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삼성을 포함한 4대 그룹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재가입 절차가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파악된다. 4대 그룹은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 회원 자격을 자동 이관하는 방식으로 전경련에 복귀할 전망이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8일 이사회를 열고 전경련 재가입과 관련한 현안 보고를 마쳤다. 이사회에서는 전경련 재가입 여부를 비롯해 반도체(DS), 휴대전화(DX) 부문 사업장에 대한 삼성화재 보험 연장 건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은 오는 22일 임시총회를 통해 기관 명칭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바꾸는 안건을 처리한다. 한경협은 지난 1961년 전경련이 설립될 당시 사용했던 명칭이다. 기관 명을 바꾸는 건 '초심으로 돌아가 새 출발하겠다'는 행보다.
임시총회에서는 한경연을 다시 한경협으로 흡수 통합하는 안건도 처리한다. 이 대목에서 4대 그룹의 재가입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4대 그룹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 당시 전경련을 탈퇴했지만, 한경연 회원사 지위는 유지하고 있었다. 4대 그룹이 한경연을 탈퇴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한경협 회원사로 복귀하게 된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사실상 '전경련 복귀'를 의미하는 한경협으로의 회원 자격 승계에 대한 입장을 정리한 것이다.
논의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22일 전경련 임시총회를 통해 내용이 공유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사회 논의와 관련해) 확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
재계는 '재가입 승인'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앞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가 조건부로 전경련 재가입 길을 열었기 때문이다. 삼성은 준감위로부터 '정경유착 발생 시 탈퇴'를 권고받았다. 이찬희 준감위 위원장은 "(전경련) 가입과 미가입을 확정적으로 권고하지 않기로 했다"며 "전경련의 정경유착 행위가 지속된다면 즉시 탈퇴할 것을 비롯해 운영과 회계 등과 관련한 투명성 확보 방안에 대해 철저한 검토를 거친 후 (가입 여부를) 결정하기를 권고했다"고 말했다.
삼성의 전경련 복귀가 현실화되면 지난 2017년 탈퇴 이후 6여 년만이다. 한경연 회원사인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도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재가입 절차를 마무리한 뒤 이를 전경련에 통보할 예정이다.
삼성이 전경련 복귀 움직임을 나타내면서 SK, 현대차, LG 등도 관련 검토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계열사(SK·SK이노베이션·SK텔레콤·SK네트웍스) 이사회에 전경련 복귀 현안 보고를 마쳤다. 지난주 각 이사회에 상황을 설명하고 전경련 복귀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LG(LG·LG전자)도 이사회에 관련 현안을 보고하고 절차를 완료한 상태다. 현대차그룹(현대차·기아·현대건설·현대모비스·현대제철)도 한경연 탈퇴 의사를 밝히지 않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기업 관계자는 "전경련 복귀를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전경련은 한경협으로 기관 명을 변경하면서 류진 풍산그룹 회장을 신임 회장으로 선임한다. 기존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은 고문으로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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