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금융' 이끈 KB 윤종규도 물러난다…금융지주 CEO 장기집권 시대 끝


업계 안팎에선 '관치금융' 지적도

오는 11월 20일 임기를 마치는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용퇴를 결정했다. /KB금융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4연임을 뒤로하고 용퇴를 결정했다. 이로써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들의 장기집권 시대가 마침표를 찍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역대급' 실적에도 금융지주 CEO들이 줄줄이 물러나자 일각에서 '관치금융'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의 차기 회장 1차 숏리스트(6명) 확정을 이틀 앞둔 지난 6일 사퇴 입장을 밝혔다.

오는 11월 20일 임기를 마치는 윤 회장은 "그룹의 새로운 미래와 변화를 위해 KB금융그룹의 바톤을 넘길 때가 됐다"며 "KB금융이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리딩 금융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 역량 있는 후임 회장이 선임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윤종규 회장이 4연임에 도전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당초 금융권에서는 윤종규 회장의 4연임 가능성을 열어뒀었다. KB금융을 '리딩금융'으로 이끈 주역이였을 뿐만 아니라 올해 상반기에도 전년 동기보다 12.2% 증가한 2조9967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는 등 KB금융이 호실적을 보였기 때문이다.

윤종규 회장이 용퇴 의사를 밝히면서 5대 금융지주 모두 초임 CEO로 세대교체가 이뤄질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3월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에 이어 올해 1월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 올해 3월엔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새로운 수장으로 왔다.

윤종규 회장의 용퇴 결정으로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들의 장기집권 시대가 마침표를 찍었다는 평가가 나온다./더팩트 DB

금융권 안팎에선 '관치 금융'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끊이지 않고 있다. 금융지주 CEO 장기집권 관행을 끝내려는 정부의 의지가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실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그동안 금융지주 회장 인선 때 직·간접적으로 메시지를 남겼다.

앞서 지난해 12월 3연임을 도전했던 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이 예상을 깨고 용퇴를 결정하자 이복현 원장은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시는 것을 보니 리더로서 개인적으로 매우 존경스럽다"고 전했다.

또한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연임 도전과 관련해서도 "현명한 판단을 내리실 것으로 믿는다"며 압박하기도 했다.

이번 KB금융 회장 선임과 관련해서도 이복현 원장은 입을 열었다. 그는 "KB금융은 지주 회장 선임을 위한 스케줄은 정해져 있고 개별적인 스케줄에 대해 구체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오해받는 행동은 안 하겠다"면서도 "KB금융 회장 절차가 금융업계의 모범사례가 됐으면 한다. 다른 후보들에 대해서도 공평한 기회제공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있었던 지배구조 이슈 후 KB가 첫 이벤트(회장 선임절차)를 맞는 만큼 선진·선도적인 선례를 만들어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좋은 실적에도 불구하고 줄줄이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관치금융'이라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라며 "당국에서는 '관치금융'에 대해 선을 긋고 있지만, 단순히 메시지를 던지는 것도 간접적인 개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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