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볕더위 속 건설현장 '경고등'… 건설사들 안전관리 사활


온열질환 발생자 전년比 3배
'중대재해' 이어질까 노심초사

한덕수 국무총리가 3일 오전 도봉구 창동역 공사현장을 찾아 공사현장 점검 및 근로자 휴계실을 방문 무더위속의 건설노동자를 격려후 에어컨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최지혜 기자] 무더운 날씨와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건설업계가 현장 근로자들의 온열질환 예방에 총력을 기하고 있다. 장시간 야외에 노출되는 건설현장의 특성상 온열질환으로 인한 중대재해 발생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온열질환 사망자가 속출하자 정부 역시 현장 관리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한화 건설부문과 롯데건설은 각 사 경영진이 폭염 속 근로자들의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현장을 찾았다고 4일 밝혔다. 대표이사 등 최고 경영자와 건설사의 안전을 책임지는 최고안전책임자(CSO)가 직접 현장을 방문해 예방책 실천 현황을 점검했다.

한화 건설부문은 전날 '대표이사 주관 폭염 대비 현장점검'을 실시했다. 회사는 폭염에 노출되는 근로자의 온열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지난 6월 1일부터 9월 15일까지를 '폭염재난예방 혹서기 특별관리기간'으로 지정했다. 김승모 대표이사와 고강석 CSO가 인천공항 제2터미널 확장공사 현장을 찾아 열사병 예방 3대 기본수칙인 물, 그늘, 휴식 제공 상황을 확인하고 현장 근로자들을 격려했다.

김승모 대표이사는 건설현장 휴게시설을 방문해 에어컨과 정수시설, 식염정(소금), 휴게 의자, 온습도계 등을 살피고 전 건설현장에 철저한 혹서기 대비를 지시했다. 이와 함께 '찾아가는 팥빙수 간식차' 행사에 참여해 현장 근로자들에게 팥빙수를 제공하는 등 안전 활동에도 동참했다. 김 대표이사는 "무더위 속 건설 근로자들의 온열질환 예방과 안전사고 방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할 것"을 강조하며 "고용노동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물, 그늘, 휴식의 3대 수칙이 전 현장 빠짐없이 적용되도록 체계적으로 관리할 것"을 당부했다.

건설업계가 폭염 속 현장 근로자들의 온열지방 예방을 위한 다양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3일 김승모 한화 건설부문 대표이사가 인천공항 제2터미널 확장공사 현장에서 온열환자 발생을 대비한 폭염 응급키트를 확인하고 있다./한화 건설부문

롯데건설 역시 같은 날 경기도 용인시 소재 주상복합 현장에서 여름철 폭염을 대비해 안전보건 점검을 실시했다. 박현철 부회장을 비롯해 김진 안전보건경영실장(CSO) 등 관계자들이 현장을 방문했다. 롯데건설은 6월부터 9월까지 혹서기 특별관리 기간으로 지정하고 있다. 각 현장에는 폭염대비 온열질환 예방 가이드를 배포했다.

현장을 찾은 박 부회장은 "근로자들의 휴식이 보장돼 건강하게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휴게공간, 냉방기기 지급과 더불어 휴식시간이 지켜질 수 있도록 신경써달라"고 폭염대비 철저한 안전보건관리를 당부했다.

건설현장 내 피서 시설을 설치하기도 한다. 포스코이앤씨는 현장에 설치할 수 있는 친환경 근로자 쉼터(ECO&REST)를 개발했다. 쉼터는 태양광 패널로 생산된 에너지를 100% 에너지원으로 활용했고, 창호 확장을 통해 개방감도 갖췄다. 회사는 이달 말까지 전국 9개 인프라 현장의 11개 협력사에 이 쉼터를 공급할 예정이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현장 근로자를 위한 폭염예방설비 지원, 음료 케이터링 서비스 등 다양한 활동을 추진 중이며, 현장 특성에 맞는 소형 모듈러 휴게실 등을 추가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건설현장의 폭염 대비 가이드라인으로 '물·바람·휴식'을 3대 기초수칙으로 제시했다. 이에 건설업계는 폭염 관련 안내사항을 전달하기 위해 알림 문자와 현장 스피커 등을 사용하고 있다. 폭염경보가 발령된 경우 시간당 10분, 폭염경보는 시간당 15분의 휴식시간을 제공하고 옥외작업을 중단한다. 물 제공을 위해 현장 곳곳 근로자들의 접근이 쉬운 장소에 식수와 식염정을 비치해 수시로 섭취가 가능하게 하고, 제빙기 관리담당자를 지정해 위생상태를 관리 중이다.

3일 롯데건설 박현철 부회장(왼쪽 두번째)이 혹서기 물품을 나눠주며 현장 근로자의 온열질환 예방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롯데건설

건설업계뿐 아니라 전국 건설현장을 관리하는 정부부처도 현장 점검에 나서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일부터 폭염 상황대응단계를 최고 수준으로 격상한 가운데 장·차관·본부장, 전국 48개 지방노동관서장이 직접 현장에 나가 사업장의 폭염 대응 상황 등을 점검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일 오후 서울 양천구 월드컵대교 공사현장을, 한덕수 국무총리는 전날 서울 도봉구 '창동역 현대화사업' 공사현장을 각각 찾아 건설근로자 폭염 보호대책이 이행되고 있는지 점검했다.

건설업계와 정부의 활발한 안전점검은 최근 이어지는 이례적인 더위에 온열질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방청은 올해 폭염 대책기간인 5월 20일부터 지난 2일 오후 5시까지 열사병 등 온열질환 사망자가 25명 발생했다고 집계했다. 이는 전년 동기 7명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온혈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이들도 누적 1284명에 달한다.

정부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중앙안전대책본부는 이달부터 폭염 위기경보를 가장 높은 '심각'으로 격상했다. 지난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 심각 단계는 전국 180개 특보 구역의 40% 이상인 72개 이상 지역에서 3일 연속 하루 최고 체감온도가 35도 이상인 경우 발령된다. 전날 오후 5시부터는 중대본 비상근무도 기존 1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했다. 폭염으로 인한 2단계 발동은 사상 최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폭염 속 무리한 작업이나 안전수칙 미이행이 자칫 온열질환 발생으로 인한 중대재해로 이어질 수 있어 현장 안전관리에 각별히 유의하고 있다"며 "정부에서 강조한 '물·바람·휴식'에 더해 그늘막과 쉼터 설치, 아이스크림 간식차 운영 등 다양한 초지를 마련하고 충분한 휴식시간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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