공부실과 안전 문제로 시끄러운 상황에서 입주민들의 우려가 크다"고 토로했다.

현대건설은 누수와 곰팡이가 공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로 보고 있다. 준공까지 시간이 남은 만큼 원칙대로 시공한다는 방침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방수와 배수를 조치해 적절한 품질 기준에 따라 시공하고 있다"며 "지하 수위도 높고 해당 현장에 적용된 공법의 특성상 물이 비칠 수 있는 상황인데, 입주민들이 이를 자의적으로 해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곰팡이의 경우 아직 환풍기를 설치하지 않아 온도차와 습기의 영향으로 생겼다"며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입주예정자들과 현대건설의 마찰음이 커지자 지자체도 중재에 나섰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지난달 30일 양측의 요구와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적절한 조치를 통해 지하 주차장에 발생한 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됐는지 직접 확인하겠다는 것이 입예협 측의 요구다. 이에 현대건설은 입주민들 현장 확인의 가능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입예협 측은 "지자체에서도 현대건설 측에 입주 예정자들의 현장 확인을 독려했다"며 "누수와 곰팡이가 시공 과정에서의 일시적인 문제로, 금방 해결되는 상황이라면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꼬집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원칙적으로는 불가능하지만 지자체의 허가 하에 안전관리자와 감리를 동원해 입주민의 현장 확인이 가능한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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