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리딩' 만든 윤종규 회장, 아름다운 용퇴로 9년 왕좌 마무리


2014년 11월 회장 취임 후 9년간 KB금융 이끌어
과감한 M&A로 리딩금융 타이틀 수성
회추위, 오는 8일 1차 숏리스트 6명 공개

KB금융그룹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윤종규 회장이 네 번째 연임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6일 밝혔다. /KB금융

[더팩트│황원영 기자] "새로운 미래와 변화를 위해 KB금융그룹의 바통을 넘길 때가 됐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끌 역량 있는 분이 후임 회장에 선임되길 바란다."

KB금융그룹을 리딩그룹으로 우뚝 세운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과감한 용퇴를 결정했다. 9년간 KB금융을 이끌며 '역대 최장수 KB금융 지주 회장', '리딩금융', '사상 최대 실적', '상고(상업고등학교) 출신 천재' 등 다양한 기록과 수식어를 만들어 낸 인물이다.

KB금융그룹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는 "윤 회장이 네 번째 연임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지난 6일 밝혔다. 윤 회장의 뜻에 따라 그는 지난달 20일부터 시작된 KB금융그룹 차기 최고경영자(CEO) 경선에서 물러나 오는 11월20일 예정대로 임기를 끝낸다.

윤 회장은 2014년 11월 21일 취임한 뒤 2017년과 2020년 두 차례 연임해 현재 세 번째 임기 중이다. 만으로 9년간 KB금융그룹을 이끌며 KB금융의 핵심 비즈니스 경쟁력을 키우고 과감한 인수합병(M&A)을 단행했다. KB금융을 국내 명실상부 리딩금융으로 올려놓은 역대 최장수 KB금융그룹 회장이다.

그를 일컫는 수식어는 많지만 그 중 대표적인 건 '상고 신화'다. 최고경영자(CEO)가 소위 엘리트 코스를 밟는 것과 달리 윤 회장은 1995년 전라남도 나주에서 태어나 1973년 광주상업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최종학력으로 알려진 성균관대학교 경영학 박사는 상고 졸업 후 외환은행과 회계법인에서 업무와 병행하며 이뤄낸 것이다.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나 대학이 아닌 상고를 진학할 정도였지만 특유의 성실성과 능력으로 명실상부 일인자이자 1위에 올랐다.

그는 상고 졸업 후 외환은행에서 근무하며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 야간과정을 마쳤다. 이어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 성균관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밟으며 엘리트 반열에 올랐다.

상고 출신에 말단 은행원으로 금융업에 발을 딛었지만, 그는 단순한 '상고 출신'이 아닌 '상고 출신 천재'였다. 직장생활과 야간대학 생활을 병행하면서 1980년에는 공인회계사 시험(CPA)에 합격했다. 외환은행에서 삼일회계법인으로 자리를 옮긴 윤 회장은 이듬해 제25회 행정고시 필기시험을 차석으로 붙으며 천재라는 수식어를 다시 한번 재확인했다.

윤 회장은 삼일회계법인에 20여 년간 몸담으며 삼일회계법인 상무, 전무 등을 차근차근 밟아 부대표를 역임했다.

당시 윤 회장을 눈여겨본 고(故)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이 윤 회장을 국민은행으로 영입했다. 윤 회장은 2002년 4월 47세의 나이로 은행권에 다시 돌아온다. 국민은행 입행 후 재무전략본부장(부행장)으로서 회계법인에서 쌓은 기량을 펼쳐낸다. KB국민은행 개인금융그룹 대표(부행장)도 지냈다. 그러나, 2004년 자회사인 국민카드를 KB국민은행으로 흡수합병하는 과정에서 회계 처리 문제로 징계받고 퇴진했다.

윤 회장은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후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의 부름에 2010년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로 복귀했다.

KB금융그룹 수장에 오른 것은 2014년 11월이다. 이후 올해까지 쉼 없이 KB금융그룹 최정상으로 이끌어왔다. 윤 회장은 취임 직후 회장과 은행장을 3년간 겸직하면서 KB 전산 시스템 교체에서 발생한 일명 'KB사태' 내분으로 인한 혼란을 수습했다.

이울러 윤 회장은 과감한 M&A로 리딩금융의 초석을 다졌다. 2015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을 시작으로 2016년 현대증권(현 KB증권), 2020년 푸르덴셜생명(현 KB라이프생명) 등의 M&A로 비은행 사업을 강화했다. 현재 KB금융그룹이 보유한 완성도 높은 비즈니스 포트폴리오와 지배구조가 윤 회장의 손에서 탄생했다는 평가다. 윤 회장 취임 첫해인 2015년 KB금융그룹의 전체 순이익 중 비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33%에 불과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KB금융 그룹 전체 순이익의 약 42.3%가 비은행 계열사에서 나왔다.

KB금융그룹은 올해 상반기 2조9967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며 반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KB금융

윤 회장을 빛낸 역대 최대 실적은 이 같은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완성됐다. 2015년 당시 KB금융그룹 순이익은 1조 7002억 원으로, 1위였던 신한금융그룹(2조4132억 원)과 1조 원 가까이 벌어져 있었다.

그러나 2위의 설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KB금융그룹 2017년 그룹 역사상 처음으로 3조 원대 순이익을 기록하며 취임한 지 3년 만에 1위를 빼앗았다. 당시 윤 회장은 "1등 금융그룹 위상을 회복하겠다. M&A는 글로벌 국내를 가리지 않겠다"고 밝히며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의지를 다시 한번 불태웠다. 그의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 전략은 제대로 먹혔다. 윤 회장은 2020년과 2021년에도 2년 연속 4조 원대 당기순이익을 거두는 등 리딩금융 타이틀을 거머쥐며 신한금융그룹과 양강구도를 형성했다.

무엇보다 윤 회장을 빛내는 건 역대 최대 실적이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3조 원에 이르는 순이익을 냈다. KB금융은 올해 상반기 2조9967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 같은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2.2% 증가한 것이자 반기 기준 사상 최대다.

2위인 신한금융과의 격차는 상반기 기준 3705억 원으로, 1분기(1112억 원)보다 3배 이상 벌어졌다. 비은행 강화로 양강구도에서 벗어나 명실상부 리딩금융을 이뤄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상반기 KB캐피탈과 KB국민카드, KB저축은행 실적은 지난해 대비 감소했지만, KB라이프생명과 KB손해보험 등 보험 계열사가 순이익 개선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지난 상반기 국민은행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7.7%, 비은행 자회사는 9.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그간 리딩금융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며 일관되게 1등, 혁신, 고객이라는 키워드를 조직에 심어왔다. 지난 9년간 '1등 금융그룹, 1등 금융플랫폼 기업' 등 최정상에 대한 열망도 신년사에 매년 담아왔다. 윤 회장은 2018년 신년사에서 "2018년을 시작으로 1등 금융그룹의 자리를 굳건히 하고 나아가 아시아 시장에서 이름값을 하는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우뚝 서야 한다"고 말했다. 2019년 신년사에서는 "압도적 1위로서의 초격차"를, 2021년에는 "고객 중심 1등 금융플랫폼"을 각각 강조했다.

이 같은 의지를 바탕으로 윤 회장은 국내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비즈니스 포트폴리오와 지배구조를 갖춘 금융그룹으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 회장은 고객, 주주, 직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상생도 강조했다. 고객중심경영을 적극 실천했고, 직접 주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소통하고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는 등 주주가치 중심의 경영을 이어왔다. 직원과의 소통에도 적극 나섰다.

김경호 회추위원장은 "윤 회장이 취임 시 꿈꿨던 KB의 모습을 어느 정도 이뤘기에, 이젠 그동안 이사회를 중심으로 구축한 안정적인 지배구조와 효과적인 경영승계 시스템이 잘 작동함을 시장에 보여줄 시기가 됐다는 의사를 연초부터 이사회에 비쳐왔다"고 말했다.

아울러 "윤 회장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경영자이자 존경받는 리더 중 한 명"이라며 "그가 이사회에 보여준 투명하고, 객관적이며, 존중하는 모습은 KB 지배구조의 틀을 만드는 기회가 되었고, 미래의 CEO에게도 좋은 전통으로 남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차기 KB금융그룹을 이끌 회장 후보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KB금융은 금융권에서 가장 안정적인 승계 기반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된다. 후계 프로그램에 따라 허인·이동철·양종희 부회장이 후계자로 양성됐다. 이들 3인 부회장은 모두 1961년생 동갑내기로 각각 개인고객·자산관리·연금·중소상공인, 글로벌·보험,디지털·IT 부문을 나눠 맡아 역량을 검증받고 있다.

현재 차기 KB금융 회장 롱리스트(잠재 후보군)는 내부 인사 10명, 외부 인사 10명 등 약 20명의 후보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3년간 3인 부회장 체제가 가동된 만큼, 이들 중 최종 회장후보가 배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이재근 KB국민은행장, 김기환 KB손해보험 사장, 이창권 KB국민카드 사장, 김성현 KB증권 사장 등 주요 계열사 수장인 핵심 인재들도 다수 포진돼 언제든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

회추위는 오는 8일 1차 쇼트리스트(압축된 후보 명단) 6명을 확정하고 같은 달 29일 6명을 대상으로 1차 인터뷰와 심사를 거쳐 2차 쇼트리스트 3명을 추린다. 최종 후보자는 오는 9월 8일 확정한다.

won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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