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닭볶음면·빼빼로 등 주요 제품 가격 유지…속 보이는 꼼수 인하 빈축


'상황 지켜보겠다'...업계 밀가루발 인하 바람 눈치
불닭볶음면, 진라면, 빼빼로 등 인기품목 인하 제외

라면값 인하 품목에서 불닭볶음면과 진라면을 제외시킨 상황을 두고 말들이 많다. 라면값이 거푸 내린다는 소식에 소비자들로선 반갑게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제조업체들의 꼼수가 느껴진다는 지적이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승우 기자] "안 내린다고 말 할 수도 없고."

밀가루발 식료품 가격 인하 도미노 현상으로 압박에 직면한 식품업체 한 관계자의 말이다.

27일 농심의 라면값 인하로 시작된 밀가루발 가격인하 움직임에 삼양과 오뚜기, 팔도, SPC, 롯데웰푸드(구 롯데제과), 해태제과 등 라면·제빵·제과업체가 합류하면서 밀가루를 재료로 삼는 가공식품 제조업체들의 눈치 작전이 예사롭지 않다.

풀무원의 한 관계자는 <더팩트>에 "올해 업계가 라면값을 올릴 때 우리는 인상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은 인하 계획은 없다"면서도 "그러나 상황은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혹시 모르니까, 가격 인하에 동참 안하겠다고 단정 할 수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혹시 모르니 상황은 지켜보고 있다'는 말은 기존 인하 계획은 없다던 입장에 빈틈을 두는 의미로 조금 물러난 자세를 보인다. 소비자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란 설명이다.

풀무원은 농심과 함께 건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식품업체다. 건면 브랜드 '자연건면'은 2020년 론칭 이후 누적 판매량 5000만 개를 돌파하며 매출 성장률 76%를 견인할만큼 건면 소비자들에게 인기 식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제빵 프랜차이즈 1위 업체인 에스피씨(SPC)는 28일 늦은 오후 빵값 인하 방침을 공식화하기 직전까지도 발표 시점을 두고 내부 혼선을 빚었다. 빵값 인하에 대한 공식 입장이 당초 계획보다 서둘러 발표된 것이다.

SPC의 속 사정을 잘아는 업계 한 관계자는 "얼마 전 농림축산식품부가 국내 제분업체를 소집한 자리를 다녀 온 뒤 인하를 위한 내부 검토를 진행하던 찰나 농심의 인하 발표가 있었다"며 "업계 상황을 살피면서 신중하게 인하 방침을 발표하려 했으나 당초 계획보다 소식이 빨리 전달됐다"고 설명했다.

SPC는 물가안정을 위해 내달 초부터 순차적으로 빵 가격을 낮춘다. 우선 SPC 베이커리 브랜드 파리바게뜨는 '그대로토스트' '정통바게트' '달콤한꿀도넛' 등 총 10가지 빵에 평균 5.6% 인하율을 적용 판매한다. 삼립은 식빵과 크림빵을 포함해 총 20종을 100~200원 인하한다.

삼양식품은 내달 1일부터 차례로 삼양라면을 비롯한 12개 대표 제품 가격을 평균 4.7% 내린다고 밝혔다. /더팩트 DB

◆ 인기 라면 가격은 그대로...정부 눈치보기 의혹

"정작 많이 먹는 라면의 가격은 그대로 아니냐."

밀가루발 식료품 가격 인하 바람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가 강력한 행동에 돌입하지 않는 이상 제분업계의 인하 정책은 당분간 소비자 심판대에 머물러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라면값 인하 품목에서 '불닭볶음면'과 '진라면'을 제외시킨 상황을 두고 말들이 많기 때문이다.

라면값이 거푸 내린다는 소식에 소비자들로선 반갑게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제조업체들의 꼼수가 느껴진다는 지적이다.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을 즐겨먹는 김 모(34) 씨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다. 정부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거나 아니면 소비자를 봉으로 생각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오뚜기의 '진라면'을 애용하는 임 모(40) 씨 역시 "가격 인상할 땐 함께 올리더니 내릴 땐 (진라면만)제외한다니. 인기 제품만 쏙 빼놓고 라면값 내린다는 소식이 반갑지만은 않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이와 관련, '불닭볶음면'은 수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국내와 해외가격을 맞춰 운영해야 하다보니 가격 인하에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고, 진라면은 2010년 가격 인하 이후 2021년 8월까지 가격을 동결해 왔기 때문에 인상된 가격을 유지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삼양식품에 따르면 '불닭볶음면'의 올해 1분기까지 누적판매량은 48억 개를 돌파했다. 지난해 삼양식품의 연간 매출액 9090억 원의 약 70%를 불닭면 시리즈가 차지했다. 이 가운데 해외 매출은 6057억 원으로 전체 매출 중 약 66%를 차지한다. 특히 '불닭볶음면'은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해 삼양식품 상해유한공사의 매출액은 1246억 원을 기록했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중국 소비자가 뽑은 대한민국 올해의 브랜드 대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정부의 압박도 있고 소비자들의 눈치까지 고려하다보니 자사 수익 감소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라면값 인하 방침을 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밀가루발 식료품 가격 인하 품목에서 제외 된 소비자 선호 제품은 이뿐만이 아니다.

롯데웰푸드는 내달부터 '빠다코코낫' '롯샌' '제크'의 가격을 인하하지만, '빼빼로'와 '꼬깔콘' 등 주요 제품은 인하 품목에서 제외시켰다. 해태제과 역시 '아이비 오리지널'의 가격은 인하하면서도 '홈런볼' '맛동산' 등과 같은 대표 제품은 인상에서 제외했다.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제분업계가 제품 가격 인하에 대한 타당한 부분이 있다고 받아들인 것으로 보이지만 진정성을 가져야 한다. 소비자들이 모여서 불매운동을 하는 건 아니지만 정부도 그 심각성을 파악하고 소비자의 입장에서 요구했다고 볼 수 있다"며 "인기 제품만 쏙 빼놓고 가격 인하 하는 등의 꼼수를 부린다면 식품업계에 대한 소비자들의 마음이 어떻겠느냐. 부정적 이미지를 갖지 않도록 진성성을 발휘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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