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지혜 기자] "저희 아파트 단지에 철근이 빠졌다니요. 금시초문인데 잘못 오신 거 아닌가요?"
<더팩트> 취재 결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철근이 빠진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철근보강공사'를 도색 작업으로 거짓 안내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의 조사결과 발표 전부터 철근 누락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이같은 사실을 제대로 밝히지 않은 채 보강공사를 시작한 것이다. 주민들의 불안을 막기 위해서였다는 것이 LH측이 내놓은 이유다.
2일 경기 파주운정신도시 동패동 '꽃초롱마을3단지'(파주운정A34) 지하주차장 곳곳에는 철근 보강공사를 위해 기둥 주변에 푸른색 천막이 둘러져 있다. 아파트 시공 과정에서 철근 누락이 있었던 사실이 밝혀져 이를 보완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선 것이다.
그러나 입주민들은 직접 거주하고 있는 단지 내에서 시작된 공사에 대해 제대로 안내받지 못했다. 입주민 A(60대·여)씨는 "입주민 설명회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며 "철근이 빠진 것을 알았다면 제대로 공지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입주민들의 불안감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입주민 B(50대·남)씨는 "몇주 전부터 도색 작업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어 그런 줄로만 알았다"며 "이제와서 철근이 빠졌다니 충격적"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관리사무소 직원 C(50대·남)씨는 "LH측이 지하주차장의 공사를 도색작업이라고 거짓 안내했다"며 "그동안 천막으로 가려졌던 내부의 정체를 알게된 입주민들이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LH측은 지난달 31일 설명회를 열어 그간 단순 도색으로 알렸던 작업이 철근 보강공사였음을 밝히고 사과했다.
실제로 이날 현장을 방문한 <더팩트> 취재진이 천막 내부에서 작업 중인 관계자 D씨에게 '도색 작업 중이냐'고 묻자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재차 질문하자 D씨는 "입주민 아니냐. 설명회가 열리지 않았느냐"라고 반문했다.
추후 D씨에게 거짓 안내한 이유를 묻자 "LH 측에 물어보라"고 말했다. LH 관계자는 이에 대해 "주민들의 막연한 불안감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꽃초롱마을 3단지는 LH가 공급한 임대주택 아파트다. 단지는 12개 동, 1448가구로 조성됐다. 지난 2019년 12월 착공해 지난해 8월부터 입주가 시작됐다. 대보건설, 일신건설, 대보실업 등의 업체가 시공했다.
정부는 단지의 301동과 304동 입구로 연결되는 지하 주차장의 기둥 6곳에서 각 2개소씩의 철근이 빠졌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철근 갯수로는 총 331개소 중 12개소가 누락됐다. 설계 계획이 변경되는 과정에서 계산에 오류가 있었다는 것이 LH가 지목한 원인이다. 정부가 산출한 보강 비용은 5200만 원이다.
LH는 지난달 말 정부 조사결과가 발표되기 전부터 누락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보강공사는 입주민에게 '도색작업'으로 안내된 채 지난달 11일 시작됐다. 작업은 이달 10일까지 1개월 간 이어질 예정이다. 문제 사실을 인지한 정확한 시점은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 LH측의 입장이다.
한편 정부는 지난달 3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철근 누락 LH 아파트 명단과 시공사, 감리 담당사를 공개했다.
공개된 15개 단지 중 △파주 운정(A34) △남양주 별내(A25) △아산 탕정(2-A14) △음성 금석(A2) △공주 월송(A4) 등 5곳은 입주가 끝났다. 현재 입주 중인 곳은 △수서역 역세권(A3) △수원 당수(A3) △충남도청이전 신도시(RH11) 등 3개 단지다. 오산 세교2(A6)는 입주를 앞두고 있다.
LH 관계자는 "구조계산, 표면도면, 착공상세도 등이 누락됐거나 구조계산의 오류가 있어 철근이 빠지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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