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이중삼 기자] "패키지 디자인만 변경됐을 뿐 (구)세븐브로이 '곰표 밀맥주'의 맛은 그대로입니다."
대한제분과 이별한 세븐브로이맥주가 '맛은 그대로'라며 선보인 '대표 밀맥주'를 최근 일부 제품에 한 해 자진 회수했다. 맛이 변했다는 일부 소비자들의 지적이 나오자 대응에 나선 것이다. 세븐브로이는 회수된 제품을 검사한 결과 성분상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현재는 맛이 변했다는 의견에 따라 생산·유통과정 등 원인을 파악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에서는 동일 재료·공장·공정을 거친 제품은 맛이 유의미하게 변할 수 없다며 전량 회수 조치는 사실상 맛이 달라졌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라고 입을 모았다.
13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세븐브로이는 지난 4월 28일부터 편의점 CU를 통해 단독 판매하고 있는 대표 밀맥주의 제조일자 5월 31일 제품을 전량 회수했다. 회수 조치 결정의 시발점은 '자사 인스타그램'이었다. 세븐브로이 관계자는 "출시 후 소비자들로부터 맛이 변했다는 얘기가 없었는데 최근 인스타그램을 통해 10여 명의 소비자들이 (5월 31일자 제품)맛이 달라졌다는 메시지(DM)를 보내왔다"며 "해당 의견을 반영해 곧바로 전량 회수 조치에 나섰다. 혹시나 제품에 문제가 발견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고 말했다.
세븐브로이는 지난 7일까지 해당 제품을 회수한 뒤 이상 검사를 한 결과 성분상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만 맛이 달라졌다는 의견에 대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있는 중이다. 세븐브로이 관계자는 "지난 7일까지 제조일자 5월 31일 제품을 전량 회수했다. 현재 맛이 달라졌다는 이유에 대해 생산·유통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동일한 재료·공장·공정을 거쳐 나온 제품은 맛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가질 수 없다며 세븐브로이에 물음표를 던졌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낮은 확률로)유통과정 등 다양한 변수가 생길 수는 있다"며 "다만 통상 같은 조건에서 만든 제품이 특히 공산품이 맛이 달라졌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설명하기 어렵다"며 "세븐브로이는 대표 밀맥주를 밀고 있는데 이번 조치로 약간 난감한 입장이 됐을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10여 명의 소비자들로 한정해 맛이 달라졌다고 한다면 '시각 효과'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갑 인천재능대 유통물류과 교수는 "생산 설비와 생산 라인이 달라졌다면 맛이 다를 수 있다"며 "또 상표가 달라져도 시각 효과 때문에 맛이 변했다고 인식할 수 있다. 눈의 시각을 통해 입수한 음식의 느낌은 전두엽으로 전달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한편 세븐브로이는 2020년 대한제분과 함께 곰표 밀맥주를 선보였다. 곰표 밀맥주는 3년 간 누적 판매량 5800만 개를 넘는 판매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올해 초 대한제분과 맺은 상표권 라이선싱 계약이 끝나 자체 브랜드(PB)와 호랑이 캐릭터를 입힌 제품을 출시했다. 세븐브로이 관계자는 "세븐브로이 곰표 밀맥주 제품의 라이선싱 계약 종료로 인해 대표 밀맥주로 제품명을 변경했다"며 "패키지 디자인만 변경됐을 뿐 맛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세븐브로이의 올해 1분기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악화됐다. 곰표 밀맥주 상표권 계약 종료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세븐브로이 올해 1분기 매출은 53억 원으로 지난해 동분기(101억 원) 대비 48억 원 줄었다. 영업이익은 올해 4억583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9억 원에 비해 25억 원 급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