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이한림 기자] 공매도 잔고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치솟았다. 7월 한 달간 주가가 가파르게 오른 2차전지 관련주의 쏠림 현상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급격히 불어난 공매도 규모에 따라 2차전지주뿐만 아니라 증시 전반에서 주가 변동성이 심화해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1일 한국거래소 코스콤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발생한 월간 공매도 거래 금액이 역대 최대 수준인 23조 원을 기록했다. 6월(14조6998억 원) 대비 무려 56.46(8조3002억 원) 올랐으며 올해 공매도 거래 금액이 가장 많았던 4월(19조2077억 원)보다 높은 결과다.
7월 일평균 코스피 공매도 거래대금도 전월(4353억 원) 대비 57.9% 오른 6873억 원으로 집계됐다. 코스닥도 같은 기간 51.65% 늘어난 4014억 원으로 불어나면서 시장을 가리지 않는 공매도 급증 현상을 띄고 있다.
급증한 공매도 거래 대금의 향방은 역시 2차전지주에 집중된 것으로 파악된다. 에코프로·포스코·LS 등 그룹 주를 비롯해 엘앤에프, 금양, 천보 등 개별종목들이 개인 투자자의 강력한 매수세를 중심으로 7월 들어 가파른 동반 상승세를 이어갈 때 주가 하락을 염두에 둔 공매도 투자자들의 적극 참전이 이어진 셈이다.
실제로 7월 한 달간 공매도를 포함한 거래대금 8조 원 이상을 기록한 11개 종목 중 8개가 2차전지 관련주였다. 공매도로 한정하면 포스코홀딩스가 2조5286억 원으로 코스피 종목 중 가장 많았고 포스코퓨처엠이 1조33억 원으로 뒤를 이었다. 공매도 잔고 2조4220억 원을 기록한 에코프로비엠은 코스닥 종목 중 가장 많은 공매도 거래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모두 2차전지 관련주다.
증권가도 '공매도 폭격' 원인으로 강한 매수세로 뭉친 개인 투자자들과 공매도 투자자들의 '숏 스퀴즈'(공매도 투자자가 주가 상승에 따른 손실을 예방하기 위해 주식을 다시 사는 행위)가 연일 이어진 결과로 보고 있다. 이에 주가가 하루에도 10% 넘게 올랐다가 내리는 등 변동성이 높아지고 있어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는 우려하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한 공매도에도 연일 주가 상승을 이어가는 2차전지주를 두고 개인 투자자의 영향력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다만 8월 들어 반도체 중심의 제조업 경기가 바닥을 통과한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2차전지 관련주에 대한 쏠림 현상은 일부 해소될 것으로 전망하는 시각도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7월 과열 양상을 띤 2차전지주의 외인 지분율이 대폭 낮아졌지만, 주가는 오히려 올랐다. 개인 투자자들의 시장 영향력이 커진 결과다"면서도 "개인 투자자들의 결집이 강력하나 규모의 측면에서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수급을 따라가는 것보다 산업이나 개별 종목의 펀더멘털을 다시 확인하고 신중한 투자를 이어가야 불안감을 떨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기관 투자자의 경우 지수 대비 상대평가를 받기 때문에 쏠림 자체에 영향을 받는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절대 수익에 민감하다. 시장이 강세장일 때는 개인투자자들의 모멘텀 투자가 상승효과를 발휘하나 약세장에 접어들면 결국 손실이 손절을 부르며 쏠림이 되돌려지곤 했다. 이번에도 시장이 멈추면 쏠림이 되돌릴 가능성이 높고, 파급력은 4월 하락세 이상이 될 수 있어 걱정스럽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