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도 주가도 흔들리는 라면회사…오히려 저가 매수 타이밍?


농심, 이달 9% 넘게 하락 중…외국인 17거래일 연속 매수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농심과 삼양식품, 오뚜기 주가의 하락률은 이달만 각각 8.88%, 1.11%, 10.01%다. /더팩트 DB

[더팩트ㅣ박경현 기자] 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으로 라면가격이 인하하는 추세를 보이자 라면을 판매하는 식품회사 주가가 크게 하락하고 있다. 외국인은 라면 매출 비중이 높은 농심을 오히려 사들인 가운데 수익성 악화가 크지 않을 것이란 증권가의 시각도 더해지고 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27분 현재 농심은 전일보다 1.00%(4000원) 내린 39만6000원에 거래 중이다. 삼양식품은 1.87%(2000원) 내린 10만4900원을, 오뚜기는 2.38%(9500원) 하락한 39만500원을 나타내고 있다.

전날에도 농심은 전일 대비 4.76%(2만 원) 내린 40만 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양식품은 2.82%(3100원) 내린 10만69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농심과 삼양식품, 오뚜기 주가의 하락률은 이달만 각각 8.88%, 1.11%, 10.01%다.

지난 18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라면 가격 인하에 대해 권고 발언을 내자 식품업계에 폭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추 부총리는 라면 기업에 대해 "기업들이 밀 가격 내린 부분에 맞춰 가격을 적정하게 내렸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발언 직후인 지난 19일 하루 만에 농심은 6.05%, 삼양식품은 7.79%, 오뚜기는 2.94%씩 주가가 하락했다.

주가 약세는 라면가격 하락이 일어날 경우 수익성 악화가 따라올 것에 대한 우려로 분석된다. 라면 비중이 높은 농심은 지난해 2분기 국내 사업부문에서 30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최근 밀과 전분 등 원래료 가격이 반등 추세를 보이고 있어 추가로 식품회사들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라면업계 1위 농심이 지난 27일 대표 제품인 신라면의 출고가를 내달부터 4.5% 내린다고 발표했다. 삼양식품은 삼양라면 짜짜로니 등 12개 가격을 평균 4.7% 내린다고 밝혔다. 오뚜기는 라면 15개 제품 가격을 최대 5.9% 내리기로 했다.

파장은 코스피시장에 상장한 국내 식품업체 전반으로 미치기도 했다. CJ제일제당, 대상, 오뚜기, 농심, 동원 등 제품에 밀가루가 들어가는 국내 상위권 식품업체 11곳의 시가총액(시총)이 일주일여 만에 약 1조 5000억 원 증발했다. 16일 식품회사 11개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28일 종가 기준 시총(18조6770억 원)과 비교해 1조4919억 원 차이다.

반면, 주가가 속절없이 빠지는 와중에도 외국인은 농심 주식에 대해 대거 '사자'를 취했다. 외국인은 이달 1일부터 지난 26일까지 17거래일 연속 사들였다. '라면값 인하' 발언 이후 농심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한 19일부터 보더라도 6거래일 연속 순매수세였다. 17거래일간 사들인 금액은 200억 원에 달한다. 농심은 지난해 전체 매출(3조1290억 원) 중 78.8%가 라면을 통해 발생해 라면판매 수익 의존도가 매우 높은 회사다.

증권가에서는 수출로 인한 견고한 지위와 시장 환경 등에 의해 농심 주가가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하희지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미주 지역에서의 지속적인 고성장과 시장 지위 상승, 국내에서 견고한 시장지배력, 인플레이션 상황 속 라면 수요 부각되는 환경에서 실적 전망치가 지속적으로 상향조정돼 가격 부담은 낮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번 라면값 인상에 따른 수익성 악화의 폭이 크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제분회사로부터 공급받는 밀가루 가격도 함께 낮아진다는 요인에서다. 농심의 경우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인 2000억 원의 2~3%가 감소할 것으로 관측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간 매출액 전망치는 180억~190억 원 정도 하향 조정될 전망"이라며 "동시에 국내 제분회사로부터 공급 받는 소맥분 가격도 5% 인하돼 연간 비용은 최소 80억 원 정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pk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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