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찬스'로 영원무역 장악한 차녀 성래은…'꼼수 승계' 비난


성래은 부회장 승계 작업 가속화
"좋게 말하면 '절세', 주주 배당 이익 고려하면 '편법'"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비상장사 YMSA 지분 일부를 차녀인 성래은 부회장에서 넘겨준 것으로 파악됐다. 왼쪽 작은 사진은 성기학 회장, 오른쪽 작은 사진은 성래은 부회장. /영원무역·더팩트 DB

[더팩트|이중삼 기자] 한 중견기업 회장이 부회장을 맡고 있는 차녀에게 자신이 가진 지분 일부를 증여했다. 3명의 딸 가운데 둘째에게 힘을 크게 실어준 셈인데 지난해 말 차녀가 부회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이번 증여로 아예 후계자로 공식화한 모양새가 됐다. 다만 이 과정에서 배당 정책 변경 관련 증여세 부담 줄이기 의혹 등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어 일부 소액주주들로부터 질타를 받고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로 잘 알려진 영원무역그룹 '오너일가' 얘기다.

10일 영원무역홀딩스가 자사 홈페이지에 공지한 내용을 보면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은 지분 100%를 보유한 비상장사 와이엠에스에이(YMSA) 지분 일부를 차녀인 성래은 부회장에서 증여했다. YMSA는 그룹 지주사인 영원무역홀딩스의 지분 29.09%를 보유한 비상장사로 그룹 지배구조의 꼭대기에 있다. 영원무역그룹은 '옥상옥'(屋上屋)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다. '성 회장·YMSA→영원무역홀딩스→영원무역'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정리하면 지주사인 영원무역홀딩스의 지분을 YMSA가 29.09%, 성 회장이 16.77%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 영원무역홀딩스는 주요 계열사 영원무역(50.52% 지분)·영원아웃도어(59.30% 지분)를 지배하고 있다. 결국 성 회장이 YMAS 지분 일부를 성 부회장에게 넘겼다는 것은 후계자로 공식화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그동안 성 부회장은 영원무역홀딩스(0.03%)·영원무역(0.02%) 등의 지분만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이번 증여로 그룹 내 지배력이 커졌다. 참고로 장녀인 성시은 영원무역 이사는 그룹 내에서 사회공헌활동을 전담하고 있고 삼녀인 성가은 영원아웃도어 부사장은 판권을 가진 노스페이스의 국내 사업을 이끌고 있다.

이날 영원무역홀딩스 관계자는 <더팩트> 취재진과 전화통화에서 "성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비상장법인 개인회사인 YMSA의 일부 지분을 성 부회장에게 증여했다. 이번 증여로 YMSA는 성 회장과 성 부회장 2인이 주주이며 다른 주주는 없다"며 "다만 주주의 주식보유 현황이나 변동 내역 또는 자산 변동 등에 대한 공시 또는 공개를 요하지 않는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개인적인 증여의 구체적인 내용은 회사가 확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성 회장이 성 부회장에게 증여한 지분 가치는 약 1700억 원으로 전해진다. 증여세는 850억 원으로 YMSA가 보유한 부동산을 영원무역에 매각한 다음 이를 성 부회장에게 넘겨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성 부회장은 지난 6월 말 국세청에 증여세를 한 번에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원무역홀딩스 관계자는 "YMSA는 보유 부동산을 영원무역에 매각했다"며 "YMSA와 영원무역은 각자 독립된 외부 회계법인(감정평가법인)·법무법인의 자문을 받아 매각 조건은 관련 법규에 따라 양측이 협의해 복수의 감정평가법인이 평가한 가액을 평균해 산정됐다. 이사회 결의 등 필요한 절차를 거쳤다"고 말했다.

자금 대여에 대해서는 "YMSA는 성 회장과 성 부회장 2인이 주주인 회사로 성 부회장에게 자금을 대여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YMSA는 회계법인·법부법인 등 외부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자산가치 평가, 국세청 고시 이자율 적용, 충분한 담보 확보 등 적법한 조치를 취하고 관련 계약의 체결 등에 대한 이사회 승인 등 필요한 법적 절차를 준수해 대출을 시행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성 부회장이 후계자로 낙점된 지 오래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부회장에 오르기 전부터 후계자가 될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얘기가 나돌았다"며 "부회장에 오른 뒤 증여까지 받은 것을 보면 확실해진 것 같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성 회장이 성 부회장의 승계를 위해 주주 배당금을 희생양으로 삼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뉴시스

◆ 배당 정책 변경 건, 소액주주들 반발

증여를 둘러싸고 한 가지 논란이 불거졌다. 증여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배당 정책을 변경해 주가를 떨어뜨린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영원무역홀딩스는 올해 3월 2일 '중장기 배당정책 개정 안내'를 통해 '별도 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일회성 비경상이익 제외)의 50% 내외'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기존의 '연결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의 10%를 배당'의 정책을 바꾼 것이다. 원래 정책대로라면 주주들은 총 배당금 440억 원, 1주당 3790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변경된 정책으로 353억9493만 원, 1주당 3050원의 배당금이 책정됐다. 이에 주주들은 반발했다. 한 소액주주는 "배당을 마음대로 바꿨는데 주주이익은 말뿐이다"고 맹비난했다. 실제 다음날 영원무역홀딩스 주가는 8%가량 하락했다.

이에 대해 영원무역홀딩스 관계자는 "2020년 11월 연결재무제표 기준 배당성향 10%의 배당정책을 수립해 발표했다. 그리고 올해 3월 이사회 결의를 통해 배당정책을 변경했다"며 "영원무역홀딩스와 같은 지주사들은 회계상 자회사 등의 이익 등을 합산하는 연결순이익과 개별재무제표상 당기순이익 차이가 크게 발생한다. 연결 기준을 유지하는 경우 배당 재원을 초과하는 차입 등이 필요할 수 있고 투자재원 확보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어 변경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배당정책 변경을 3월 2일 공정공시를 통해 미리 공개했다. 배당정책을 바꾼 것이 증여세에 미친 영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성 부회장의 승계를 위해 주주 배당금을 희생양으로 삼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김종갑 인천재능대 유통물류과 교수는 "먼저 전체의 지배구도를 장악한 YMSA 지분의 절반 이상을 성 부회장이 가지게 되면서 그룹 승계 작업이 완료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성 회장의 나머지 YMSA 지분과 영원무역홀딩스 지분은 당분간 성 부회장 경영 수업을 지휘하는 관점에서 성 회장이 보유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주주의 배당을 대가로 증여세 금액을 줄인 것으로 보인다"며 "좋게 말하면 절세지만 주주의 배당 이익을 고려하면 편법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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