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이한림 기자] IPO(기업공개) 시장에서 그간 좋은 실적을 거두며 'IPO 강자'로 불린 NH투자증권이 올해 냉랭한 IPO 시장 분위기에 고심하고 있다. 올해 케이뱅크, 컬리 등 이름값 큰 기업의 IPO 주관사로 나섰다가 상장 연기라는 쓴맛을 본 데 이어, '최대어'로 꼽힌 파두가 시장 전망과 달리 상장 첫날 공모가를 밑돌면서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8일 오후 12시 30분 기준 파두는 전 거래일 대비 5.25% 오른 2만90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코스닥 상장일인 전날 공모가(3만1000원) 대비 10.96%(3400원) 내린 2만7600원에 거래를 마친 후 다소 회복세를 보였으나, 내심 '따상'(공모가 2배 시초가 후 상한가) '따따블'(공모가 대비 4배 상승) 등을 기대한 투자자들은 전망과 엇갈린 결과에 충격이 가시지 않은 모양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투자자나 시장은 파두의 현 주가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파두가 시가총액이 1조 원(8일 기준 1조3887억 원)을 훌쩍 넘는 '유니콘 기업'으로 불렸지만 연간 영업이익(2022년 337억 원 손실)이 아직 적자라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우려와 함께 적정가보다 공모가가 높은 '고평가론'이 맞았다는 견해가 대표적이다.
파두의 상장을 주관한 NH투자증권에 딴지를 거는 분위기도 있다. 최근 NH투자증권이 주관사를 맡은 기대주들이 상장을 줄지어 연기하면서 투자자들의 시각이 곱지만은 않아서다. NH투자증권이 오스템임플란트 공개매수와 회사채 발행 실적 등에 따라 올해 2분기 영업이익에서 전년 동기 대비 43% 오른 2204억 원을 기록하는 등 시장 전망치를 웃돈 성적표를 받아들였지만, IPO 실적이 부진한 것도 책임론에 힘을 싣는다.
반면 주관사에 책임론을 묻는 건 무리라는 시각도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6월 코스닥 시장에 입성해 '따블'에 근접한 알멕의 주관사 역시 NH투자증권이다. 당시 IPO 시장은 금융당국이 상장일 가격 제한선을 400%까지 상향한 직후라 활기를 띨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파두의 흥행 실패가 주관사를 떠나 시장 분위기가 만들어 낸 비중이 더욱 높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달 2차전지주에 수급이 집중되는 등 쏠림 현상이 심화하면서 IPO 시장이 전반적으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파두 역시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주가가 오를 것으로 내다보는 이도 적지 않다. 파두는 시장 기대와 달리 기관 수요예측에서 비교적 낮은 경쟁률(362.9대 1)을 기록했으나, 아랍에미리트(UAE)의 글로벌 국부펀드인 아부다비투자청(ADIA)를 포함한 해외 여러 롱텀 펀드가 참여하는 등 탄탄한 투자처를 확보해 중장기적인 비전을 달성할 수 있다는 자평을 내고 있다. 실제로 NH투자증권이 올해 4월 상장을 주관한 소프트웨어업체 슈어소프트테크는 상장 첫날 하락 마감 후 주가가 한 달간 2배 가까이 뛰는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기도 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파두의 흥행 실패는 한 종목에 쏠린 증시 분위기와 오버행 논란 등이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면서도 "8월 들어 2차전지주 쏠림 현상이 완화되고 있고, 올해 코스피 첫 입성을 노리는 넥스틸을 포함해, 대기업 계열사들이 차례로 하반기 IPO 시장을 두드리고 있어 분위기가 바뀔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한편 NH투자증권의 올해 상반기 공모총액 기준 주관사 순위 삼성증권(1515억 원), 미래에셋증권(1263억 원)에 이은 3위(760억 원)에 그쳤다. 하반기에는 2차전지 광풍을 이끈 에코프로그룹의 에코프로머티리얼즈를 필두로 두산로보틱스, SK에코프플랜트(전 SK건설), 루미르 등 상장과 예비심사 등을 통해 반전을 노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