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주란 주당 가격이 1000원을 넘지 않는 값싼 주식을 일컫는 말이다. 현시점 유가증권시장에서는 40여 개의 종목이, 코스닥 시장에서는 100개 이상이 동전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동전주는 주가가 낮을 대로 낮기 때문에 통상 주식 시장에서 주가가 쉽게 오를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더욱이 동전주는 실적 개선으로 주가가 저평가된 이유가 해소되거나 강력한 테마주가 되는 경우 급등세를 연출,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드높인다.
다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가격 변동성도 커 투자에 유의할 점이 많다는 이야기가 된다. 실제 동전주는 값이 싸서 비교적 접근성도 높고 적은 돈으로 주가 상승을 이끌 수 있어 시세 조작을 주도하는 작전 세력의 먹잇감이 되는 상황이 잦다.
'대박'과 '쪽박', 이름에 걸맞게 동전의 앞뒷면을 지닌 동전주. 투자 위험도가 높은 종목부터 미래 성장 가능성을 종목까지, <더팩트>는 현시점 투자자들로부터 관심을 받는 종목들을 하나씩 짚어본다. <편집자주>
[더팩트|이한림 기자] 지난달 동전주로 추락한 동양이 한 달여 만에 다시 1000원대 주가로 복귀했다. 한때 10대 그룹에 속한 동양그룹 핵심 계열사인 동양은 '동양 사태' 후 법정관리, 유진그룹 편입 과정에서 연이은 자사주 매입으로 대주주의 자금줄로 전락했다는 따가운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최근들어 탄탄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꾸준히 사업 실적 개선세를 그리며 주가도 화답할지 투자자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11일 코스피 상장사 동양은 전 거래일 대비 2.56%(26원) 오른 1041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18일을 끝으로 주가 1000원 선이 붕괴된 후 같은달 26일 896원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상승세를 타고 1000원 대 주가로 재진입한 모습이다.
동양은 건재부문(레미콘), 건설부문(건축·토목공사), 플랜트부문(산업용송풍기 등), 섬유부문(전 한일합섬), 기타부문 등 사업을 하고 있다. 주력 사업은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건재부문으로, 레미콘 시장에서는 50년 넘게 축적해 온 전국 건자재 유통망을 바탕으로 모회사 유진기업과 함께 출하량 기준 국내 최다 공장(41개)을 보유하고 있다.
실적 개선세도 주목할 만하다. 2020년에는 유진그룹 인수 후 4년 만에 수주가 6배가량 증가했고, 이듬해인 2021년은 오랜 기간 이어진 영업 적자를 탈출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2034억 원, 영업이익은 75억 원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시공능력평가 순위에서도 81위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100위 권 내로 진입한 것도 구적인 성과로 풀이된다.
문제는 여러 호재에도 동양의 향후 주가 추이를 쉽게 전망하긴 어렵다는 견해가 나온다는 점이다. 11일 기준 동양의 52주 최고가는 1225원, 최저가는 896원이다. 시가총액은 2485억 원으로, 1년 새 주가 흐름이 1000원 전후로 200원가량을 왔다갔다 하는 종목이 일반적으로 책정되는 시가총액(500억에서 1000억 원 수준)과 다른 흐름을 보인다.
동양의 상장 주식 수는 2억3868만 주다. 수주 실적이나 사업 성과에 대한 기대감이 불어올 때 주가가 오르는 경향이 있으나, 주가 변동 폭이 낮아 테마주로 분류되진 않는다. 외인 소진율은 4.66%이며 1000원 대 주가를 밑돈 후 기관이 순매수를 기록하면 주가가 오르고, 매도하면 주가가 내렸다. 최근 10거래일 기준 일일 거래량은 10만 건에서 40만 건대로 개인 거래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높다고 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는 최대 주주인 유진기업과 자사주를 포함한 대주주 보유 지분이 절반이 넘는 까닭으로 풀이된다. 동양의 주요 주주는 유진기업 외 3인(30.05%)으로 이중 유진기업이 23.78%, 유진투자증권 4.79%, 현대개발 1.45%, 정진학 동양 사장이 0.02%의 주식을 들고 있다. 여기에 자사주가 무려 20.48%에 이르러 도합 50.53%의 지분이 대주주 지분으로 집계된다. 주가 대비 시가총액이 높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동양의 대주주 지분이 절반이 넘는 원인은 다사다난한 동양의 역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현재 동양의 주인인 유진그룹이 '동양 사태' 이후 3년째 법정관리를 겪은 동양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영권 확보를 위해 연이어 지분을 매입했기 때문이다.
당시 유진그룹의 레미콘 계열사 유진기업은 수도권 인프라를 중심으로 한 레미콘 1위 업체였지만 지방 인프라가 다소 약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업계 1위를 굳히려고 강원과 영남, 제주 등지에 공장을 보유한 동양을 인수해 생산 시설을 확대하고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유진그룹 역시 당시 70%가 넘는 기타·소액주주들의 반발로 경영 참여를 위한 정관 변경 안건 등이 주주총회에서 통과하지 못하는 등 애를 먹었다. 이에 주주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자사주 매입 카드를 꺼내 들었고, 지분을 늘리기로 한 회사와 주인 없는 주식을 들고 있는 주주들이 줄다리기를 벌인 결과 연이은 자사주 매입 정책을 이어간 유진그룹 등의 동양 지분이 50%가 넘게 됐다. 대주주가 상장 주식 중 절반을 넘게 들고 있기 때문에 주가가 다소 사업적인 측면을 반영하고 있지 못한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동양의 역사, 주가도 '다사다난'
동양은 1955년 동양세멘트공업으로 설립된 건설·건자재업체로 한때 10대 기업 중 하나로 꼽힌 동양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한 핵심 계열사였다. 상장 후 역대 최고가는 12만6472원(1994년 2월)이며, 2006년 경영난을 겪은 후에도 2011년까지 단 한 번도 1만 원대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었다.
'동양 사태' 이후 주가는 폭락하기 시작했다. 이양구 동양그룹 창업주 사후 시멘트와 금융업을 맡은 첫째 사위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이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무리하게 발행한 게 화근이었다. 당시 동양그룹은 이양구 창업주에게서 제과업을 물려받아 오리온그룹으로 키워낸 둘째 사위 담철곤 오리온 회장이 지원하는 형태로 연명했지만, 2013년 말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와 CP가 도합 2조 원이 넘어가면서 오리온에서도 결국 도움을 끊었고, 이 결과 동양 등 계열사가 기업회생 절차를 밟아 '동양 사태'를 낳게 됐다.
기업회생 신청 후 법정관리에 돌입한 동양은 외인과 기관 등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서 2014년 1000원 대까지 주가가 떨어졌다가 같은 해 6월 악화 재무 문제를 벗어나기 위해 무상감자를 하면서 동전주로 추락했다. 이후 재무제표가 개선되면서 다시 3000원 대까지 주가가 오르기도 했으나, 2016년 유진그룹에 편입된 후 경영권 강화를 위한 자사주 매집 용도로 활용되며 다시 1000원과 동전주를 오가는 모양새가 이어지고 있다.
유진그룹 관계자는 "현 주가나 주주 가치 제고, 주주 환원책 관련해서는 현재 특별한 게 있다고 말씀드리긴 어렵다"면서도 "레미콘 업계에서는 올해 시장 상황 대비 실적이 괜찮고 특히 지방 쪽이 괜찮다. 전반적으로 업황이 좋지 않지만 상반기에 동양의 부산·경남 공장 등이 실적에 많은 도움을 줬고, 하반기도 크게 나쁘진 않다. 유진기업과 시너지뿐만 아니라 신규 사업으로 이것저것 준비하고 있는 것도 있다. (동양이) 원래 좋은 회사였지만 경영 실패로 안 좋아졌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느낌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