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이달 초 취임한 조병규 우리은행장의 위기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조병규 행장은 영업력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우리은행의 실적 성장을 이끌 적임자로 꼽히며 은행장 자리에 올랐지만, 취임하자마자 '홍콩빌딩 펀드'와 관련 악재를 만나면서 경영 활동에 제동이 걸렸다. 조병규 행장 취임 전 발생한 일이지만, 사태 수습은 조 행장의 몫이 된 만큼 업계는 조 행장이 이번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주목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2800억 원 규모 홍콩 오피스빌딩 펀드가 90% 상각 처리되면서 국내 기관과 개인 투자자들이 대규모 손실을 보게 됐다.
해당 펀드는 10개월 만기에 연 5.2% 고수익률을 내세웠으나, 지난 2020년 코로나 사태가 터지며 투자금 상환이 연기됐다. 이후 홍콩 내 부동산 경기 악화, 정치적 불안 등이 겹치면서 운영이 어려워졌고, 결국 빌딩 매각으로 투자금 손실이 최종 확정됐다.
우리은행은 VVIP 고객들을 대상으로 해당 펀드를 765억 원 판매했다. 이는 금융권에서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다.
조병규 행장은 취임 후 경영에 시동을 걸기도 전에 이같은 악재를 만나면서 시장 신뢰 회복이라는 과제까지 안게 됐다.
DLF·라임 등 펀드 손실에 대한 투자자 보상 문제가 대부분 해결되며 고객 신뢰 회복에 힘쓰고 있던 우리은행에 이번 사태가 찬물을 끼얹었기 때문이다.
비록 이번 펀드의 경우 위험성이 고지된 상황에서 팔린 것으로 불완전판매와는 거리가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우리은행 고액 자산가 비중이 가장 큰 만큼 이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할 경우 시장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
일단 우리은행은 사태 수습을 빠르게 처리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조병규 행장이 취임하기 전인 지난달 말 열린 이사회에서 홍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 빌딩에 투자하는 해외부동산 펀드 '시몬느 대체투자전문 사모투자신탁 제12호' 관련 고객 손실을 일부 보전해 주기로 결정하고 이를 해당 고객들에 알렸다.
고객피해 방지와 신뢰 회복차원에서 사적화해의 수단으로 자율조정을 실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자율조정은 금융감독원 분쟁조정기준안을 준용해 진행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자율조정 완료 후 운용사를 대상으로 구상권 청구와 중순위 채권 추심을 검토할 계획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조병규 우리은행장 취임 전 발생한 일이긴 하지만 사태 수습은 조병규 행장의 몫이 됐다"며 "고객 신뢰는 은행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우리은행이 빠르게 대응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우리은행이 사적화해 수단으로 자율조정 결정한 부분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제55조에 따르면 투자자가 입은 손실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후에 보전해 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아직 손실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사적화해의 수단으로 자율조정을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투자업규정에 '위법행위 여부가 불명확한 경우, 사적 화해의 수단으로 손실을 보상하는 행위'를 자본시장법이 제한하는 손실보전 금지의 예외로 정하고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