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이중삼 기자] 농심 신제품 '먹태깡'이 출시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품절 대란이다. 자사몰인 '농심몰'을 비롯해 편의점·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정가 1700원인 먹태깡은 현재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3500~4000원에 판매되고 있는데 대부분 '예약 중'이거나 '거래완료'가 된 것으로 확인됐다.
먹태깡은 지난달 26일 출시 이후 일주일 만에 100만 봉이 팔렸고 현재 기준 213만 봉이 팔렸다. 제과 업계에서는 신제품 기준 1000원으로 단순 계산했을 때 10억 원 이상 매출을 올렸으면 성공했다고 본다. 이날 제과업계 관계자는 <더팩트> 취재진과 전화통화에서 "기업마다 기준이 다르겠지만 통상 신제품으로만 한정했을 때 10억 원을 돌파하면 시장에 안착했다고 보고 있다"며 "1700원 과자가 한 주 만에 100만 봉 팔린 것은 충분히 성공을 거뒀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농심몰에는 '먹태깡 한정 판매 안내'가 공지돼 있는데 1일 판매수량은 200박스, 1회 구매 가능 수량은 4봉이다. 평일 오전 9시와 오후 2시에 구매가 가능한데 이날 오전 9시 10분쯤 접속해본 결과 이미 판매가 종료됐다. 또 서울·인천지역 편의점 여러 곳을 둘러봤지만 먹태깡은 찾아볼 수 없었다. 농심몰은 하루 평균 방문자 수가 먹태깡 출시 전 대비 200% 늘었다. 하루 평균 신규 가입자 수도 출시 전보다 250% 증가했다.
농심은 소비자들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지난 10일부터 먹태깡 생산량을 30% 늘렸다. 그러나 이마저도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품절 대란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농심은 다음 달부터 부산공장에서 생산하는 △양파링 △자갈치 등 스낵 일부를 다른 공장으로 옮기고 먹태깡 생산량을 1.5배 더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농심 관계자는 "하루 대략 편차가 있지만 평균 5만 봉을 생산하고 있다. 다음 달에는 여러 스낵제품을 다른 공장으로 옮겨 먹태깡을 집중 생산할 계획이다. 최초 생산 수준의 1.5배 수준이다"고 말했다. 다만 생산라인을 증설하는 부분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 먹태깡 품절 행렬 원인…'계절·SNS 효과'
업계에서는 먹태깡 품절 행렬의 원인으로 △계절적 요인 △SNS 효과 등을 꼽았다. 업계 관계자는 "계절적인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여름이 다가오면서 맥주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데 맥주와 어울리는 안주가 바로 먹태다"며 "특히 먹태를 과자로 맛볼 수 있게 되면서 소비자로부터 관심을 더 받은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SNS 효과도 한몫했다고 본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 SNS 채널에서 먹태깡 관련 영상이 쏟아지고 있다"며 "특히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등 유명인들이 최근 SNS 채널에 먹태깡을 인증하는 등 먹태깡을 구매한 사람들이 인증 릴레이를 펼치면서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증가시킨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농심이 먹태깡 생산라인을 늘리지 않는 이유에 대해 '헝거 마케팅'이 아니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헝거 마케팅은 한정된 물량만 판매해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더욱 자극시키는 마케팅 기법을 말한다. 이에 대해 농심 관계자는 "먹태깡이 이 정도로 인기를 끌 줄 예상하지 못했다. 헝거 마케팅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딱 잘라 말했다.
또 생산량을 대폭 늘리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또 다른 소비자 불편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농심 관계자는 "농심은 자갈치, 꿀꽈배기 등 스낵 종류가 많다"며 "다른 스낵도 생산해야 하는데 먹태깡 생산량을 크게 늘리게 되면 다른 스낵을 좋아하는 소비자들은 의도치 않게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다른 스낵을 공급하는데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며 "1~2개 스낵 종류만 있었다면 가능했을 수도 있지만 워낙 제품이 많다. 현재 가용 범위에서 최대한 먹태깡 생산량을 늘린 것이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농심이 생산라인을 증설하지 않는 이유를 '인기의 불확실성'이라고 말했다. 김종갑 인천재능대 유통물류과 교수는 "스낵류의 인기는 불안정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추이 변동이 심하다. 맥주 안주로 크게 히트했지만 여름철 계절 요인으로 인한 특수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또 해태제과처럼 ‘허니버터칩’ 생산을 크게 늘렸다가 실패한 사례도 있다. 농심은 공급물량 조절을 통해 장기적 인기 품목으로 고착화하는 전략을 펼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일시적 인기에 편승해 한 번에 많은 물량을 풀면 인기가 하락하는 심리도 있다"며 "농심은 당장 매출보다 '새우깡'처럼 장수 인기 상품으로 먹태깡을 육성하려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