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한림 기자] 효성화학이 신저가 후 15% 오르면서 깜짝 반등했다. 6개 분기 연속 적자, 신용평가사 신용등급 강등, 베트남 법인 자본잠식 등 연이은 악재로 자본 확충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가운데 유상증자 이야기가 나왔다가 극구 부인한 결과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효성화학은 지난 10일 전 거래일 대비 15.02%(1만2200원) 오른 9만34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달 28일부터 6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8만 원대 초반까지 내렸던 주가가 다소 회복한 모습이다. 11일 장에서도 6% 가까이 오르며 강세를 이어갔다. 12일 장에서 다소 하락했으나, 9만 원대 중반 선을 유지하고 있다.
효성화학 주가가 다시 오른 배경으로는 유상증자설을 공식적으로 부인한 데 따른다. 증권가에서는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효성화학이 '울며 겨자 먹기'로 지주사 효성에게 특수배정 또는 제3자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받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후 주가가 약세를 보이자 효성화학 측은 10일 "유상증자 계획이 없다"고 부인했고, 유상증자 외 전략으로 노선을 변경하면서 주주들의 기대감을 다시 받게 됐다.
효성화학은 효성그룹이 지난 2018년 지주사 전환을 위해 인적분할을 단행하며 파생된 계열사다. 당시 그룹은 효성 등 지주사와 첨단소재, 티앤씨, 중공업, 화학 등 4개 사업 부문을 각 계열사로 나눴다. 이중 화학 부문이 효성화학으로 명명됐으며, 2018년 7월 코스피에 재상장했다.
효성그룹의 화학사업은 석유화학업황이 좋던 2021년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하며 실적을 냈던 회사다. 주가 역시 최고 47만5000원(2021년 7월 30일)까지 오르면서 주주들의 기대감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그러나 높은 부채비율은 늘 지적받았고, 업황이 악화로 돌아서자 실적마저 부진했다. 효성화학은 올해 1분기 매출 6695억 원, 영업손실 453억 원, 당기순손실 823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줄고, 손실은 크게 확대된 결과다. 실적 악화 원인은 복합적이나 석유화학 업황 악화, 1조6000억 원가량을 투입한 베트남 법인의 자본잠식 등이 배경으로 꼽힌다. 특히 지난해 1분기 575.79%였던 부채비율은 1년 만에 9940.37%까지 치솟으면서 위기론도 대두됐다.
효성화학이 재무구조를 해결하기 위해 지주사 효성이 참여하는 형태의 주주배정 유상증자 혹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받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 이유다. 부채비율이 '1만%'를 넘기기 전에 자본 확충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효성화학이 유상증자 대신 약 1500억 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설 것으로 관측한다. 우선 유상증자를 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주가 방어에는 성공했으나, 실적 부진이 길어지고 있는 효성화학의 채권에 매력을 느낄 곳이 나올지부터 채권 발행 이후에도 재무구조를 개선하지 못한다면 다시 유상증자 카드를 꺼낼지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통상 기업 부채비율이 400%를 넘으면 경영이 어렵다고 보는데 효성화학은 그 수준을 이미 뛰어넘었다. 유상증자 외엔 답이 없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면서도 "그러나 최근 SK이노베이션이나 CJ CGV가 유상증자 후 주가가 급락하는 등, 최근 투자자들은 유상증자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효성화학의 단기적인 주가 하락세가 이어진 것도 같은 이유다. 하반기 석유화학업황 회복이 예고되면서 실적 개선 전망은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영구채에 대한 인식이 5년 후 상환을 전제로 발행되기 때문에 영구채 발행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지는 미지수다"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