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위함 수주 경쟁서 HD현대 누른 한화오션…해양 방산 경쟁 본격화


차기 호위함 사업 5~6번함 한화오션이 우선협상자 등극
내년 KDDX 사업·해외 잠수함 수출서도 본격 경쟁

한화오션이 제안한 울산급 배치-3(Batch-III) 함정 모형. 해당 함정에는 한화시스템이 개발한 복합센서마스트와 전투체계가 탑재돼 보다 우수한 생존성을 자랑한다. 배치-3는 기존보다 대공·대잠 표적에 대한 탐지·추적 능력이 향상됐으며, 360도 전방위 탐지·추적·대응이 가능한 4면 고정형 다기능 위상배열레이더를 복합센서마스트에 탑재한다. /김태환 기자

[더팩트 | 김태환 기자] 한화그룹에 인수된 이후 방위산업 부문에 힘쏟고 있는 한화오션이 경쟁사 HD현대중공업을 누르고 해군 차기 호위함 사업(울산급 Batch-Ⅲ) 5~6번함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내년 시작될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에서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경쟁이 예상되는 가운데 해외 시장에서도 잠수함을 놓고 수주전이 벌어지는 등 국내·외 방산 경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방산업계는 한국 해군 울산급 배치-3와 더불어 내년 시작될 KDDX사업 등에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앞서 지난 14일 방위사업청은 해군 차기 호위함인 울산급 배치-3 5~6번함 우선협상대상자로 한화오션을 선정했다. 한화오션의 수상함 수주는 지난 2018년 이후 5년 만이며, 한화오션으로 새 출발한 이후 처음이다. 계약 규모는 8300억 원이다.

울산급 배치-3 사업은 최첨단 3300톤급 해군 호위함 6척을 도입하는 건조사업으로, 이들 호위함은 해역함대 주력함으로 활약할 예정이다.

한화오션은 100점 만점에 최종점수 91.8855점을 받으며 HD현대중공업(91.7433점)과 단 0.1422점 차이로 승리를 거두었다. HD현대중공업은 기술능력평가에서는 1점 가량 앞섰지만, 설계도 유출 불공정 행위 이력에 따른 감점(-1.8점)으로 최종 점수에서 뒤쳐졌다.

방산업계에서는 울산급 배치-3 사업에서 HD현대중공업이 유리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수상함 건조 사업에서 1번함을 만드는 것이 가장 경쟁이 치열하고 향후 평가에서도 가산점을 받는데, HD현대중공업이 1번함을 수주해 긍정 평가 요인이 많았다는 분석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해당 사업 1번함은 HD현대중공업이, 2~4번함은 대형 군함을 만들어본 적 없는 SK오션플랜트(옛 삼강M&T)가 수주했는데 SK오션플랜트는 경쟁사 대비 150억 원 낮은 가격에 입찰한 것"이라며 "1번함 수주가 향후 기술평가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해줄수 있는데, 실제 HD현대중공업이 한화오션 대비 기술점수는 1점 가까이 높았기에 감점만 아니었다면 선정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산업계에서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내년에 있을 KDDX 구축 사업에서 제대로 맞붙을 것이라 전망한다. 해당 사업은 총 규모가 7조8000억 원대로, 호위함 5~6번함 사업(8300억 원)은 사실상 전초전에 불과했다는 평가다.

이미 두 회사는 KDDX 개념설계 사업에서 설계도 유출 사태로 인해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태다.

당시 현대중공업(HD현대중공업 전신) 직원들은 대우조선해양(한화오션 전신)의 개념 설계 자료를 유출해 내부에서 공유했다. 이로인해 HD현대중공업은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오는 2025년까지 3년간 무기체계 제안평가서 1.8점의 감점을 적용받게 됐다.

한화오션은 한화그룹 편입 후 방산부문에서의 청사진 '오렌지로드'를 공개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등 그룹 내 방위사업체와 연계해 종합 방산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복안이다.

수상함 부문에서도 최첨단 설비와 무기체계 탑재가 중요해진만큼, 한화시스템의 탐지 기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엔진 등을 활용해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HD현대중공업은 그동안 쌓은 기술력과 수주 실적으로 감점 요인을 극복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KDDX의 기본설계를 HD현대중공업이 담당했던만큼, 수주에 유리하다는 주장이다.

최태복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이사는 "KDDX에는 기술적으로 도전적인 과제가 많이 포함되어 있어 사업에 대한 이해가 높은 회사가 맡아야 사업의 성공확률과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면서 "KDDX 기본설계를 맡아 오랫동안 연구개발을 수행해 온 HD현대중공업이 가장 적임자다"고 설명했다.

HD현대중공업이 공개한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KDDX)의 모형. KDDX는 다기능 위상배열레이더(이지스 레이더)와 탄도탄 탐지·추적 능력을 갖추고 함정의 레이더 반사 면적(RCS) 감소를 위한 통합마스트, 소음 감소를 위한 추진체계 등 스텔스 설계가 적용될 예정이다. /김태환 기자

한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캐나다와 폴란드 등 해외에서 잠수함 수주전도 벌일 것으로 관측된다.

캐나다는 노후 잠수함 교체 사업인 '캐나다 순찰 잠수함 프로젝트'를, 폴란드 정부는 잠수함 도입 사업인 '오르카 프로그램'을 시작할 예정이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지난 6월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2023)에서 캐나다 방산업체 밥콕과 각각 기술협약을 체결했다. 캐나다 잠수함 사업을 위한 사전 포석을 위한 협약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HD현대중공업은 지금까지 총 9척의 잠수함을 수주·건조해 성공적으로 인도했다"면서 "조선과 방산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만큼, 캐나다 밥캣과 시너지를 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잠수함 부문에서 압도적인 기술력과 실적을 가진 만큼, 캐나다와 폴란드 모두 사업이 본격화되면 적극 입찰에 참여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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