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새 22조 증가…은행권 '기업금융' 경쟁 치열


4대 시중은행 기업대출 669조 원
금융당국 가계대출 증가 우려에 은행들 기업대출로 선회

기업금융이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향후 은행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은행권이 기업금융을 강화하고 있다. 향후 기업금융이 은행, 더 나아가 전체 금융지주의 실적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남은 하반기에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30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올 상반기 기업대출 잔액은 총 668조7000억 원으로 전년 말 대비 3.7%(22조6000억 원) 증가했다.

4대 시중 은행 중 가장 기업금융 성적이 좋은 곳은 KB국민은행이었다. 상반기 기준 기업대출 잔액 기준으로는 국민은행이 167조3000억 원으로, 전년 말과 비교해 2.9% 늘며 4대 은행 중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 뒤를 우리은행(160조815억 원)이 맹추격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같은 기간 1.9% 증가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155조168억 원, 155조569억 원으로 집계됐으며, 각각 2.8%, 7.4%의 성장률을 보였다.

대기업 대출의 경우 우리은행이 4대 시중은행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2분기 말 우리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전년 말 대비 11.5% 늘어난 41조920억 원을 기록했다. 국민은행(33조8000억 원), 신한은행(27조7570억 원), 하나은행(25조9360억 원) 등 순으로 뒤를 이었다.

4대 시중은행의 올 상반기 기업대출 잔액은 총 668조7000억 원으로 전년 말 대비 3.7%(22조6000억 원) 증가했다. /더팩트 DB

은행권은 최근 기업금융 강화 기조를 보이고 있다. 금리 상승으로 인한 이자 장사 비판과 가계대출 수요 둔화가 맞물리면서 기업금융 확대로 성장세를 이어 나간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앞서 금융당국은 연초부터 은행들이 과도한 이자로 수익을 내고 있다고 지적하며 '상생금융'을 강조해 왔다. 이에 개인금융을 공격적으로 유치하는 게 어려워지면서 그 돌파구로 기업금융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4대 시중은행의 올 상반기 가계대출 잔액은 548조1638억 원으로 전년 말 대비 1.4%(7조8771억 원) 감소했다.

이에 앞으로 기업금융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잔액도 더 가파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가계대출을 더 늘리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기업금융에 집중하고 있다"며 "다른 은행들도 공격적인 영업을 예고한 만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기업금융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디지털화가 함께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개인금융에 비해 기업금융의 디지털화가 상대적으로 부진하다는 분석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한국 은행은 비대면 기능을 강화하고 경영 지원 서비스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글로벌 은행 대비 데이터를 활용한 우량 고객 판별 역량과 신기술 전반의 전문 서비스 제공은 해외 은행 사례를 참고해 개선이 필요하다"며 "그간 기업금융은 업무의 전문성과 오랜 기간 쌓아 온 기업과의 관계 등을 바탕으로 은행이 전담해 왔지만 최근 빅테크의 침투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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