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업계, 거래소發 'ETF 베끼기' 지적에 내놓은 반응


ETF 우선적 사용권 제도 강화 움직임
건강한 시장 경쟁 '긍정'…낙수효과 측면 기대 어려워

자산운용업계에서는 한국거래소의 ETF 우선적 사용권 제도 강화 움직임을 두고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이한림 기자] 한국거래소가 국내 자산운용사의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정책을 꼬집었다. 지수 사업자인 자산운용사들이 유사한 종목과 섹터를 추종하는 ETF를 연달아 출시하면서 시장의 독창성을 저해하고 투자자들의 혼란을 야기한다는 지적에서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이르면 올해 안에 자산운용사가 출시하는 ETF에 대한 우선적 사용권 제도를 개선할 방침이다. 우선적 사용권 제도는 2018년 6월부터 도입된 제도로, 먼저 출시된 ETF가 독창적인 지수나 성격을 띠고 있을 때 관련 ETF를 다른 자산운용사에서 일정 기간 출시할 수 없게 한 규제다.

그러나 업계나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기존 우선적 사용권 제도의 심의 기준 등이 모호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자산운용업계에서는 한 자산운용사에서 한국거래소의 심사를 받아 원하는 지수를 만들고 ETF를 출시했지만, ETF에 대한 반응이 좋을 때 다른 자산운용사에서 비슷한 느낌의 ETF를 만들어 시장에 내놨다.

일례로 지난달 가장 '핫'한 섹터로 꼽힌 2차전지의 경우, 신한자산운용이 가장 먼저 관련 ETF를 출시했다가 대형사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애셋자산운용이 연달아 2차전지 관련 ETF를 상장했다. 추종하는 지수나 종목의 비중이 다소 상이하지만, 에코프로·포스코 그룹주 등 투자자들의 쏠림 현상을 모은 2차전지주들이 대거 포트폴리오에 담기며 같은 듯 다른 듯한 ETF가 연달아 출시된 결과다.

이른바 'ETF 베끼기' 현상은 8월도 이어지고 있다. 7월 말부터 2차전지주에 대한 쏠림 현상이 다소 완화되면서 바이오 등 새로운 분야로 수급이 분산되자 삼성액티브자산운용, 타임폴리오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 등이 연이어 바이오 관련 ETF를 상장하거나 출시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유사한 종목이 담긴 ETF가 시장에 연달아 등장하게 되면 고객 입장에서는 다양한 상품이 마련되기 때문에 득이 될 수 있다. 다만 파이 싸움에 약한 중소형사 입장에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깔린다.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 시장에 내놓은 상품을 대형사도 함께 출시한다면 규모 경쟁에서 불리한 까닭이다. ETF 우선적 사용권 제도가 더욱 강화되는 방향으로 바뀐다면 중소형사들의 독창적인 ETF가 주목받으면서 건강한 시장 경쟁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보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거래소는 시장의 ETF 베끼기 지적에 따라 우선적 사용권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 /더팩트 DB

반면 우선적 사용권 제도 강화가 중소형사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중소형사와 대형사가 유사한 ETF로 시장 경쟁을 벌이면 자산운용사의 모객 층이 기존 고객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대형사가 유리한 측면이 있으나, 연이어 ETF가 출시되는 섹터나 종목은 당시 시장에서 투자자들에게 가장 주목 받는 분야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낙수효과로 함께 성장할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해석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유사한 지수를 추종하고 있는 ETF라고 하더라도 비중이나 보수, 수수료 등이 상이하다. 그런데도 중소형사 입장에서는 대형사에 비해 규모가 작기 때문에 히트가 덜되거나 한 사례가 있었다. (우선적 사용권 제도 강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이유"라면서도 "반대로 자산운용사들이 ETF를 출시하는 배경 중에서는 기존 고객들에게 우리도 이런 상품이 있다고 제시하는 경우도 많다. 이에 우선적 사용권 제도가 강화된다면 대형사도 나름대로 영향이 있겠지만, 중소형사도 낙수효과로 가져갈 수 있는 파이가 줄어들 여지가 높다. 더 혁신적인 상품이나 아이디어를 많이 내서 고유한 상품을 키워가야 하는 숙제가 있다"고 말했다.

2kuns@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