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권한일 기자] 타워크레인 운전자들이 관례적으로 받아 온 '월례비'가 사실상 임금 성격을 지닌다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가운데, 건설노조가 판결에 대한 지지와 노조 탄압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건설산업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은 30일 성명을 통해 "대법원이 월례비가 임금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본 것"이라며 "타워크레인 월례비 문제를 불법적이고 부당한 금품갈취로 매도하며 노동조합과 노동자를 '건폭'(건설폭력)으로 몰아붙이는 윤석열 정부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에 제동을 건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가) 무리한 건폭몰이 수사에만 집중하더니 결국 그렇게 외치던 법치주의에 따라 법원의 제동을 받게 됐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윤석열 정부는 건설현장 노동환경에 대한 이해가 전무한 강압적이고 무리한 건폭몰이 수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월례비란 일선 건설 현장에서 건설사가 타워크레인 기사들에게 계약된 월급 이외에 따로 주는 비공식적 '웃돈'이다. 법정 근무 시간과 수칙 등에 맞춰 타워크레인 작업을 진행할 경우, 일부 공기(공사기일)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 건설사들은 현장 타워크레인 기사들에게 추가 근무비와 수고비 명목으로 월례비를 지급해 왔다. 다만 노사 일각에선 월례비가 부당한 초과 근무를 합리화하는 수단 또는 부당이익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이를 문제 삼아왔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지난 29일 공사업체 A사가 운전기사 16명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형사사건을 제외한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에 위법 등 특정 사유가 없으면 본안 심리를 하지 않고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는 제도다.
A사는 지난 2016년 9월부터 2019년 6월까지 광주 지역 아파트 신축·재개발 공사장 6곳에서 원청인 시공사 2곳으로부터 형틀·철근공사를 하도급 받았다. 시공사 2곳과 장비 임대차 계약을 맺은 타워크레인 회사들은 타워크레인 기사 16명을 공사장으로 보내 건설장비·골재를 운반하게 했다.
당시 현장에 파견된 기사들은 업계 관행이라는 이유로 A사에 시간외(연장) 근무수당·월례비 명목으로 월 300만원가량을 요구했다. A사는 타워크레인 기사 16명에게 월례비 6억5480만원과 시간 외 근무수당 1억4330만원을 지급했다.
이후 A사는 이후 월례비는 부당이득이라면서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타워크레인 기사들과 계약을 체결한 바 없고, 공사 지연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월례비를 지급했다는 취지다. 그러나 1심과 2심 모두 A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사는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 역시 원심 판단이 타당하다고 보고 기각했다.
전국건설노조 관계자는 "그동안 노동조합이 먼저 월례비를 없애자고 건설업계에 수차례 제안했고, 월례비가 왜 발생하는지 건설현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짚으며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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