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최근 금융권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DB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DB손해보험과 DB생명보험이 ESG 경영에서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DB손보는 '투명경영'을 강조하며 ESG 종합평가보고서인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매년 발간하고 있으나 DB생명은 아직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내지 않고 있다. 특히 DB생명을 비롯한 비상장기업은 ESG 경영 의무화 대상 기업에 속하지 않아 투자를 통한 수익성 확보에 유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DB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DB손보와 DB생명이 ESG 경영에서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DB손보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매년 발간하고 있다. DB손보는 최근에도 지난달 31일 자사 홈페이지에 '지속가능경영통합보고서 2023'을 공시했다. 또 지난해 DB손보는 ESG경영, 소비자중심경영 활동과 성과를 4편의 동영상으로 제작했다. 각편마다 DB손보의 CEO인 김정남 부회장이 직접 출연해 ESG경영에 대한 철학과 방향성을 이해관계자들에게 설명하고 향후 실천의지를 명확하게 전달했다.
그러나 DB생명은 회원 소개 자료로 'DB생명 애뉴얼 리포트 FY2022'를 발간했을 뿐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따로 내지는 않고 있다. DB생명 관계자는 "현재 발간 진행 중인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없고 추후 준비 중에 있다"며 "시기가 정확하게 정해져 있지는 않고 지금까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제작한 적이 없어서 현재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한국ESG기준원(KCGS)이 ESG 평가를 실시하는 대표 기관으로 꼽힌다. KCGS에 따르면 DB손보는 2022년 ESG 경영 평가에서 B+ 등급을 받았다. 환경, 지배구조 부문에서 B+등급을 받았고 사회 부문에서 A등급을 받았다.
비상장회사인 DB생명은 지배구조 부문에서 B+등급을 받았다. 비상장회사의 평가등급은 지배구조에 한해 공개된다.
KCGS는 국내 상장사 ESG 경영을 S(탁월), A+(매우우수), A(우수), B+(양호), B(보통), C(취약), D(매우취약) 총 7등급으로 평가하고 있다.
ESG 경영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보험업계도 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추세다. 다만 일부 중소형보험사들이 보고서 발간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면서 부족한 부분에 대한 개선 의지 자체가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비상장기업은 ESG 경영 의무화 대상 기업에 속하지 않아 투자를 통한 수익성 확보에 유리하다는 분석도 있다. 이에 따라 상장사인 DB손보와 달리 비장상사인 DB생명이 ESG 경영 의무화를 면한 만큼 이와 관련한 소극적인 태도로 수익성 확보를 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에서는 ESG경영 실천을 위해 탈석탄 투자를 선언하는 등 자산운용 쪽에서 ESG에 어긋나는 것들에 대한 투자를 확 줄이고 있다"며 "대형 보험사들은 ESG보고서를 발행해야 하기 때문에 수익이 난다고 해도 ESG에 어긋나는 것들은 진행하기 어렵다. ESG보고서를 내지 않는 중소형 보험사는 규모가 되지 않거나 투자를 통한 수익성에 집중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현재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기업들이 의무적으로 작성해야 할 사항은 아니다. 중소보험사 중에서는 비용 문제를 들어 보고서 발간을 꺼리기도 한다. 보험업계 ESG 공시는 향후 금융당국의 판단에 따라 의무화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4분기 중 'ESG 공시제도 로드맵'을 발표한다. 해당 로드맵은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모든 상장사에 ESG 전반의 공시를 의무 도입·시행하는 내용이 골자다. 로드맵에는 연도별 ESG 공시 의무화 대상 기업과 적용 계획 등이 포함된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17일 '국제 지속가능성 보고 세미나'에 참석해 "한국 경제는 상품 수출, 수입 등에서 대외의존도가 높고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제조업 비중이 크다는 특성이 있다"며 "기업들이 우려하는 부분을 이해하고 있는 만큼 ESG 공시 제도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국내 산업 구조의 특성과 기업들의 준비 상황을 균형 있게 고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