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환 AI시대⑥] "AI 애널리스트가 전합니다. 하반기 관심 종목은요?"


시황 데이터 제공부터 금융 상담까지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도 '박차'

증권업계에도 인공지능(AI) 바람이 불고 있다. AI를 활용한 투자 콘텐츠 등은 더욱 다양해질 전망이다. /더팩트 DB

AI 시대, 우리 사회는 어떻게 변할까요? AI 기술이 우리 사회를 또 한번 혁명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을 태세입니다. 증기기관이 가져온 산업혁명에서 시작한 인류의 발전 속도는 반도체와 컴퓨터가 가져온 3차 혁명에 이어 AI 기술이 가져올 차세대 혁명의 초입에 들어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가져올 우리의 삶의 변화는 예측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변화의 '거대한 물결'에 올라서지 못하면 생존을 담보하기 어렵고 도태될 것임은 이미 세 차례의 산업혁명이 분명하게 입증하고 있습니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도약한 한국 경제를 이끄는 산업계와 학계도 글로벌 AI 시대를 선도하고 AI 기술을 우리나라의 차기 먹거리로 만들기 위해 투자·연구를 확대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더팩트>는 올해 두 번째 혁신 포럼을 통해 AI와 조금 더 친해지려고 합니다. 'AI 시대로의 전환'이라는 주제로 한 특별기획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윤정원 기자]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인공지능(AI) 기술 활용에 나서고 있다. AI를 활용한 투자 콘텐츠와 투자 자문 서비스는 대중화됐다. 디지털 혁신 바람은 있었지만, 챗GPT가 대중화하면서 증권사들의 AI 서비스 역시 고도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해외 기업들의 거래소 공시 등에 대한 접근도 용이해졌다. 가상 인간이 애널리스트로 등장하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AI 활용은 비용과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증권사들의 집중도를 높일 전망이다.

◆ "고객님, 보유 종목 최근 뉴스 알려드립니다"

미래에셋증권은 챗GPT를 활용해 종목 시황을 요약하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해당 서비스는 매일 관심 종목을 선정해 시황 데이터와 최근 뉴스를 결합한 내용을 제공한다. 모바일트레이딩서비스(MTS)인 '엠스탁(M-STOCK)'에서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이후 제공 종목 수를 확대하고 개인화 서비스를 구축할 예정이다.

미래에셋증권은 네이버 클라우드 기반 해외뉴스 실시간 번역·요약 서비스에도 챗GPT를 반영해 번역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또 중소형 리포트나 주식 종목 선별 서비스에도 AI를 접목했다.

NH투자증권은 AI를 활용한 GPT뉴스레터 서비스를 오픈했다. GPT뉴스레터는 NH투자증권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서비스다. 전 거래일 장 마감 기준 조회수 상위 10개 종목 최신의 뉴스 핵심 키워드를 추출해 주가이슈와 경영·재무정보, 신기술·경쟁력 카테고리로 분류 제공한다.

정중락 NH투자증권 자산관리 디지털 사업부 대표는 "AI 기술을 활용한 GPT뉴스레터는 우리 회사가 AI 시대에 발맞춰 변화하고, 고객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며 "투자자가 증권 시장 정보를 더욱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20년 7월 국내주식을 대상으로 AIR(A.I. Research) 서비스를 처음 선보였다. AIR는 매일 쏟아지는 3만여 건의 뉴스 콘텐츠를 계량 분석해 선별한 뉴스를 투자자에게 알아보기 쉬운 리포트 형식으로 제공한다. 올해부터는 미국 상장지수펀드(ETF)까지 다루고 있다.

AIR는 출시 후 올해 2월까지 국내주식 7613개, 미국주식 5626개 종목 코멘트를 내놨다. 한국투자증권은 투자정보를 찾아보기 어려운 중소형 주식도 폭넓게 다룬다. AIR가 지난 동안 다룬 1173개 국내주식 가운데 85.1%는 시가총액 1조 원 미만의 기업이다. 국내 증권사가 한 번도 리포트를 발간하지 않은 기업만 해도 523개에 이른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AIR는 중소형주 발굴 측면은 물론 광범위한 글로벌 시장의 주제나 이슈 또한 빠르게 제시해 투자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면서 "AI 기술을 활용해 리서치 역량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연구 중이다"라고 말했다.

◆ 번역 어려웠던 해외 주식 정보, AI가 '척척'

해외주식 투자자가 늘면서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증권사도 등장했다. 해외 기업들의 거래소 공시는 번역 문제, 복잡한 내용 방대한 분량 등으로 내용을 파악하고 대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예탁원을 통한 국내 투자자의 올해 상반기 외화증권 보관금액은 998억3000만 달러(한화 약 126조3349억 원), 결제금액은 1886억8000만 달러(약 238조7745억 원)로 작년 하반기 대비 각각 30.2%, 12.6% 증가했다.

외화증권 보관금액은 종류별로 외화주식이 746억9000만 달러(94조5053억 원)로 직전 반기 대비 34.9% 늘었고, 외화채권은 251억4000만 달러(31조8147억 원)로 17.9% 증가했다. 시장별로는 미국이 전체 보관금액의 68.4%로 비중이 가장 높고, 미국을 포함한 유로시장, 일본, 홍콩, 중국 등 상위 5개 시장이 전체 보관금액의 97.5%를 차지했다.

NH투자증권은 이 가운데 미국, 중국, 일본, 홍콩 등 4개국의 기업공시 번역·요약 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해당 서비스는 수시공시 외에 연간·분기 보고서, 주주총회 안건, 대주주 지분변동, 배당 등의 공시를 제공하는 게 골자다.

NH투자증권 고객들은 해당 서비스를 NH투자증권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QV, NAMUH) 해외주식 현재가 공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적시성 있는 기업공시를 위해 공시가 거래소에 등록된 후 평균 2분 30초 이내에 번역 후 요약해 정보를 제공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정중락 NH투자증권 WM 디지털사업부 대표는 "해외주식 투자수요가 높아졌지만, 투자자들 입장에서 여전히 해외 주식시장에 대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제한적"이라며 "이번 기업공시 서비스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해외주식 투자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의 다양한 니즈에 대한 해법을 끊임없이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SK증권 주파수3 챗봇에서 공모주 일정 등에 대해 질문한 화면. /SK증권 주파수3 갈무리

◆ 챗봇, 24시간 항시 대기…"무엇이든 물어보세요"

KB증권은 불완전판매를 예방하고 금융소비자보호 강화를 위해 AI 기술 기반 'AI금융상담시스템'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AI금융상담시스템은 TTS(Text-To-Speech, 음성합성)와 STT(Speech-To-Text, 음성인식), (Text Analytics, 텍스트 분석) 등 AI 기술을 적용해, 영업점에서 금융상품 상담·판매 과정에서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서비스다.

고객이 KB증권 영업점에 방문해 금융상품 관련 상담을 받을 때 안내받아야 할 필수 사항과 상품에 대한 주요 설명은 TTS 기술로 자동화했다. 오는 8월 말부터는 고객과의 상담 내역을 STT 기술을 통해 문자로 저장하고 TA 기술로 불완전판매 발생 여부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기능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KB증권은 지난 2월에는 AI 기술을 적용한 FCC(Future Contact Center, 미래컨택센터) 챗봇 서비스를 선보였다. 지난해 7월 오픈해 높은 정확도와 고객만족도로 평가받고 있는 인공지능 기반 음성 상담 서비스 'AI 상담 콜봇'에 이어 잇달아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챗봇을 이용하는 KB증권 고객은 △계좌개설, 입출금, 청약, 신용대출 등 업무 문의에 대한 응답 △내 계좌의 예수금, 자산 조회 △주식 현재가, 주가지수, 환율 조회 등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SK증권은 24시간 금융 상담이 가능한 챗봇·음성봇서비스를 지난 3월부터 운영 중이다. 해당 서비스는 클라우드 기반 AICC(AI Contact Center, 인공지능 콘택트 센터) 고객센터 구축의 하나다. AI 상담원이 고객 요구사항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대기시간 없이 업무를 처리한다.

챗봇은 양질의 금융 데이터를 학습시켜 최적의 답변뿐만 아니라, 질문의 숨은 의도를 파악해 유사 추천질문까지 제공한다. 음성봇은 대화형 AI상담 서비스로 고객 문의가 많은 △공모주 청약 안내 △시세·지수 조회 △반송에 의한 업무제한 안내 등을 우선 개시했다. 향후 지속적·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고객 안내·통지 업무를 확대할 계획이다.

SK증권 최석원 미래전략부문 대표는 "인공지능,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의 정보기술 도입을 넘어 활용과 가치 확산에 매진하겠다"며 "이를 위해 고객의 소리에 더욱 귀 기울여 니즈를 적극 반영하고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등 최고의 고객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의 챗봇은 카카오톡 대화창을 통해 궁금한 내용을 문의하면 관련 링크와 함께 자세한 답변을 제공한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주식거래, 금융상품 가입, 공모주 청약 등 주요 업무를 간편하게 검색하고 처리할 수 있다.

NH투자증권은 퇴직연금 가입 고객의 니즈를 반영해 접근성과 편의성을 강화하기 위해 퇴직연금 관련 개선 작업을 했다. 챗봇과의 대화를 통해 카테고리별 추천 상품 라인업을 확인하고 가입까지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구축했다. 퇴직연금을 처음 접하는 고객을 위해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소개 영상과 연금제도 카드 뉴스 등 관련 콘텐츠도 강화했다.

한국투자증권과 이스트소프트가 개발한 AI 버추얼 휴먼 애널리스트 한지아. /한국투자증권

◆ '한지아·이서치'가 전하는 증권시장

가상 인간을 활용한 사례도 늘어나는 중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AI 서비스 전문 기업인 이스트소프트와 협업해 국내 최초로 가상 인간을 활용한 리서치 보고서를 선보였다. 이른바 '쇼미더 리포트'다.

쇼미더 리포트는 2022년 신입사원의 얼굴을 학습해 탄생한 가상 인간 '한지아'가 리서치 보고서를 3~4분 길이의 영상으로 짧게 요약해 설명해 주는 서비스다. 기존의 읽거나 듣는 보고서 형태에서 벗어나 모바일 환경에 적합한 방식으로 투자자에게 더 쉽게 시장전망과 투자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개발됐다.

삼성증권도 AI 기업인 딥브레인과 가상 애널리스트이자 틱톡커 '이서치'를 만들었다. 이서치는 삼성증권 디지털 우수 고객에게 증시 시황, 보고서, 연금 등의 투자 정보를 대화형으로 실시간 제공한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실상 로보어드바이저 시장 자체가 그리 크지는 않다. 우리나라 주식투자를 많이 하기 때문에 종목 추천이라든지, 매매 타이밍이라든지 주식 정보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많다. 비슷한 측면에서 증권사들 역시 AI를 어떻게 접목할지 고민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AI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실제 아직 증권사들은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에서 낮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서비스를 꾸준히 확대하며 시장의 성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핀테크 기업과의 협업이 활발해졌고 자체 AI 알고리즘을 개발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늘어나는 추세다.

키움증권은 자체 개발한 AI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키우GO'를, 미래에셋증권은 '로보픽'이라는 서비스를 각각 운용 중이다. 하나증권은 로보어드바이저 업체 '파운트'와 함께 알고리즘을 활용한 '미니 ETF'를 출시했다. KB증권은 '핀트'와 협력, AI 투자일임서비스 '자율주행'을 선보였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초 증권업계 최초로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연금S톡'을 개설했다.

이경전 경희대 빅데이터응용학과 교수는 "AI의 ROI(투자자본수익률)가 가장 좋은 곳이 금융 분야"라면서 "금융 지식정보가 강한 국가가 되기 위한 제도와 인프라 정책이 필요하다. 금융기관간 협력과 경쟁을 동시에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연주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증권업을 포함한 금융분야에서는 규제들도 있고, 개인정보와 관련된 이슈도 있어 조건이 다소 제한적"이라며 "AI 모형이 제대로 작동하고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양질의 데이터가 필요하기 때문에 향후 금융 당국의 규제 완화 등도 함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가 AI 학습을 위해 데이터를 활용하는 경우 저작권 침해 면책 기준을 명확히 하는 등의 기준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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