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우지수 기자]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유통업계는 소비자들이 방사능 불안감에 수산물 소비를 꺼릴까 걱정인 분위기다. 수산물을 판매하는 유통 업체들은 방사능 측정기를 매장에 들이고 일본을 제외한 해외 수산물 수입을 대폭 늘리는 등 대응책을 내놨다. 그러나 업계 조치에도 소비자들의 의견은 여전히 냉담했다.
23일 <더팩트> 취재 결과 일본이 원전 오염수 방류를 예고하면서 국내 유통업계가 수산물 관리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2일 관계 각료 회의에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를 이틀 후 오후 1시 해양 방류한다고 결정했다. 앞으로 30년간 134만 톤의 오염수가 바다로 방류되면서 수산물 안전을 걱정하는 여론이 일기 시작했다. 이에 업계와 정부는 소비자들을 안심시키고 수산물 소비세를 지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과거 일본 원전 관련 사건이 있던 때마다 국내 수산물 소비는 급감했다. 이 같은 경험에 비춰 업계는 이번에도 소비자의 수산물 구매에 변동이 있을 걸로 전망했다. 박준모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 연구원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난 2011년에는 노량진수산시장에서 3개월간 일평균 수산물 거래량이 12.4% 줄었고 일본 정부가 오염수 방류를 인정한 2013년엔 대형마트와 도매시장에서 20%, 전통시장은 40%만큼 수산물 소비가 감소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예고 소식이 나온 후 대형마트 3사(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의 수산물 매출은 6, 7월간 전년 동기 대비 5~10%가량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방류 전에 수산물을 사야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두 달간 매출을 지켜낸 마트업계는 오염수 방류 후 매출이 위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자체 방사능 관리 체계를 구축하거나 일본 수산물을 판매하지 않는다는 점을 내세우는 등 대책을 내놨다.
서울 시내 한 이마트의 수산물 코너엔 '국내 수산물 안전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일간 방사능 검사 결과를 열람할 수 있는 QR코드 안내판이 배치됐다. 안내판 옆 TV에선 양식·위판장에서 방사능, 중금속 등 101가지 물질을 정밀 검사하고 있다는 내용의 공익광고가 재생됐다. 매대 관리자는 "방사능 오염수가 이슈다 보니 고객을 안심시키기 위해 도입했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올해 평시·주의·경계·심각 4단계로 구성된 방사능 안전관리 체계를 만들었다. 현재는 평시 단계로 연초에는 방사능 검사 어종 중 최대 25%만큼을 한국식품과학연구원에 위탁해 샘플링 검사를 실행했는데 지금은 최대 50%까지 늘렸다. 주의 단계에서는 검사 대상 어종 중 최대 75% 샘플링 검사를, 경계 단계에서는 최대 100% 검사한다. 이마트 관계자는 "실제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다면 방사능 안전관리 대응 단계를 상향해 주별 검사 건수를 더 확대하고 안전관리도 더 강화한다. 오염수 방류 후 상황을 주시하면서 단계 격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롯데마트는 지난 2월부터 상품 입고 전 단계별 수산물 안전성 검사 체계를 구축했다. 롯데안전센터에서 주요 포구별로 수산물 안전성 검사를 시행한다. 분기별 1회 진행하던 검사 주기를 최근 주 4회로 늘렸고 향후 방류시점에는 검사 횟수를 더 확대할 예정이다. 당사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를 매장에 배치하기도 했다.
홈플러스는 공급업체로부터 상품 검사서를 받아 검토한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2011년 이후에 일본산 수산물을 취급하지 않고 있다. 일본산이 아니더라도 자체 방사능 검사를 통과한 제품만 유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 업계는 오염수 방류 논란이 불거지자 곧 닥칠 추석 연휴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먼저 굴비, 선어, 돔 등 추석 선물세트의 수산물 대표주자를 미리 사들이고 길게는 다음해 설날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비축했다.
롯데백화점은 2011년 이후 일본산 수산물을 판매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이 조사한 수산물 방사능 결과를 꾸준히 확인한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이번 추석 선물세트 속 수산물은 오염수 논란보다 이른 올 4월 이전 수매분으로 구성했다"며 "굴비·선어 등 명절 인기 수산물은 올 설날 기간보다 3배 이상 확보했다. 나아가 내년 설 예상물량까지 미리 비축해뒀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도 명절 주요 수산물을 내년 설 물량까지 확보했다. 또 갑각류와 선어 등 신규 상품의 수입처를 아르헨티나·캐나다·에콰도르 등 일본과 먼 지역으로 대폭 확장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입점 식당에서 사용하는 수산물도 방사능 검사를 마친 제품만 취급한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이후 방사능 대응 확대가 필요하다면 당사 상품과학연구소에서 수행하는 방사능 간이측정기에 더해 더 정밀하게 방사능을 분석할 수 있는 장비도 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전국 16개 매장에 자체 안전성 검사를 시행할 수 있는 간이 방사능 측정기를 구비했다. 오염수 방류 이후 현대백화점 식품연구소의 고성능 방사능 측정기도 십분 활용해 안정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수산물 수입처도 점차 범위를 넓힐 예정이다.
정부도 유통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검사 체계를 대폭 강화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21일부터 국내 수산물 위탁 판매 물량의 80%를 차지하는 전국 43개 위판장을 대상으로 방사능 신속 검사에 착수했다. 수입 수산물의 2차 수산물 원산지 표시 점검에도 나선다. 해양수산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일본산 등 수입 수산물 취급 업체를 최소 3번 이상 방문하는 '투 트랙 점검' 시행을 예고했다.
한편 업계의 갖은 노력에도 소비자들의 오염수 불안은 쉽사리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를 찾은 한 시민은 "수산물 앞에 방사능 안전 생선이라는 팻말을 두거나 읽어도 모르는 방사능 검사 결과를 알려줘도 불안감은 여전하다"며 "기업의 노력은 와 닿지만 마음이 돌아서진 않는다"고 토로했다. 다른 시민은 "오염수가 방류돼서 먹기 꺼려지는 수산물은 일본산만이 아니다"며 "앞으로 해산물을 잘 안 사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소비자 반응에 전문가는 유통업계가 실효성 대응에서 감정적 대응으로 전략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수진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기업들이 방사능 수산물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취한 일련의 조치는 소비자의 눈에 으레 하는 보여주기식 행동으로 비춰질 수 있다. 체계 관리, 검사 수치 공개 등 실용적 조치보다는 소비자가 심리적 안정감을 가지게 하는 게 중요하다"며 "기업이 소비자 보호, 심리 위안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면 소비 이탈이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염수 방류는 개인이 대응할 수 없는 거시적 흐름이다. 소비자는 공적 해결보단 사적 안정감을 되찾아주길 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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