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환 AI시대④] "AI로 만들고 움직인다"…조선·항공 '자율운항'으로 효율 극대화


자율운항 선박 도입, 안전·효율 증대…스마트조선소로 생산성도 향상
AI조종사 이미 실전 투입…UAM 운항·관제에도 도입 전망

선박과 항공 분야에서도 인공지능(AI) 기술이 대거 적용되면서 편의성과 안전성, 효율이 개선되고 있다. 설계 단계에서부터 AI 분석으로 생산 효율을 높이고, 자율운항으로 안전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정용무 기자

AI 시대, 우리 사회는 어떻게 변할까요? AI 기술이 우리 사회를 또 한번 혁명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을 태세입니다. 증기기관이 가져온 산업혁명에서 시작한 인류의 발전 속도는 반도체와 컴퓨터가 가져온 3차 혁명에 이어 AI 기술이 가져올 차세대 혁명의 초입에 들어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가져올 우리의 삶의 변화는 예측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변화의 '거대한 물결'에 올라서지 못하면 생존을 담보하기 어렵고 도태될 것임은 이미 세 차례의 산업혁명이 분명하게 입증하고 있습니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도약한 한국 경제를 이끄는 산업계와 학계도 글로벌 AI 시대를 선도하고 AI 기술을 우리나라의 차기 먹거리로 만들기 위해 투자·연구를 확대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더팩트>는 올해 두 번째 혁신 포럼을 통해 AI와 조금 더 친해지려고 합니다. 'AI 시대로의 전환'이라는 주제로 한 특별기획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승객과 화물을 대량 운송하는 조선·해운과 항공 분야에는 이미 인공지능(AI) 기술이 대거 적용되고 있다. 조선업에서는 설계 단계서부터 빅데이터를 활용한 AI 분석으로 생산 효율을 높이고, 자율운항 기술을 적용해 안전성을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항공분야도 도심항공교통(UAM)에 AI가 교통 수요 예측을 분석하고 자율비행을 적용해 이용자들의 편의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HD현대의 자율운항 전문회사 아비커스가 개발 중인 하이나스(HiNAS) 2.0이 구동되는 모습. 속도와 경로 등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AI가 실시간으로 대응한다. /HD현대

◆ 자율운항 선박 안전·효율 '두 마리 토끼' 잡는다…조선 빅3 기술 경쟁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어큐트마켓리포트에 따르면, 자율운항 선박 관련 시장의 규모는 연평균 12.6%씩 성장해 오는 2028년에는 2357억 달러(306조7399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자율운항 선박은 조선 강국인 한국은 물론 후발 주자인 중국, 옛 조선 강국 영국, 노르웨이 등 유럽의 해운 선진국들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분야다.

선박 자율운항은 선박에 AI기술과 정보통신(ICT) 기술, 센서, 스마트기술 등을 융합해 시스템이 선박을 제어해 사람의 간섭 없이 운항할 수 있도록 하는 선박이다. 자율운항 기술은 해상 운송업계의 인력난을 해소하고, 사람의 실수를 원천 제거해 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또 최적의 경로 설정으로 운항 효율성을 높이고 오염물질 배출을 줄일 수 있어 미래 해상 운송의 혁신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가 제시한 자율운항기술은 4단계로 분류된다. 1단계는 선원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단계, 2단계는 선윈의 승선을 원격제어하는 단계, 3단계는 선원 미승선 원격제어와 기관 자동화, 4단계는 완전 무인 자율운항 단계다.

임도형 아비커스 대표는 3단계 자율운항 선박 기술을 구현하겠다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김태환 기자

국내서는 HD현대와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가 모두 연구하면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HD현대는 자율운항 전문회사 아비커스(Avikus)를 설립하고, 세계 최초로 2단계 자율운항 솔루션을 상용화했다. 아비커스는 자율운항 솔루션 '하이나스(HiNAS) 2.0'을 선보였다. 하이나스 2.0은 HD현대글로벌서비스의 통합스마트십솔루션(ISS)을 기반으로 최적의 경로와 항향 속도를 생성하고, AI가 날씨, 파고(파도 높이) 등 주변 환경과 선박을 인지해 실시간으로 선박의 조타 명령까지 제어한다.

하이나스 2.0은 단순히 선원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수준을 넘어, AI 딥러닝 기반의 상황 인지와 판단을 통해 속도제어와 충돌회피 등 다양한 돌발상황에 스스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한다. 또 축적된 실운항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적의 운항경로를 생성하고, 엔진출력을 제어해 연료 소모를 최소화한다.

이와 함께 아비커스는 AI 기반 항해보조시스템인 하이바스(HiBAS)도 선보였다. 하이바스는 선박 이·접안 지원 시스템으로 선박 측·후면에 설치되는 4대의 카메라를 활용, 선박의 주위 상황을 탑뷰(Top View) 형태의 실시간 영상으로 구현해 선박의 이·접안 때나 좁은 항로에서 충돌하는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또 AI 연산을 활용해 선박 간의 거리와 선박의 속도 등의 정보를 분석해 예선 작업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

임도형 아비커스 대표는 <더팩트>에 "자율주행차도 차량가격의 5% 미만 수준으로 비용이 들어가는데, 선박도 유사한 수준에서 가격이 책정될 것"이라면서 "기술이 고도화되고 첨단 장비가 추가될 경우 솔루션 가격이 상승할 수 있지만, 선원이 줄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아비커스 자율운항 시스템 내비게이션 모습. 경로를 미리 지정하면 지도에 표시되고, 마치 자동차 내비게이션처럼 보트가 해당 경로를 운항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김태환 기자

한화오션은 자율운항시스템 'DS4'를 개발하고 있다. DS4는 AI를 활용해 주변 환경과 선박을 인식하고 선박의 경제 운항과 동시에 안전 운항을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선박 내 주요 장비의 운전 빅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하고 점검해 합리적 운용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11월 자율운항선 해상 시험을 통해 자율운항 솔루션에 대한 기술검증을 완료했다. 해상시험에서는 원격제어시험, 경로 추종 시험, 충돌회피 시험 등 자율운항선 운항을 위해 필요한 주요 기능들에 대한 테스트가 포함됐다.

원격제어 시험을 통해 관제센터로부터 전달된 제어 명령에 따라 선박이 엔진, 방향타 등의 반응을 확인해 계획된 운항 경로를 잘 따라가는지 확인하고, 충돌회피 시험으로는 자율운항 중 충돌 위험을 판단하고 위험을 잘 회피하는가를 평가했다.

이에 앞서 한화오션은 자율운항 전용 테스트 선박 '단비(DAN-V)'를 활용해 다양한 실증 시험을 해왔다. '단비'는 대형 상선을 모사한 자율운항 전용 테스트 선박으로 실제 대형 선박과 유사한 운항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어 대형 상선용 자율운항 시스템 검증이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다.

삼성중공업은 'SAS(Samsung Autonomous Ship)'라는 자율운항 시스템을 개발했다. 지난 2016년 개발한 SAS는 자율 운항과 원격 항해를 위한 항법지원시스템으로, 하나의 시스템에 여러 멀티 기능을 통합해 비숙련 작업자도 쉽고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도록 설계된 특장점으로 꼽힌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선원 없이 선박을 원격 제어하는 3단계 자율운항 솔루션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삼성중공업은 모형·터크·대형 실습선 순으로 단계별로 자율운항을 실증 중이며, 계획대로 이뤄진다면 오는 2030년 무인 자동화 자율운항 솔루션 개발을 완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동규 한화오션 중앙연구원장 전무는 "이번 시험 성공으로 자율운항 3단계를 구현했으며, 확보된 자율운항 기술을 실제 선박에 적용·검증하고, 오는 2024년 완전자율운항 기술을 확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화오션의 거제사업장 전경. 한화오션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열간가공 로봇 곡누리와 품질검사 로봇을 개발·활용하고 있다. /한화오션

◆ '스마트조선소'로 공정 개선…로봇·데이터 분석으로 효율 증대

조선업계는 자율운항 외에도 선박을 설계하고 건조하는 과정에도 AI가 적극 활용되는 '스마트조선소'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마트조선소는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을 접목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인 조선소다.

HD현대는 스마트조선소로 전환하기 위한 'FOS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FOS는 선박 설계에서 생산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정을 실시간으로 연결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AI가 분석해 작업 관리를 효율적으로 개선하는 프로젝트다.

최종 구축될 '지능형 자율운영 조선소'는 모든 공정 단계에서 시뮬레이션 검증(CPS)을 통해 지연과 재고를 줄이고, 스마트 기술과 로봇으로 사람의 개입이 최소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통해 생산성 30% 향상, 공기(리드타임) 30% 단축, 낭비 Zero(0)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HD현대는 기대하고 있다.

HD현대는 최근 세계 최고의 빅데이터 기업인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와 손잡고 FOS 구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팔란티어의 기업용 빅데이터 플랫폼 '파운드리'를 조선해양 부문 전 계열사에 도입할 방침이다. FOS 프로젝트에 파운드리를 활용, 전 공정에 첨단 자율운영 조선소 기반 구축의 핵심인 '디지털 트윈'을 구현할 계획이다.

한화오션은 인공지능형 열간가공 로봇 '곡누리'를 도입한다. 로봇 '곡누리'는 작업자들이 쌓은 노하우와 실적을 데이터로 저장, 활용하면서 작업 내용을 표준화해 품질을 높이는 로봇이다. 축적된 데이터는 AI 기술을 이용해 다른 선박의 건조작업에도 활용할 수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효율이 높아진다.

한화오션은 AI기반 디지털 기술로 선박과 해양플랜트 용접부의 품질검사를 자동으로 수행하는 로봇도 개발하고 있다. AI 기술을 기반으로 비파괴 검사 정보를 수집해 용접 품질검사를 자동으로 수행하며 축적된 데이터는 통합관리 플랫폼에 저장해 향후 다시 이용하는 로봇이다.

SK텔레콤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30부산세계박람회 공식 리셉션에서 전시한 실물 크기의 UAM 시뮬레이터. /SK텔레콤

◆ 'AI조종사'가 항공기·무인기 운항…UAM 무인관제로 편의성 확대

항공산업 자동조종 분야는 AI가 적극 활용될 분야로 꼽힌다. 이미 항공운항 부문에서는 조종사가 항공기를 이륙시킨 다음 본항로에 올라가면 AI가 항공기를 자동조종하는 체제가 갖춰져 있다. 최근엔 단순한 경로를 조종하는 것을 뛰어넘어 급격한 기동을 하는 군사용 무인기와 전투기에도 'AI 조종사'가 도입되고 있을 만큼 항공산업의 AI 적용은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미국 공군은 올해 2월 캘리포니아 에드워즈 공군 기지에서 인공지능(AI)이 조종하는 제트 전투기 X-62A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 미 공군은 AI 전투기가 고난이도 전투 기동과 가시거리 밖 장거리 교전(BVR)을 포함한 12가지 단계 총 17시간의 비행 테스트를 완료했다.

대한항공은 항공 제작 부문에서 군집 무인기의 기동에 AI기술을 적용 △자율편대 비행 △떼 비행 △소·대규모 무인편대 자율임무계획·임무 할당 관련 AI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 무인기의 상황인지와 판단을 돕는 영상 기반 AI 분석 기술도 개발 중에 있다.

자동조종 기술이 특히 활용될 항공 분야로는 도심형 항공 교통(UAM)이 거론된다. UAM에 자율비행과 무인관제를 도입하고, AI를 이용한 운항·교통관리 시스템을 통해 효율을 높인다는 설명이다. 통신사이자 IT기업인 SK텔레콤은 최근 미국 UAM 기체 제조사인 '조비 에비에이션'에 1억 달러(약 1300억 원)를 투자했다. 특히 SK텔레콤은 자사가 보유한 AI 기술을 조비의 UAM과 결합해 상공망 통신, 교통관제, 지상교통과의 연계 등 다양한 영역에서 차별화를 낸다는 전략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UAM 관련 AI적용은 현 단계에서 바로 구현과 활용이 어렵지만, 자율비행과 무인관제가 가능한 시점 이후에 AI를 이용한 운항과 교통관리 측면의 시스템 개발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봉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UAM의 자율항법은 기존의 전통적인 항법 장치의 이중화를 바탕으로 안정성 확보뿐만 아니라 비전(영상기술)과 센싱(센서를 통한 데이터 확보·분석) 기술의 발전과 함께 멀티센서의 융합을 통해 정확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면서 "UAM 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드는 2030년 원격제어를 거쳐, 2036년 이후에는 완전 자율비행 기술 구현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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