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이한림 기자] 지난해 증권사 중 처음으로 서울 지하철 부역명 낙찰(5호선 여의도역)을 받은 신한투자증권이 9호선 여의도역에도 수억 원을 들여 이름을 넣으면서 화제를 모은다. 증권사뿐만 아니라 다른 금융사들도 최대 9억 원에 달하는 서울 지하철 부역명을 사들이고 있는 만큼, 금융권이 거금을 들여 지하철 이름 넣기 경쟁을 벌이는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증권사는 물론 금융지주, 은행, 카드 등 금융사들이 지하철 부역명에 자사의 이름을 넣고 해당 지하철역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자사 이름이 방송되기 위해 역명병기 입찰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 지하철 부역명을 사들인 곳은 신한투자증권이다. 신한투자증권은 23일부터 서울 지하철 9호선 여의도역 표지판 옆이나 괄호 안에 '신한투자증권' 이름을 넣었다. 지난 16일 서울메트로9호선에서 진행된 여의도역 역명병기 유상판매 입찰에서 최종 낙찰받았기 때문이다. 낙찰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최소 5억 원 이상일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지난해 7월부터 5호선 여의도역 부역명을 낙찰받아 사용 중이었기 때문에 이번 9호선 여의도역 역명병기 낙찰까지 포함하면 10억 원이 넘는 금액을 지하철 이름 넣기에 사용 중인 셈이다.
여의도역뿐만 아니라 다른 지하철역에서도 금융사들의 이름을 찾아볼 수 있다. 여의도역과 한 정거장 거리인 9호선 샛강역의 부역명은 'KB금융타운'이다. KB금융지주 본점과 KB생명보험, KB증권 등이 여의도 증권가에 자리하고 있어서다. 또 9호선 국회의사당역 역시 KDB산업은행이 부역명을 낙찰 받아 사용하고 있다.
은행이나 카드사, 금융지주 등이 몰려있는 종로나 을지로 인근 지하철역들에서도 금융사들의 이름이 괄호 안에 들어 있다. 명동역은 '우리금융타운', 종각역은 'SC제일은행', 을지로입구역은 '하나은행', 을지로3가역은 '신한카드', 을지로4가역은 'BC카드'가 유상 역명병기 입찰을 통해 낙찰 받아 사용 중이다.
역명병기는 지하철을 관리하고 운용하는 서울교통공사가 지난 2016년부터 도입한 제도로 대상이 된 역에서 1㎞ 이내에 위치한 기업이나 학교, 기관, 병원, 다중이용시설 등이 입찰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사용기간은 통상 3년(1회 연장 가능)이며 낙찰 비용은 유동 인구나 위치 등에 따라 상이하지만, 최소 1억 원대에서 8억 원대에 달한다.
낙찰가가 알려진 지하철 부역명 중 금융사가 가장 비싼 값을 지불한 역은 을지로3가역이다. 을지로3가역의 부역명을 소유한 신한카드는 8억7400만 원에 부역명을 낙찰받았다. 또 기존 기업은행에서 지난해 하나은행으로 부역명이 변경된 을지로입구역은 하나은행이 8억 원에 낙찰받아 이름을 넣고 있다.
이처럼 증권사를 포함한 금융사들이 지출을 감수하고서라도 지하철 부역명에 이름을 넣기 위한 까닭으로는 브랜드 이미지 마케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수억 원대의 낙찰 가격에도 지하철역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기업 이름을 한 번 더 인식시켜 줄 수 있고, 장소가 주는 상징성 등을 통해 마케팅 효과를 누리기 위함이다.
종각역 역명병기를 입찰받아 사용 중인 SC제일은행은 종각역에 회사 이름을 넣은 후 브랜드 인지도가 약 3% 상승했다는 자체 조사 결과를 밝힌 적도 있다. 신한투자증권 역시 부역명 입찰 배경에 대해 매달 역사를 이용하는 유동 인구가 300만 명을 넘는 여의도역의 상징성을 고려한 결과로 해석된다. 여의도는 역 인근에 14개의 증권사가 있을 정도로 금융 중심지로 불린다.
김수영 신한투자증권 브랜드본부장은 "신한투자증권이 금융의 중심지 여의도의 역사와 성장을 함께 해온 만큼 5호선에 이어 9호선까지 신한투자증권역으로 사용하게 돼 큰 의미가 있다"며 "이를 통해 신한투자증권의 브랜드 경쟁력을 한 단계 진일보시키고 고객과 더 밀접하게 다가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