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불황 속 홀로 웃은 현대카드…애플페이 기여도는?


카드사 일각에선 순이익에 애플페이 기여도 낮을 것으로 분석
하반기 카드사 업황 회복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카드사들이 올해 상반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현대카드를 제외한 대부분의 카드사들이 지난해보다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홀로 호실적을 기록한 현대카드에 대해서도 애플페이 효과가 순이익 증가의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선영 기자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올해 상반기 실적을 발표한 국내 카드사들의 표정이 어둡다. 현대카드를 제외한 대부분의 카드사들이 지난해보다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홀로 호실적을 기록한 현대카드에 대해서도 애플페이 효과가 순이익 증가의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반기에도 카드사들은 조달비용과 연체율 등 불확실성이 남아있어 업황을 단기간에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17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3년 상반기 신용카드사 영업실적(잠정)'에 따르면 상반기 중 전업카드사의 순이익은 1조416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75억 원(12.8%) 감소했다.

카드사별로 살펴보면 업계 1위 신한카드가 전년 동기 대비 23.2% 감소한 3169억 원을 기록했다. 업계 2위인 삼성카드는 같은 기간 8% 감소한 2906억 원으로 나타났다. KB국민카드는 1935억 원으로 20.04% 하락했다. 하나카드도 38.8% 감소한 726억 원을 기록했으며, 우리카드는 819억 원으로 38.7% 하락했다.

상반기 당기순익이 증가한 카드사는 현대카드와 롯데카드다. 다만 롯데카드는 자회사인 '로카모빌리티' 매각으로 인한 일회성 처분이익이 반영돼 실질적으로 매각 효과를 제외한 당기순이익은 1079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9.1% 감소했다.

현대카드는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1572억 원을 시현해 전년 동기 대비 1% 증가했다. 현대카드는 지난 3월 애플페이 서비스 도입과 4월 아메리칸익스프레스(아멕스) 단독 파트너십 체결 등 회원 유입과 신용판매 실적에서 호조를 보였다.

이와 관련 현대카드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부터 금융 위기 상황을 전제로 건전성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며 "계속해 이런 기조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카드의 금융 취급액은 상반기 동안 4조4705억 원으로 1조8655억 원(29.4%) 감소했으나 신용판매 취급액은 71조6188억 원으로 같은 기간 7조2666억 원 늘어 10.6% 증가했다. 6월 말 기준 회원 수는 상반기 중 43만 명이 신규 가입하면서 1058만 명까지 늘었다. 현대카드 고객 가운데 애플페이를 1회 이상 이용한 고객 비중은 4월 말 기준 71%를 차지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홀로 호실적을 기록한 현대카드에 대해 애플페이 효과가 순이익 증가의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라는 진단도 나온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애플페이 효과보다도 현대카드가 올해 들어 금융대출을 많이 줄인 게 더 크다고 본다"며 "애플페이는 소액 업종인 편의점이나 커피 전문점 등에서 많이 쓰이고 있다. 여기에 애플이 부과한 0.15% 정도의 가맹점 수수료를 떼어주면 순이익이 많이 날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대손 충당금이나 리스크 관리 비용이 타 카드사에 비해 좀 적게 든 것이 가장 큰 이유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 삼성, 국민, 현대, 롯데, 우리 등 주요 전업계 카드사들은 지난해 12월 개인회원들 상대로 이용 한도 정기점검을 한 뒤 일부 회원들에게 한도 하향 조정을 통보했다. 특히 지난해 말 현대카드로부터 이용 한도가 3000만 원에서 200만 원으로 하향 조정된다는 메시지를 받았다는 고객도 있었다.

신용카드 표준약관과 이용 한도 관련 모범규준에 따라 카드사들은 연간 1회 이상 정기적으로 회원에게 부여된 이용 한도 적정성을 점검할 수 있다. 점검 결과 월평균 결제 능력, 신용도, 이용실적 등의 변화를 인지한 경우 카드사는 이용 한도를 조정해야 한다.

하반기에도 카드사들은 조달비용과 연체율 등 불확실성이 남아있어 업황을 단기간에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더팩트 DB

하반기에도 카드사들은 조달비용과 연체율 등 불확실성이 남아있어 업황을 단기간에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여기에 여전채 금리가 2달간 4%를 유지하는 데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A 카드사 관계자는 "현재 모든 카드사들이 고민 중이거나 실제 실행에도 착수해 있듯이 다양한 사업들로 수익 다각화를 실현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B 카드사 관계자는 "조달금리가 예년에 비해 높았고 연체율이 높아지다 보니 리스크 관리 비용이 많이 들어갔다"며 "하반기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내려갈 확률은 낮고 연체율도 크게 내려가는 상황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 하반기에도 카드사의 순이익이 좋아질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C 카드사 관계자도 "하반기 연체율 관리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중국 부동산 악재 등에 따라 금융시장 영향이 전 세계로 전이될 여지도 있고, 미 기준금리 인하 또한 불투명해 원금을 갚지 못하는 채무자들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급증하는 가계 대출과 도산하는 중기업들도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김성진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올해 1분기 신규발행 평균 금리를 올 만기도래 채권의 평균금리를 비교하면 약 1.7%포인트 높은 수준으로 신용카드사들의 조달비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seonyeong@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