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단 간담회 대신 임원 워크숍 택한 농협 이석준…건전성 관리 올인?


금융지주 간담회 대신 임원 워크숍 일정 소화
농협금융 주요 사안 논의…건전성 악화 시각도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5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금융당국의 금융지주 회장단 간담회에 불참하면서 그 이유에 시선이 쏠린다. 사진은 이석준 회장. /NH농협금융지주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5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금융당국의 금융지주 회장단 간담회에 불참하면서 그 이유에 관심이 모인다. 이석준 회장은 간담회 대신 임원 워크숍 일정을 소화하며 농협금융의 주요 사안들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농협금융은 구체적인 사안에 관해서는 말을 아끼며 신중한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농협금융의 건전성 악화에 따른 충당금 부담이 커진 가운데 이석준 회장이 각 계열사의 건전성 관리에 힘쓰고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석준 회장은 지난 5일 금융당국이 주최한 금융지주 회장단 간담회에 불참했다. 이번 간담회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주관했으며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에게 은행권 영업·제도 개선 등의 협조를 요구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이번 간담회에 불참한 회장은 5대 금융지주 중 농협금융이 유일하다. 이날 간담회에는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참석했으나 농협금융은 김익수 부사장이 참석했다.

이석준 회장은 간담회와 임원 워크숍 일정이 겹치자 간담회 대신 워크숍 참석을 택했다. 이번 워크숍에는 부문별 부사장과 사외이사 등 이사회 멤버들이 참여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미리 예정돼있던 임원 워크숍 때문에 (회장단 간담회) 참석을 못 한 게 맞다"면서 "회장단 간담회가 잡히기 전에 미리 예정돼 있었고, 참석 임원들의 일정도 해당일에 고정돼 있어 불가피하게 회장단 간담회를 참석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석준 회장은 워크숍 일정을 소화하며 농협금융의 주요 사안들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농협금융은 구체적인 사안에 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이와 관련 농협금융 관계자는 "임원 워크숍이다 보니 당연히 농협금융의 주요 사안들에 대해서 논의를 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어떠한 주제들이 논의됐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석준 회장의 이번 간담회 불참을 두고 농협금융의 내부 상황이 심각해 내실에 집중하기 위함이라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통상 금융당국이 주최하는 회장단 간담회에는 해외 일정 등 불가피한 사정이 아니고선 지주 회장이 직접 참석해 왔다. 금융 산업은 규제 산업인 만큼 당국과의 스킨십 등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연히 5대 금융지주 회장이 모두 참석하는 자리인 줄 알고 있었다"며 "보통 회장님께서 미리 예정된 일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일정 조율 등을 통해 간담회에 참석하곤 한다. 일정 조율보다는 불참을 택했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한 내부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겠나"고 말했다.

농협금융은 금융당국으로부터 NH농협생명 경영진의 전문성을 키우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더팩트 DB

이석준 회장이 이사회 내 소통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농협금융은 금융당국으로부터 NH농협생명 경영진의 전문성을 키우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022년 12월 농협생명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으며 지난달 26일 경영 유의와 개선 조치를 내렸다. 금감원은 이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보험 경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농협생명의 전체 이사 평균 보험 경력은 5년에 채 미치지 못했고 대표이사와 일부 사외이사, 비상임이사는 보험업 경력이 없었다.

이 같은 지적은 지난 1월 부임해 농협생명을 이끌고 있는 윤해진 대표이사도 해당한다. 윤해진 대표는 지난 1990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한 이후 신탁이나 투자, 여신금융 부문에서 활동했다. 약 30년 넘는 재직 기간 동안 보험 일을 한 적은 없었다.

농협생명의 최근 3년 동안 선임된 업무집행책임자 대부분이 모회사인 농협중앙회 또는 농협은행 출신이라는 점도 지적됐다. 업무집행책임자는 이사회에 소속돼 있지 않으면서 업무를 집행할 권한을 가진 사람, 쉽게 말해 부사장·전무·상무같이 실무를 담당하는 임원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농협생명의 공시에서 이사회 구성원을 제외한 9명의 임원 가운데 농협생명 경력이 기재된 인물은 4명에 불과했다.

이석준 회장 역시 '관치' 논란 속에서 선임됐다. 이석준 회장(행정고시 26회)을 비롯한 김주현 금융위원장(행정고시 25회),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행정고시 24회) 모두 관료 출신이다. 이석준 회장은 재무부 출신의 '예산통'으로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했으며, 윤석열 대선캠프 영입 1호 인사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두고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과 함께 경제 관료의 경영능력에 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석준 회장은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하기 전 주로 정부 예산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이에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과거 회장들 보다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석준 회장 앞에는 건전성 관리라는 시급한 과제도 놓여있다. 최근 농협금융은 건전성 악화에 따른 충당금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농협금융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분기 말 0.41%로 지난해 말(0.30%) 대비 0.11%포인트 상승했다. 무수익여신비율도 0.22%에서 0.34%로 악화했다. 농협금융은 이에 추가 대손충당금 적립을 통해 2조5695억 원까지 충당금을 늘렸지만, 대손충당금 적리비율은 251.20%에서 196.44%로 떨어졌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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