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황원영 기자] 실적 부진을 겪은 카드사들이 올해 상반기 신용·체크카드를 무더기로 단종했다. 소비자 혜택이 좋은 알짜 카드 위주로 발급을 중단하면서 아쉬운 목소리도 나온다.
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8개 카드사(신한·KB·삼성·현대·롯데·우리·하나·BC)는 올해 상반기(1월~6월) 신용카드 139개, 체크카드 20개 등 159개 카드의 신규 가입을 중단했다.
올 상반기에만 지난해 연간 단종 상품 수인 116개(신용카드 79개·체크카드 37개)를 훌쩍 뛰어넘었다. 2021년 단종 상품 수(신용카드 167개·체크카드 42개)와 비교하면 76%에 이른다.
신한카드는 교육비 할인 혜택으로 금융 소비자의 사랑을 받은 더 레이디 클래식 카드를 단종시켰다. KB국민카드는 인기 쇼핑 카드였던 탄탄대로 시리즈 신규 발급을 중단했고, 롯데카드는 인터파크·벨리곰 카드 등 온라인·홈쇼핑 할인 카드를, 현대카드는 제로 모바일 에디션2를 단종했다. 이들 모두 알짜 카드로 알려진 상품이다.
카드사는 수익성 악화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카드사 실적은 올해 들어 줄줄이 악화되고 있다.
하나카드는 올해 1분기 순이익(202억 원)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3.0% 급감했다. 우리카드 순이익은 458억 원으로 1년 전보다 46.4% 줄었다.
같은 기간 업계 1위인 신한카드 순이익은 1667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 대비 5.2% 줄었다. 삼성카드의 순이익(1455억 원) 역시 9.5% 줄었으며 KB국민카드는 31.0% 감소했다.
이 같은 실적 감소는 금리 인상으로 자금 조달 비용이 오른 영향을 받았다. 연체율이 일제히 늘면서 대손충당금을 늘린 탓도 컸다. 신한카드의 1분기 연체율은 1.37%로 지난해 4분기 대비 0.33%포인트 올랐다. 신한카드 외 다른 카드사의 연체율도 모두 1%를 넘기면서 부실 위험 대비에 나선 것이다.
알짜 카드 중단이나 혜택 축소에 대한 금융 소비자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앞서 신한카드는 지난달 22일 개인 신용카드의 통신·도시가스 요금 분할결제를 이달 1일부터 제한한다고 공지했으나 소비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방침을 잠정 보류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미치는 카드를 단종하는 식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카드사는 신상품도 활발히 내놓고 있다. 6월 말 기준 올해 카드사가 내놓은 신규 상품은 신용카드 95개, 체크카드 14개 등 109개다. 지난해에는 신용카드 157개, 체크카드 35개가 신규 출시됐다.
또 다른 관계자는 "트렌드를 좇아 현재 많이 쓰지 않는 상품은 단종하고 새로운 혜택을 담아 신상품을 출시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