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토크<하>] '이번엔 다르다' 매각 5수 딛고 흥행 조짐 보이는 KDB생명 인수전


KDB생명, 10년 새 다섯 번째 매각 도전
위기의 중소건설사…미분양·원가상승 발목

산업은행이 KDB생명보험 매각에 나선 가운데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취임 1년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본입찰에서 매각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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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정리=권한일 기자]

◆ '4전 5기' KDB생명 매각 도전, 흥행 가능성 고조

-KDB생명보험 인수전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KDB생명은 지난 10년간 4차례 매각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하면서 산업은행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혀왔죠. 올해 다섯 번째 매각에 도전하고 있는데요,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그간 매각 시도와 달리 올해 매각에서 특별히 흥행할 만한 요소가 있나요?

-무엇보다 산업은행이 전폭 지지하면서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번 매각 대상은 과거 산업은행이 KDB생명을 인수할 때 칸서스자산운용과 공동으로 설립한 KDB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KCV PEF) 보유 지분 92.7% 전량인데요, 산업은행은 인수자 부담을 덜기 위해 KDB생명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인수자 부담을 덜겠다면, 몸값을 낮춰서라도 팔아치우겠다는 건가요? 어떤 방식으로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이뤄지고 있나요?

-우선 KDB생명은 최근 900억 원 규모로 후순위채 수요예측을 했는데 5350억 원 규모의 뭉칫돈이 몰리며 문전성시를 이뤘습니다. 이 후순위채권은 자본성증권으로 분류되는데요, 조달한 자금은 모두 보험사의 자본으로 인정되죠. 이 같은 흥행에는 산업은행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번 후순위채는 산업은행이 지급 보증했고요, 이 덕에 한국신용평가로부터 AAA(안정적) 평가를 받았죠.

-지급 보증이라면 산업은행이 원리금 지급 보증 책임을 진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KDB생명 매각에 '진심'이라고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를 통해 올해 하반기 콜옵션 행사가 도래하는 후순위채에 대응할 수 있게 됐죠. 앞서 지난 5월에는 2160억 원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습니다. 지난 5월 중도 상환 청구권 행사가 도래한 2만 달러(약 2600억 원) 신종자본증권을 상환해 주기 위한 것인데 산업은행이 이 신종자본증권 전량 인수했습니다.

-KDB생명의 유동성 위기가 완화했다는 평가가 나왔겠네요.

-네. 아울러 무상감자로 몸집도 줄였습니다. KDB생명은 지난달 초 주주총회에서 이달 10일 기준 75% 비율로 무상감자를 하기로 의결했습니다. 감자전 4743억 원인 자본금은 감자 후 1186억 원으로 대폭 줄어듭니다. 감자로 확보한 3557억 원의 자본은 결손금을 털고 잉여금으로 남겨두고요. 이번 감자로 기존 4000억 원대 수준인 KDB생명의 몸값이 2000억 원으로 떨어질 것으로 관측됩니다.

-그간 매각에 실패한 만큼 이번만큼은 결의를 다지는 모습이군요.

-결의뿐 아니라 자신감도 있습니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취임 1년 기자간담회에서 "매수희망자가 여럿"이라며 이번 본입찰에서는 매각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는 "올해 들어 KDB산업은행의 운용자산수익률이 높아지고 매물의 매력을 높이고 있다"고 자평했습니다.

-KDB생명에 대한 인수 의사를 보인 곳은 어디일까요? 강 회장이 매수희망자가 여럿이라고 밝힌 만큼 다수 투자자가 입찰에 응한 것 같네요.

-사모펀드(PE)와 자산운용사들이 인수 의향을 밝혔고요, 일부 금융지주들도 참전을 긍정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파운티헤드PE와 WWG자산운용, 캑터스PE 등이 KDB생명 인수 의사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고, 우리금융과 하나금융도 인수 여부를 내부에서 검토했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우리금융은 4대 금융지주사 중 유일하게 계열사 중 보험사가 없어서 몇 차례 인수 후보자로 이름이 오르기도 했습니다.

-금융지주가 인수전에 뛰어든 점은 바람직한데요. 금융지주가 간접투자자로 자리할 수도 있겠고요.

-네. 다만, 두 금융지주 모두 공식적으로는 인수전 참전에 부정의 입장을 보이고 있어 실제 본입찰에 참여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최근에는 본입찰 시기가 미뤄졌다는 소식이 들리는데, 매각에 어려움을 겪는 건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지난달 30일 본입찰이 열릴 예정이었는데 이달로 미뤄졌어요. 입찰에 문제가 생겼다기보다는 산업은행이 투자자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일정을 늦춘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입찰에 참여할 투자자들을 늘리기 위해 시간을 둔 거죠.

-'입찰자 맞춤형'으로 본입찰도 미룬 걸 보니 산업은행의 매각 의지가 강한 듯합니다. '6수'는 없어야 할 텐데요. 이번 KDB생명 매각이 어떻게 흘러갈지 지켜보겠습니다.

건설경기 악화로 도산 위기에 처한 건설사들이 늘고 있다. 지방의 한 분양 단지에 40% 할인분양 광고가 붙어있는 모습. /임영무 기자

◆ 건설경기 악화에…도산 위기 중소 건설사 어디?

-건설업계 소식도 들어보겠습니다. 지난해부터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면서 건설경기도 악화하기 시작했죠.

-네, 지난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가운데서도 '책임준공형 PF' 시장이 경색되면서 건설사 줄도산이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113위를 기록한 중견건설사 신일은 지난달 1일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습니다. 신일은 1985년 전북 전주에 설립된 종합 건설사입니다. 분양 실적이 나빠지고 수주액이 줄어든 동시에 건설 원가는 오르면서 적자가 이어진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건설사 도산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지고 있습니다. 시공능력평가 202위 우석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388위 동원산업건설과 83위 대우조선해양건설도 부도를 맞았습니다. 올해 들어서는 133위 에이치엔아이엔씨, 109위 대창기업도 회생절차에 들어갔습니다.

통상 법원은 회사가 제출한 보전처분 신청서와 포괄 금지명령 신청서 등을 검토한 뒤 이를 받아들일지를 결정합니다.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회생절차 전까지 채권은 동결되고, 기존 채무 상환 의무는 사라집니다. 업체들은 보유한 부동산 등 자산을 매각하며 버티다가 결국 회생 절차를 밟고 있다고 합니다.

-건설업 폐업의 심각성은 어느 정도인가요?

올해 1분기 건설업 폐업 신고 건수는 939건으로, 1분기 기준 최근 5년 내 가장 많은 수준입니다. 이 기간 폐업 신고는 전문건설업체가 820건으로 많았고, 종합건설사는 119건이었습니다.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 865건과 비교하면 74건 늘었습니다.

-건설사 폐업의 주된 이유로는 무엇이 꼽히고 있나요?

-우선 중소건설사 위주의 미분양 단지 적체, 건설원가와 금리 상승 등이 주요한 이유로 보입니다. 미분양이 쌓이고 공사대금을 회수하지 못해 수입은 줄어들었는데, 원자재 가격과 금리 인상으로 지출은 늘면서 보유한 현금 등 자산이 고갈한 것이죠. 이 같은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들이 늘면서 폐업도 증가한 것으로 보입니다.

신규 수주도 줄었습니다. 올해 1분기 건설공사 계약액은 기업 규모별로 온도차가 컸습니다. 시공능력평가 상위 1~50위 기업은 31조 원의 계약액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2.0% 늘었지만, 51~100위 기업의 계약액은 3조6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9% 감소했습니다. 또 101~300위는 5.9조 원으로 20.6% 감소, 301~1000위 5조2000억 원으로 32.0% 감소를 기록했습니다. 중소 건설사들은 건설 원자재 가격 협상력이 대기업에 비해 부족하고 신용도도 낮아 건설경기 악화로 업계가 받을 타격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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