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지혜 기자] 정부가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현행 60%로 유지해 세 부담을 완화한다. 역전세 리스크 관리의 일환으로 전세금 반환을 위한 임대인의 대출에 대해서는 규제를 1년간 풀기로 했다.
5일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발표한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정부는 민생 경제안정 과제의 일환으로 주거안정에 무게를 싣기 위해 이같은 부동산 정책을 내놨다.
◆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 60% 유지
우선 정부는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 비율은 현행 60%로 유지하기로 했다. 부동산 가격이 내리자 80%로 원상 복귀하겠다던 기존 계획을 유보한 것이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종부세 과세표준을 결정하는 공시가격 비율이다. 정부가 시행령을 통해 60∼100% 사이에서 조정할 수 있다. 비율이 높을수록 세금 부담이 커진다.
종부세 공정시장가액 비율은 처음 도입된 해인 2008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 80%였으나 2019년 85%, 2020년 90%, 2021년 95% 등으로 증가했다. 이후 지난해에는 주택 가격이 내리자 하한선인 60%까지 낮아졌다.
정부는 이를 통해 종부세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린다는 방침이다. 종부세 납세자가 낸 1인당 평균 세금은 2020년 219만3000원에서 2021년 473만3000원으로 불었다. 전체 종부세 세액 역시 2020년 1조5000억 원에서 2021년 4조4000억 원으로 뛰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과도하게 강화됐던 규제 완화를 통한 시장정상화라는 정책목표를 위해서는 종부세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이 긍정적이다"라며 "이에 이번 조치는 필요한 사안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 역시 "올해 주택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주택 공시가격이 전년 대비 약 18% 하락한 만큼, 주택 보유세 부담도 한결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 '역전세' 놓인 임대인, DSR 40% → DTI 60%
매매가격이 기존에 계약한 전세금 밑으로 떨어진 '역전세' 상황에서 임차인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임대인에 대한 대출규제가 완화된다.
임대인이 전세금 반환을 위해 대출을 받는 경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대신 총부채상환비율(DTI) 60%를 적용한다. 이달 말부터 향후 1년간 한시적으로 시행된다. 연 소득 대비 모든 금융권의 대출원리금 상환액을 보는 DSR과 달리 DTI는 연 소득 대비 주택담보대출 원리금과 기타 대출 이자 상환액만 고려해 차주의 상환 능력을 폭넓게 고려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번 조치 필요성에 긍정적인 반응이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최근 전세가격 낙폭이 줄고 있지만, 입주물량과 미분양 적체가 이어지고 있다"며 "향후 1년간 전세 재계약 보증금 규모도 역대 최고치인 점을 고려하면 임대인 역전세 대출완화는 필요한 조치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수도권에서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전세 재계약이 도래하는 보증금은 233조 원 규모에 달한다"며 "이외에도 전세가격 낙폭이 컸던 부산, 대구, 울산, 세종시 등은 한시적으로나마 임차인의 전세금 미반환 리스크가 낮아지고, 전세금반환보증사고도 다소 줄어들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방안, 임대차 3법 검토도 병행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특별법을 통한 금융지원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자가 기존 한국주택금융공사(HF)와 서울보증공사(SGI)의 보증 전세대출을 저금리 기금 대출로의 대환을 지원한다. 피해자의 연체정보 등록을 유예하고, 피해자가 피해 주택의 경공매 시점에 최우선 변제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 무이자 대출을 제공한다.
이와 함께 공인중개사가 임대차 중개시 매물·임대인 정보를 의무적으로 확인·설명하도록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임대차 신고제, 계약갱신요구권, 전월세 상한제 등 '임대차 3법'을 합리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정부는 청년·신혼부부 등에 대한 주거지원을 강화한다. 디딤돌·버팀목 대출 등 주택 구입・전세자금 23조 원을 추가 공급하고, 청약저축과 주택도시기금의 확보를 위해 주택청약종합저축 소득공제 적용 연간 납입한도를 기존 240만 원에서 300만 원으로 상향한다. 이를 통해 청년층의 분양시장 진입과 청약통장 가입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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