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락 기자] 롯데그룹이 다음 주 사장단 회의인 밸류크리에이션미팅(VCM)을 개최한다. 경제 위기 속 예측하기 어려운 사업 환경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사장단을 불러 모아 경영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강도 높게 주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이 주재하는 2023년 하반기 VCM을 오는 18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 예정이다. VCM은 신동빈 회장을 비롯해 롯데지주 대표이사, 각 사업군 총괄대표, 계열사 대표, 롯데지주 실장 등 주요 경영진이 한자리에 모여 그룹의 중장기 목표와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다. 롯데그룹은 코로나19 탓에 비대면 화상 회의 위주로 VCM을 열다가 올해 상반기부터 대면 회의로 완전히 전환했다.
VCM은 매년 상·하반기 한 차례씩 개최된다. 하반기 VCM에서는 새해 목표 등 큰 그림을 그리는 상반기와 달리 주요 현안, 실행의 계획·결과를 공유하고 구체적인 성장 방향을 모색한다. 신동빈 회장이 주요 경영진에게 더욱더 실질적인 내용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각 사업군 대표가 상반기 성과, 향후 사업 전략 등을 발표하고, 이를 들은 신동빈 회장은 재차 주요 경영진과 논의한 뒤 경영 전략을 다듬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아직 날짜, 장소 외 회의 주제 등 구체적인 부분은 결정되진 않았다"고 말했다.
재계는 신동빈 회장이 어떠한 경영 화두를 던질지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신동빈 회장은 VCM에서 그룹 경영 방향성을 제시해 왔다. 지난해 하반기 VCM에서는 지속 가능 성장을 위한 최우선 실천 과제로 '변화'를 주문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기존의 틀을 벗어난 사업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VCM에서는 "올해는 재도약을 위해 지난 몇 년간 준비했던 노력을 증명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특정하며 변화와 혁신을 이뤄내기 위한 '도전'을 강조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신동빈 회장이 이번 VCM에서 '독한 발언'을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고물가와 경기 둔화 등 복합 위기로 경영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만큼, 위기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신동빈 회장은 평소 경영진을 향해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철저하게 대비해달라"고 요청해 왔다. 올해 초 신년사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시장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며 위기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와 함께 롯데그룹은 지난 4월 발표된 공정위 대기업집단(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에서 13년 만에 포스코에 밀려 재계 5위 자리를 내주는 등 다소 속이 쓰린 일을 겪기도 했다. 이번 VCM은 롯데그룹의 재계 순위가 6위로 하향 조정된 이후 열리는 첫 회의다.
신동빈 회장은 불확실성 속에서도 변화와 혁신을 멈추지 않는 동시에 유통·화학 등 주력 사업을 중심으로 위기 대응과 관련해 체질화를 주문하는 메시지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더해 추진하고 있는 신사업을 언급할 가능성도 크다. 롯데그룹은 올해 헬스앤웰니스, 모빌리티, 지속 가능성, 뉴라이프 플랫폼 등 네 가지 테마로 신사업 강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구상하고 있는 '뉴롯데'는 이 네 가지 성장 사업이 궤도에 오르는 시점으로, 롯데그룹은 최근 이를 가속화하기 위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혁신실 산하에 '미래 성장 TF'를 만들기도 했다.
한편 롯데그룹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차례로 사장단 회의를 열고 하반기 경영과 위기 극복 전략을 점검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주요 경영진과 해외법인장이 모여 사업 부문·지역별로 현안을 공유하는 글로벌전략회의를 열었다. SK그룹도 같은 달 최고경영자가 모이는 확대경영회의를 통해 경제·산업 위기 대응과 경영 역량 제고를 위한 시나리오 플래닝 방법론을 공유했다. 이에 앞서 LG그룹은 구광모 회장 주재로 지난 5월부터 전략보고회를 열고 시장 변화에 대한 분석, 계열사별 경영 전략 점검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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