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없는 충전소마저도 '관리 부실'…하이브리드 인기 지속되나


고장·방치 충전기에 소비자 '불편'…전기차 증가세 둔화
하이브리드차 2년새 2배 성장…전동화 전환 징검다리 된다

충전 인프라 부족으로 전기차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는 가운데 하이브리드차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현대자동차 디 올 뉴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모습. /김태환 기자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충전시설이 부족하고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전기차 이용자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가운데 화석연료와 전기를 함께 활용하는 하이브리드차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친환경차의 지위를 누리면서 전기차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충전소 문제까지도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24일 자동차 업계에서는 휘발유와 경유 등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 전기차 중 하이브리드 차량의 판매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의 통계를 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등록된 하이브리드차는 17만6456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12만5819대)에 비해 40.2% 급증했다. 반면 빠르게 성장하던 전기차는 이 기간 10%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기차 판매 부진은 충전 인프라의 부족과 관리 부실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 20일에는 현대자동차그룹 초고속 전기차 충전소 'E-pit(이핏)'이 시스템 장애를 일으켰다. 당시 전기차 이용자들은 약 6시간 동안 앱 접속과 충전이 안되는 등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환경부의 통계자료를 보면 지난 5월 말 기준 국내에 보급된 전기차 충전기는 모두 24만 기로, 이는 같은 기간 보급 전기차 수(46만5000대)의 절반 수준이다. 특히 급속 충전기는 2만5000기 규모로 전체의 10% 수준이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도 국내의 전기차 충전기 보급률이 낮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조사한 결과, 전기차 100대당 충전기 수는 일본 153.1기, 미국은 185.3기, 독일은 230.4기, 영국 318.5기로 집계된다. 영국의 경우 국내보다 6배 가까이 충전소가 더 많았다.

여기에 일반 전기차보다 배터리 용량이 낮은 전기트럭과 주행을 많이 해야하는 전기차 택시가 충전소를 점령하다시피 점거, 충전 대란이 벌어지기도 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트럭은 국내에 8만1236대가 등록돼 있는데, 화물을 적재하고 운행할 경우 주행거리가 급격히 떨어져 일선에선 완충해도 200km 정도 밖에 주행하지 못한다"면서 "전기차 택시 역시 운행을 최대한 많이 해야 하는 특성상 충전을 자주 할 수밖에 없어 일반 전기차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하이브리드는 기존 주유소 인프라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고, 연비도 내연기관보다 좋아 소비자들에게 선택받고 있다.

실제 국내에 판매되는 주요 자동차 모델의 하이브리드 판매 비중도 높다. 현대자동차의 대표 세단 모델 그랜저의 올해 1∼7월 전체 내수 판매량은 7만1486대로, 이중 하이브리드차는 3만8176대로 53.4%를 차지했다. 이는 하이브리드가 내연기관 모델 판매량을 처음 넘어선 것이다. 같은 기간 싼타페도 판매량(1만8636대) 중 하이브리드차 판매량(1만547대)도 56.6%로 절반 이상이다.

자동차 업계는 최근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필수로 만들고 있다. 현대차의 풀체인지 모델 '디 올 뉴 싼타페'는 파워트레인을 가솔린 터보와 하이브리드 두 가지로 출시했으며, 기아 '더 뉴 쏘렌토'의 경우도 휘발유, 경유, 하이브리드 3개 트림으로 구성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이 전동화 전환을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충전 인프라 구축 속도가 더디고 전기차 보조금도 줄어드는 추세라 당장은 불편이 야기되고 있다"면서 "최근 유가가 상승하면서 연비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당분간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선호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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