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은행권의 정기예금 금리가 다시 연 4%대로 올라선 가운데 은행 예·적금 가입액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이에 은행권에서는 새마을금고 위기설 이후 1금융권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기조가 여전히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예금금리가 오르면 은행들의 조달비용이 늘어나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국내 5대 은행을 비롯한 전체 은행권의 정기예금 잔액이 최근 증가 추세다. 한국은행이 전날 발표한 7월 금융시장 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달 정기예금 잔액은 가계를 중심으로 12조3000억 원 늘어난 957조7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또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7월 말 874조2332억 원으로 전월(862조3583억 원) 대비 11조8749억 원(1.4%) 늘었다.
은행의 수신 잔액이 늘고 있는 것은 예·적금 금리가 오르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실제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정기예금(12개월) 상품 중 최고금리가 연 4%를 넘는 상품은 SC제일은행의 'e-그린세이브예금'(4.10%), Sh수협은행의 'Sh첫만남우대예금'(4.02%), BNK부산은행의 '더(The) 특판 정기예금'(4.00%) 등이다. 5대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연 3.50~3.85%로 나타났으며, 지난 6월까지만 해도 연 3.45~3.71% 수준이던 금리 상·하단이 0.10%포인트가량 상승했다. 저축은행중앙회가 발표한 79개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도 연 4.04%로, 지난달 12일 연 4.0%를 넘어선 이후 연 4%대를 유지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정기예금이 최근 1금융권으로 몰리는 이유에 대해 새마을금고 위기설 이후 금융 소비자들이 은행의 안전성을 택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아무래도 새마을금고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사건 이후에 1금융권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기조가 아직도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중금리가 오르면서 현금을 보유하기보다 예·적금에 넣으려는 수요가 커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19 방역 해제 이후 대면 경제활동이 증가한 영향도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장롱, 금고 등으로 자취를 감췄던 5만 원권 지폐 환수율이 올해 상반기 가파르게 오르기도 했다.
지난 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받은 화폐 수급 동향 자료에서 올해 상반기 5만 원권 발행액은 약 10조 원, 환수액은 약 7조8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발행액 중 환수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환수율은 77.8%로, 5만 원권 발행이 시작된 2009년 6월 이후 상반기 기준으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가 갑작스레 하락하지 않는다면 올해 5만 원권 환수율은 연간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통상 한은이 발행한 화폐는 시중에서 유통되다가 예금 가입과 세금 납부 등의 형태로 금융기관에 유입된다. 금융기관은 이 중 일부를 시재금으로 보유하고 나머지는 한은에 예금지급준비금 등으로 입금한다. 이때 한은에 돌아온 금액이 환수액이다. 환수율이 높으면 화폐가 시중에서 활발히 유통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예금금리 상승이 은행의 조달비용을 증가시켜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차주들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걱정도 나온다. 예금금리 인상은 은행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의 준거금리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등의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다.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 금리가 인상 또는 인하될 때 이를 반영해 상승 또는 하락한다. 지난 6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70%로 전월(3.56%) 대비 0.14%포인트 올랐다. 5월에 이어 두 달째 상승세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예금금리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해처럼 4% 후반대에서 5%까지 예적금 금리가 오를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다만 예금금리 상승이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수익성 측면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차주들 부담이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