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태환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한국경제인연합회(한경연)로 이름을 바꾸고 류진 풍산 회장을 회장으로 추대하기로 했다. 선친인 류찬우 풍산 창업주부터 이어진 미국 정치계와 더불어 국내 재계 총수 인맥을 활용해 전경련을 쇄신하고 힘을 실어줄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7일 전경련은 오는 22일 개최하는 임시총회에서 기관명을 '한국경제인협회'로 바꾸고 새 회장에 류진 풍산 회장을 추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경련은 류 회장 내정 배경으로 "글로벌 무대에서의 경험, 지식, 네트워크가 탁월한 분으로 새롭게 태어날 한국경제인협회가 글로벌 싱크탱크이자 명실상부 글로벌 중추 경제단체로 거듭나는 데 리더십을 발휘해줄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류 회장은 지난 2001년부터 전경련 부회장으로 활동해 왔으며 현재는 한미재계회의 한국 측 위원장을 맡고 있다.
류 회장은 아버지 류찬우 창업주의 뒤를 이어 풍산그룹을 이끌고 있으며, 서울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다트머스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과정을 수학했다.
풍산금속공업으로 입사해 10여년 간 경영수업을 받은 뒤 풍산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됐으며, 선대 회장이 별세한 다음해인 2000년 회장에 올랐다. 류 회장은 영어와 일어에 능통하며 풍산의 양대 사업인 신동사업과 방위사업부문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계에서는 류 회장의 선대 아버지부터 쌓아온 미국과 정재계 부문의 인맥이 재계 발전을 이끌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류진 일가는 선친인 류찬우 회장 때부터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일가와 인연을 이어왔다. 양가는 현재도 1년에 한 번 정도 만나 친교를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류진 회장은 한국 정부의 미국 외교에 있어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해왔다. 류 회장은 지난 6월 윤석열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 당시 경제사절단으로 참석했다. 특히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국내 재계 회장단이 만나는 자리에 류 회장도 함께 참석해 주목받기도 했다. 류 회장과 함께 마크롱 대통령을 면담한 재계 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의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 조현상 효성 부회장 등이다.
재계 순위가 70위권 안팎인 풍산의 회장이 프랑스 대통령 만남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에서 방위산업 분야의 유럽시장 진출과 협력 방안이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류 회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 2017년 기업인으로는 유일하게 대외 특사단에 포함돼 미국을 방문했다. 특히,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회담에도 류 회장이 배석하는 등 가교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박근혜 정권 때는 미국 하원의원단과 한국 재계 만남을 주선하기도 했으며,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은 이 전 대통령이 미국 방문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지원했다.
류 회장은 국내 재계에서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 등과도 막역한 사이라 알려졌다. 이를 기반으로 류 회장은 국내 재계 총수들과 미국 주요 정치 인사들을 소개시켜주는 자리를 만들고 있다. 실제 그는 이재용 회장과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콜린 파월 미국 전 장관의 만남을 주선하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류 회장의 인맥을 활용해 전경련의 위상을 예전처럼 회복시킬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현재 전경련은 삼성·LG·SK·현대자동차그룹 등 4대 그룹이 탈퇴한 상태다.
4대 그룹은 지난 2016년 전경련이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자 회원사에서 탈퇴했다. 다만, 전경련을 탈퇴한 뒤에도 한국경제연구원의 회원 자격은 유지해 왔는데, 전경련 혁신안에 따라 한경연과 전경련 두 법인이 합병하면 4대 그룹도 자연스레 회원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
재계 관계자는 "전경련이 쇄신안으로 한국경제연구원과 합병 법인인 '한국경제인협회'를 출범하면서 류진 회장을 추대했다"면서 "중견기업인이면서도 정재계를 아우르는 인맥을 가진 류 회장이 전경련의 개혁과 통합을 추진하는데 적임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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