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최문정 기자] 카카오 노조가 또다시 거리로 나왔다. 지난달 카카오 판교아지트 앞에서의 단체행동 후 약 3주만이다. 카카오는 당시 고용안정과 경영진의 책임감 있는 태도를 갖출 것을 요구했지만, 사측의 태도가 달라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카카오 노조는 사측과의 소통 시도를 이어가는 한편, 점차 단체 행동의 수위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이하 카카오 노조)는 16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일대에서 '카카오 공동체 2차 행동. 크루들의 행진'을 실시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달 26일 열린 1차 집회의 연장선에서 이뤄졌다.
카카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엑스엘게임즈 등 다양한 카카오 계열사 직원들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단체 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경영진에게 요구하는 '책임·소통·사과'가 인쇄된 피켓을 붙인 흰색 우산을 들었다. 이날 행사에는 경찰 추산 200여 명, 노조 추산 300명 이상의 인원이 참석했다.
이날 단체 행동은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의 발언으로 시작됐다. 이어 서 지회장이 '불통, 탐욕, 일방적 리더십'이 적힌 박스를 차례로 격파하는 퍼포먼스 이후 행진을 시작했다. 행진은 판교역 광장을 시작으로 카카오 아지트, 네오위즈 사옥에 위치한 엑스엘게임즈,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입주한 H스퀘어까지 이어졌다. 카카오 노조는 행진 도중 가수 김범수의 대표곡인 '보고싶다', '나타나', '제발' 등의 노래를 틀었다. 가수 김범수와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의 이름이 같은 것에서 착안한 선곡이다.
카카오 노조 관계자는 "카카오 공동체 여러 법인에서 권고사직, 희망퇴직, 회사분할 등이 진행되어 고용불안이 확산되고 있지만, 사측은 아무런 대화나 사과 없이 일방적으로 구조조정을 강행하고 있다"며 "경영실패에 따른 피해는 재직 중인 구성원들이 입고 있지만 그와 관련해 경영진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사과도 없고, 대화의 자리에도 나오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특히 카카오 노조는 이날 최근 공개된 본사와 계열사의 주요 경영진의 보수 등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서 지회장은 "(카카오는) 대표의 보수와 사회적 약속, 실적, 주가가 반대로 가고 있으며, 이것이 바로 무책임 경영의 실상"이라며 "경영진은 실패해도 계열사로 이동하거나, 스톡옵션을 행사해 보상을 보장받고 있다"고 목소리를 냈다.
최근 공개된 카카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남궁훈 전 카카오 대표는 상반기 96억8300만 원의 보수를 받았다. 특히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행사 이익 94억3200만 원이 포함되며 규모가 커졌다는 설명이다. 남궁 전 대표의 급여는 올해 상반기 국내 IT업계 전·현직 경영진 중 최고 수준이다.
최근 희망퇴직을 실시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이진수 각자대표는 보수 26억9300만원을 수령해 남궁 전 대표 다음으로 연봉이 높았다.
카카오 노조는 이날 백상엽 전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를 향한 비판을 이어갔다. 백 전 대표는 지난 5월 추가 투자 유치 실패 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직을 사임했다. 그 뒤 그는 비상근 고문 자격으로 회사에 남아있는 것이 알려졌다.
카카오 노조는 단계적으로 단체 행동의 강도를 높여나갈 예정이다. 먼저 이번 주에는 백성엽 카카오엔터프라이즈 고문의 거취에 대한 감사 요구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서 지회장은 "백 고문에 대한 감사를 사측에 요구해 고문 계약 철회 등을 제안할 예정"이라며 "이번 주 중으로 이사회 측에 감사 요구서를 공문 형태로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금은 사측에 요청을 넣는 상황이지만, 거기에 대한 답변이 없을 경우엔 점점 더 강제력이 있는 단계로 갈 것"이라며 "감사 요구를 이사회가 아닌 다른 쪽으로 넣는 방향이나 단체협약 등으로 점점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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