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성 하락 NH농협은행…해법 있나


대손충당금 늘린 것도 부담 전망

최근 가계와 기업대출 연체율이 꿈틀대는 가운데 NH농협은행의 건전성 지표가 악화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NH농협은행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최근 가계와 기업대출 연체율이 꿈틀대는 가운데 시중은행의 건전성 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중에서도 NH농협은행의 건전성 지표가 악화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농협은행은 올해 들어 건전성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농협은행의 올 1분기 연체율은 전년 동기 대비 0.15%포인트 상승한 0.34%를 기록했다. 이는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0.20~0.28%) 대비 높은 수준이다.

총여신에서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인 자산건전성 지표인 고정이하여신(NPL)이 차지하는 비율도 지난해 1분기 0.23%에서 올해 1분기 0.30%로 올랐다. 이는 5대 시중은행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5대 은행 평균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02%포인트 상승한 0.24%로 농협은행 대비 0.06%포인트 낮다.

무수익여신 규모도 커지고 있다. 무수익여신은 3개월 이상 연체·부도 등으로 이자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연체여신, 이자미계상여신 등을 의미한다. 무수익여신이 많을 경우 안전성, 수익성이 불안하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농협은행의 무수익여신은 1년 전(4940억 원) 대비 33.8% 급증한 6611억 원을 기록했다.

농협은행의 연체율이 늘어난 데는 최근 경기 하락 국면과 고금리 기조가 작용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급격한 금리 상승 효과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영되면서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하는 가계와 기업이 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농협은행은 1분기 기업대출 연체율이 0.42%까지 오르며 전체 연체율을 끌어 올렸다. 이는 농협은행이 기업여신 확대에 나선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농협은행은 지난해부터 기업여신 강화에 나서왔다. 이에 따라 농협은행의 지난해 대기업대출과 중소기업대출은 각각 전년 대비 23.1%, 11.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은행 전체 기업대출 증가율이 9.8%인 점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기업대출 규모가 늘어난만큼 연체율도 덩달아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이석용 행장의 어깨가 무거울 전망이다. 당장 건전성 관리도 시급할 뿐만 아니라 순이익 경쟁에서도 밀려날 수 있기 때문이다.

농협은행은 올해 1분기 순이익 경쟁에서 5대 시중은행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농협은행의 1분기 순이익은 6721억 원(농업지원사업비 부담 전 7329억 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50.6% 증가한 수치이지만,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서는 크게 못 미치는 규모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은 9707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으며, KB국민·신한은행 9315억 원, 우리은행 8595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다른 은행들이 치열한 리딩뱅크 경쟁을 벌이고 있을 때 농협은행은 건전성 관리로 인해 홀로 뒤처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더팩트 DB

다른 은행들이 치열한 '리딩뱅크' 경쟁을 벌이고 있을 때 농협은행은 건전성 관리로 인해 홀로 뒤처질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건전성 문제가 잡히지 않으면 부실을 막기 위해 그만큼 대손충당금을 쌓게 되고 결국 수익성이 떨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충당금은 부실 우려가 해소되면 환입할 수 있지만 당장은 회계상 비용으로 잡혀 순이익에 영향을 준다.

실제 농협은행은 최근 대손충당금을 늘리고 있는 추세다. 농협은행은 올 1분기에만 신용손실충당금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1.7% 증가한 2423억 원을 전입했으며, 6월 말 기준 1400억 원 수준의 부실채권을 대손상각 처리했다.

농협은행은 건전성 지표가 아직 관리가 필요한 수준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농협은행이 건전성 지표가 악화해 관리가 필요한 부분은 아닌 것 같다"면서 "새마을금고 사태로 인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이 당행에도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연체율 관리와 연체액을 조속히 환수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고, 추후 필요하다면 다각적으로 선제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농협은행이 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선 채무 재조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1분기 연체율이 조금 올라가기는 했지만 대손 충당금 적립은 부실을 감당하기에 크게 부족하지 않을 듯하다"면서도 "고정 이하 여신 중 부실이 악화할 것 같은 대출에 대해서는 가계 대출의 경우 채무 재조정 후 손실은 상각처리하고 기업 대출의 경우 부실채권을 매각하는 등 선제적 채무 재조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4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전월 말(0.33%) 대비 0.04%포인트 상승한 0.37%를 기록했다. 이는 2020년 8월(0.38%) 이후 2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4월 가계대출 연체율은 전월 말(0.31%) 대비 0.03%포인트 오른 0.34%를 기록했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0.21%로 전월 대비 0.01%포인트, 신용대출 연체율이 0.67%로 0.08%포인트 각각 올랐다. 같은 기간 대기업 대출 연체율은 0.09%로 전월과 비슷했다. 중소기업 연체율은 전월 대비 0.05%포인트 오른 0.46%를 기록했다. 전체 기업 대출 연체율은 0.39%로 전월 말(0.35%) 대비 0.04%포인트 상승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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