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소양 기자]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영제도)이 본격 시행되면서 시중은행의 퇴직연금 쟁탈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금융소비자들은 '안정성'을 이유로 시중은행의 디폴트옵션 상품을 선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제도는 DC(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이나 IRP(개인형 퇴직연금) 가입자가 별도로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을 때 미리 선택한 상품으로 적립금이 자동 투자되도록 하는 제도다. 정부는 퇴직연금 가입자의 수익률을 높이고 노후 자산형성을 돕기 위해 제도를 도입, 지난 12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상품의 위험등급에 따라 초저위험, 저위험, 중위험, 고위험으로 나눠지며, 실적배당상품 비중이 높을수록 위험도는 커지는 반면, 수익률의 등락 폭도 함께 높아진다.
27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을 보면 2분기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345조8410억 원이다. 이 중 은행권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179조3882억 원으로, 절반을 넘겼다. 특히 5대 시중은행에서만 140조2638억 원을 운용해 전체 퇴직연금 적립 규모에 40%를 차지했다.
시중은행은 퇴직연금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디폴트옵션 제도의 본격 시행으로 퇴직연금을 향한 시장의 관심도가 어느 때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 디폴트옵션이 시행되면서 퇴직연금 자금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으로 쏠리고 있다. 디폴트옵션 상품 적립액 1조1019억 원의 88.63%(9766억 원)가 5대 은행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금융권은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증권으로의 자금 이동이 활발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오히려 은행으로 자금이 유입된 것이다.
이에 은행권도 디폴트옵션 퇴직연금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수익률'을 앞세워 디폴트옵션 퇴직연금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상품 첫 설정 이후 지난 6월 말까지 출시한 총 7개 상품 중 4개 상품이 10%를 초과하는 수익률을 나타냈다고 지난 24일 밝혔다. 특히 KB국민은행 디폴트옵션 고위험상품1의 경우, 지난 19일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2분기 기준 전체 디폴트옵션 상품 수익률 중 1위 실적(3개월 5.83%, 6개월 14.16%)을 기록했다. 디폴트옵션은 사업자별 총 10종까지 출시가 가능하며, KB국민은행은 현재 운영 중인 7종에 더해 하반기 3종의 추가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전동숙 KB국민은행 연금사업본부장은 "성과 우수 펀드·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해 약 5400회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구성 상품의 운용 비중을 결정했다"며 "이번 높은 수익률은 고객 투자성향, 생애주기 적합도, 운용사의 인지도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최종적으로 고객 니즈에 맞는 상품을 만든 결과"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적립액'을 내세우고 있다. 신한은행은 2분기 디폴트옵션 판매·운용 실적에서 적립금 약 3333억 원을 확보해 퇴직연금사업자 중 적립액 1위를 달성했다. 특히 디폴트옵션 제도의 조기 정착을 위해 전담조직을 구성하고 4만7000여 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했으며, 지난해 3월에는 차별적인 고객 관리를 위해 퇴직연금 고객관리센터를 신설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아무래도 퇴직연금은 단순히 수익률보다는 안정적으로 운용하려는 고객들이 많다 보니 은행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최근 은행권 디폴트옵션 상품의 수익률도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는 만큼 앞으로 고객들의 수요가 은행 쪽으로 더욱 쏠리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