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락 기자] 구광모 LG 대표가 점찍은 인공지능(AI) 사업이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기지개를 켜고 있다. LG는 2026년까지 AI·데이터 분야 연구개발에 3조6000억 원을 투입하고, 인재 경영에 적극 나서는 등 AI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 LG AI연구원, 초거대 멀티모달 AI '엑사원 2.0' 공개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 AI연구원은 최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LG AI 토크 콘서트를 열고 초거대 멀티모달 AI '엑사원 2.0'을 공개했다. 이는 2021년 12월 첫선을 보인 '엑사원'의 진화된 모습으로, LG AI연구원은 LG 계열사와 국내외 파트너사들이 '엑사원'으로 보다 빠르고 편리하게 각 분야에 특화된 전문가 AI를 사용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을 이어왔다.
'엑사원 2.0'은 파트너십을 통해 약 4500만 건의 전문 문헌과 3억5000만 장의 이미지를 학습했다. 한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이해하고 답변할 수 있는 이중 언어 모델로 개발됐고, 학습 데이터양도 기존 모델 대비 4배 이상 늘렸다.
특히 '엑사원 2.0'의 언어 모델은 기존 모델과 동일한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추론 처리 시간을 25% 단축하고, 메모리 사용량을 70% 줄여 비용을 약 78% 절감했다. 언어와 이미지 간 양방향 생성이 가능한 '엑사원 2.0'의 멀티모달 모델은 이미지 생성 품질을 높이기 위해 기존 모델 대비 메모리 사용량을 2배 늘렸지만, 추론 처리 시간을 83% 단축해 비용을 약 66% 절감했다.
LG AI연구원은 전문가 AI 서비스 개발의 기반인 '엑사원' 3대 플랫폼인 유니버스(언어), 디스커버리(난제), 아틀리에(창작)를 차례로 공개했다. 먼저 '엑사원 유니버스'는 △질의응답·대화 △텍스트 분류·요약 △키워드 추출·생성 △번역 등 기능별로 메뉴를 나눴던 방식에서 전문가용 대화형 AI 플랫폼으로 거듭났다. '엑사원 유니버스'는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의 질문에 대해 근거에 기반한 정확한 답변을 생성한다. 사전 학습한 데이터는 물론, 각 분야 최신 전문 데이터까지 포함해 근거를 찾아내며 추론한 답변을 제시한다.
'엑사원 디스커버리'는 화학·바이오 분야 발전을 앞당길 신소재·신물질·신약 개발 플랫폼이다. 멀티모달 AI 기술을 활용해 전문 문헌의 텍스트뿐 아니라 분자 구조, 수식, 차트, 테이블, 이미지 등 비텍스트 정보까지 AI가 읽고 학습할 수 있는 형태로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심층 문서 이해(DDU) 기술을 적용했다.
'엑사원 아틀리에'는 이미지를 언어로 표현하고 언어를 이미지로 시각화하는 멀티모달 AI 플랫폼이다. 저작권을 확보한 이미지·텍스트가 짝을 이룬 페어 데이터 3억5000장을 학습한 '엑사원 2.0'을 기반으로 이미지 생성과 이미지 이해에 특화된 기능을 제공한다. LG AI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일반 대중에게 '엑사원 아틀리에'를 공개할 예정이다.
◆ 산업 현장 다양한 기술 난제 해결에 AI 기술 활용
LG AI연구원은 LG 계열사와 국내외 파트너사들과 협업해 실제 산업 현장에 AI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LG전자는 주 단위로 국가별, 지역별 제품 판매 수요를 예측하는 데 AI 기술을 적용하기 시작했으며, LG이노텍은 카메라 렌즈와 센서의 중심을 맞추는 공정에 AI 기술을 도입해 최적화 기간을 50% 이상 단축시키고 있다.
특히 LG AI연구원은 △개인 맞춤형 항암 백신 신항원 △차세대 배터리인 리튬황 배터리 전해질 △차세대 OLED 고효율 발광 재료를 발굴하는 AI 모델을 선보이는 등 산업 난제 해결을 위한 AI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기존에는 최적의 백신 후보 물질이나 산업의 판도를 바꿀 화합물을 찾기 위해 무한대에 가까운 경우의 수를 놓고 사람이 직접 실험을 하거나 시뮬레이션 계산 방식을 사용했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 부담이 상당했고 성공 확률도 낮았다. LG AI연구원은 환자의 유전 정보와 암 세포의 돌연변이 정보를 이용해 암 세포의 사멸을 유도하는 신항원을 예측하는 AI 모델을 개발했고, 이는 기존 타 예측 모델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우수한 성능을 보여 개인 맞춤형 항암 백신 개발 기간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밖에도 LG AI연구원은 차세대 배터리인 리튬황 배터리에 최적화된 전해질 화합물을 찾아내는 AI 모델, 차세대 OLED 발광 재료 성능을 예측하는 AI 모델 등을 개발했으며, 현재 가능성이 높은 후보 물질들을 찾아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 글로벌 AI 학회 채택 논문 증가…연구 역량 입증
LG AI연구원은 지난해 11월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세계 최고 권위의 AI 학회 중 하나인 뉴립스에서 전년 대비 4배인 12편의 논문을 발표하며 AI 선행 기술력을 입증했다. 특히 자체 연구 역량을 입증하는 객관적 지표 중 하나인 1저자 발표 논문 수만 10편에 달했다. 출범 1년 차인 2021년에 18편의 논문이 글로벌 AI 학회에서 채택된 것과 비교해 지난해에는 3배에 육박하는 47편의 논문이 채택됐다.
◆ 전 세계 AI 연구자 대상 '글로벌 AI 챌린지' 개최
LG AI연구원은 시각 AI와 언어 AI의 융합 트렌드를 주도하기 위해 전 세계 AI 연구자를 대상으로 'LG 글로벌 AI 챌린지'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 2월부터 4월까지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챌린지는 AI가 처음 본 이미지를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하고 설명하는지 평가하는 대회다.
LG AI연구원은 AI가 기존에 학습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처음 보는 이미지도 스스로 이해하고 유추한 결과를 텍스트로 설명할 수 있는 제로샷 이미지 캡셔닝이 고도화되면 이미지 인식 AI 기술의 정확성과 공정성이 향상되고 결국 사람들의 실생활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술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 자연어 검색 분야에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챗GPT처럼 AI가 스스로 이미지를 이해하고 설명하며, 해시태그도 달 수 있는 이미지 캡셔닝 기술은 이미지 검색 분야에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LG AI연구원은 공동연구센터를 설립해 초거대 멀티모달 AI인 '엑사원'을 연구 중인 '서울대학교 AI대학원', 이미지 캡셔닝 AI 상용화 서비스를 공동으로 준비 중인 '셔터스톡'과 함께 이번 대회를 개최한다.
LG AI연구원은 챌린지에 이어 지난달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컴퓨터 비전 분야 세계 최고 권위 학회인 'CVPR(Computer Vision and Pattern Recognition) 2023'에서 제로샷 이미지 캡셔닝 평가의 새로운 개척자들을 주제로 워크숍도 열었다.
◆ 글로벌 AI 인재 확보에 진심인 LG
LG는 세계적인 AI 학회에서 연구 성과를 알림과 동시에 글로벌 AI 우수 인재 유치에도 적극 나서는 등 미래 AI 기술을 선도하기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LG AI연구원은 'CVPR'을 비롯해 세계적인 AI 학회에 LG 주요 계열사들과 함께 참여해 각사의 최신 AI 기술을 시연하고 채용 상담도 진행하고 있다. 특히 AI 학회에 참가한 한국인 AI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LG의 AI 기술 개발 현황과 인재 육성 계획을 설명하는 네트워킹 행사인 'LG AI Day'도 별도로 열고 있다.
LG는 청년 AI 인재 양성에도 본격적으로 나섰다. 회사는 청년들의 취업 경쟁력 향상에 기여하고 AI 분야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력이나 전공에 상관없이 AI 기초 지식과 코딩 역량을 갖추고 있는 만 19세에서 29세의 청년이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는 AI 전문가 양성 과정인 'LG 에이머스'를 시작했다.
LG 에이머스에 지원한 청년들은 국내 최고 AI 전문가들의 핵심 이론 강의를 무료로 수강할 수 있다. LG의 산업 현장 데이터를 직접 다루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LG AI 해커톤' 참가도 가능하다. LG 에이머스는 고용노동부의 '청년 친화형 ESG 지원 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LG 관계자는 "LG는 온라인 예선과 오프라인 본선 모두 LG의 실제 산업 현장 데이터를 제공함으로써 프로그램에 참가한 청년들이 이론을 넘어 실무 역량을 쌓으며 진로 선택과 취업에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LG는 청소년 대상 AI 교육 기관인 'LG디스커버리랩'과 LG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AI 전문 교육 프로그램인 'LG AI 아카데미'도 운영한다. 미래를 이끌어 갈 AI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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