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난항…'화물 사업 쪼개기' 전략으로 극복하나


대한항공, 티웨이항공에 화물기 제공 제안
새로운 화물전용항공사 설립 거론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대한항공 화물 독점 문제를 지적하면서 아시아나항공 합병 승인을 미루고 있다. 대한항공은 최근 티웨이항공에 화물기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하면서 화물 사업을 포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박지성 기자]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화물 독점 문제를 지적하면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난항을 겪고 있다. 대한항공은 경쟁항공사에 화물기를 제공해 독점 문제를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또 새로운 화물전용항공사를 만들어 화물운송 시장 지배력을 낮추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알짜 사업인 화물운송을 포기하더라도 합병을 성공시킨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16일 항공업계 소식을 종합해보면 대한항공은 최근 티웨이항공에 화물기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대한항공이 제공 약속한 화물기 기종은 B747와 B777다.

티웨이항공에 대한 화물사업 제안은 유럽연합(EU)과 미국 경쟁당국 등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시 화물 독점 문제를 지적하면서 합병 승인을 연기한데 따른 조치로 해석된다. 지난 5월 EU 집행위원회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시 유럽 전역과 한국 간 화물 서비스 공급의 경쟁을 낮출 것"이라고 발표했다.

대한항공이 티웨이항공에 화물사업을 넘기는 것과 더불어 채권단에서는 새로운 화물전용항공사를 설립하는 대안도 거론되고 있다. 현재 국내 항공시장에서 부족한 화물전용항공사를 설립해 대한항공의 화물운송 시장 지배력을 떨어트리면 된다는 분석이다.

한국항공협회가 집계한 항공 화물 점유율을 살펴보면 유럽·독립국가연합(CIS) 지역 항공 화물 운송량은 55만7000톤(t)이다. 이 가운데 대한항공이 40.6%(22만6000t)를, 아시아나항공이 19%(10만6000t)를 날랐다. 두 회사의 합계 점유율이 60%에 육박한다.

화물의 매출 비중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은 화물 사업을 포기하면서까지 아시아나항공을 합병한다는 의지를 표하고 있다.

조원태 회장은 지난 6월 외신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여기(아시아나항공 인수)에 100%를 걸었다. 무엇을 포기하든 성사시키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이 슬롯과 화물 사업을 반납하면서까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강행하는 것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조치라고 보고있다. /한진그룹

일각에서는 조 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아시아나 합병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 2020년 KCGI와 조승연(개명 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이 3자 연합을 구축하고 조원태 회장과 한진칼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당시 한진칼 지분이 5.78%에 불과했던 조 회장은 산업은행이 투자한 10.58%의 지분으로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당시 산업은행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위해 투입한 자금만 8000억 원이다. 만일 합병이 불발되면 산업은행의 한진칼 투자 지분이 매각될 수 있고, 이는 결국 경영권 분쟁이 다시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조 회장의 행보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경영권을 지킨다는 목적을 무시할 수 없다"며 "경영권 보호와 유지는 합병과 연계되기 때문에 무리하게라도 인수를 위해 적극 나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은 대한민국 항공산업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대승적 차원의 결단"이라며 "조 회장의 경영권과 별개로 현재까지 합병을 위한 노력과 자금 등을 쏟아냈기에 포기 할 수 없다"고 말했다.

capta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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